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카나리아 라팔마섬에서의 가볍지 않았던 등산기

by 요용 🌈 2024. 7. 28.

카나리아에서 맞은 둘째날 아침.

우리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추천해 준 대로 100번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등산을 할거고 그 후에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천연해수욕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산과 바다를 한번에 체험하는 날이 되겠군...

복장은 등산에 맞춰야 하나 아니면 해수욕에 맞춰야 하나.

최대한 짐은 안가져가고싶은데.

결국 나는 안에 비키니를 입은 가벼운 옷차림을 선택했다. (이래놓고 결국 등산에 지쳐서 해수욕은 안했음) 

 

오늘도 푸짐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버스 종점을 향해 산책겸 걸어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샌드위치를 샀다. 등산 중에 점심으로 먹을 예정이다. 

이 빵집도 우리의 단골가게가 되었다. 샌드위치 종류들 대부분 맛있었고 생과일 스무디와 디저트류도 다 맛있었다.

 

라팔마섬 산타크루즈에서는 모든 버스들을 이 종점에서 탈 수가 있다. 

로컬버스여행이라니! 너무 신난다. 

테네리페섬에서처럼 해안선을 따라서 둥글게 난 절벽 도로를 따라 버스가 계속계속 올라갔다. 경치가 정말 끝내줬다. 

조바심이 많은 버거씨는 버스 노선도를 몇번이나 노려보다가 결국 기사님께 가서 쿠보 들라 갈가(Cubo de la Galga)에서 내려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놓치지 않고 잘 내릴 수가 있었다. 

등산로 입구

버스기사님 말씀으로는 이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 하셨다. 급 커브길에서 빠르게 달리는 버스가 손님을 못보고 치는 사고가 종종 난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영어로 안내를 해 주는 친절한 직원들이 우리에게 맞는 등산코스를 추천해 주었다.

 

"등산을 시작하기전에 버스시간을 꼭 확인하셔야 해요. 여기는 버스가 많지 않거든요." 

 

"혹시 여기 화장실이 있나요?" 

 

내 질문에 예쁜 언니가 손으로 안내문을 가리키며 웃었다. 

화장실이 없구나... 출발전에 화장실에 들르고 싶었는데... 당연히 있을줄 알았는데... 이 직원들도 그렇다면....? 

 

내가 암담하게 쳐다봤더니 다들 나를 보며 웃었다. 

 

"산에서 자유롭게 볼일 보시면 돼요. 휴지만 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호호" 

 

아... 

허락된 노상방뇨...

 

등산은 정말 재미있었다. 다만 9Km를 내가 우습게 보았다는게 문제지. 버거씨 말만 믿고 단순한 산책정도로 생각했기에 그냥 간식이 가득 든 에코가방을 어깨에 매고 따라 나온건데... 

 

그래도 시원한 숲속을 걷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다. 

 

등산에 에코가방이라니 ㅋㅋ

 

근데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올라온 할머니도 있었고 심지어 아기를 각자 한명씩 안고 산을 오르는 커플도 보았으므로 내 에코가방은 그리 눈에 띄지도 않았다. 

 

"나는 어릴적에 시골에서 자라서 산을 자주 탔거든. 슬리퍼 신고도 이 산 저 산 잘만 다녔어." 

 

자신감과 다르게 나는 금새 지쳐버렸다 하하

 

 

결국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버거씨가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으... 좀 살겠네.

 

등산을 좋아하는 우리 버거씨는 절대 지치지를 않는다.

 

가방을 양쪽 어깨에 하나씩 메고서 긴 다리로 쭉쭉 잘도 걷는다. 손을 잡고 가면 내가 끌려가는 기분이라 손을 놔버렸더니 자꾸만 저만치 앞서 걷네...

 

"기다려 무슈 롱 정브(monsieur long jambes)..." 

 

롱다리 아저씨라는 의미로 내맘대로 지어낸 단어인데 버거씨가 빵터졌다. 

 

이때부터 나는 버거씨가 앞서 걸을때마다 무슈 롱 정브라고 부르고 버거씨는 매번 빵터진다. 

코스의 딱 절반에 이르렀을때 우리는 예쁘고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자연에서 먹으면 뭐든 다 맛있다! 

 

그때 우리 근처로 작은 새 몇마리가 날아들었다. 

 

버거씨가 빵 부스러기를 놓아주자 다른 새들은 머뭇거리는데 용감한 한 녀석만 매번 가까이 와서 빵을 받아 먹었다. 우리가 안전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얘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번갈아가면서 이 작고 예쁜 새에게 빵 부스러기를 놓아주었다. 용감한 새가 바짝 가까이 와서 빵을 받아먹는 모습과 그것을 부러운 듯 지켜보며 머뭇거리는 다른 새들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하지만 나도 아까워서 큰 조각은 못 줘...ㅋㅋㅋ

아름다운 모습이 사진속에 다 담기지 않아서 안타깝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시원한 경치! 솔직히 실제로는 시원하지 않았고 겁나 더웠다. 그늘로만 다니다가 머리위에 숲이 없으니 어찌나 뜨겁던지. 언능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등산로 입구로 돌아왔을때 그제서야 우리는 버스시간을 인식하지를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 투머치 토커 버거씨가 그렇게까지 대화를 나누지 않았었더라도 우리는 이 버스를 놓치지 않았을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만난 미국인 중년 커플과의 대화는 길어도 너무 길었다. 그냥 서로 사진만 찍어주고 헤어지면 되었을 일인데 그쪽 커플도 만만치 않은 투머치 토커의 스멜이... 버거씨가 그들에게 이 섬에서 어디에 갔던게 가장 좋았는지 추천을 해 달라고 질문을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추천해 줄 곳들이 너무나 많으셨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저씨는 본인 휴대폰으로 촬영한 석양 비디오를 나에게 끝까지 다 보여주심.... ;; 버스를 놓칠 줄 알았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올 수 있었을텐데... 뭐 그래도 친절한 분들이었다. 여행중에 이런 짧은 만남들도 묘미일테니까.

 

등산 안내소에는 좀 전에 만났던 예쁘고 친절한 언니는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매우 터프한 언니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그냥 콜택시를 타라고 했다. 택시나 버스나 가격차이 별로 안나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릴거냐면서-

 

그런데 그녀가 준 곳으로 전화해 보니 택시가 20유로라네? 

 

"버스비랑 별 차이 안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20유로라는데 이 가격이 맞아요?" 

 

"당연하죠. 택시는 왕복으로 비용을 받는거잖아요!" 

 

터프한 언니가 뭐 그런것도 모르냐는 듯 면박을 줘서 버거씨는 살짝 무안해했다ㅋ 심지어 이 눈치없는 언니는 버거씨가 택시기사랑 전화로 통화하는 동안 버거씨의 영어 문법을 고쳐주기까지 해서 버거씨를 더 무안하게 만들었다. ㅋㅋ

 

결국 택시를 부르긴 불렀는데 택시도 한 30분 기다린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기다렸다 버스탈 걸;;

 

그런데 택시 기사님이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우리는 거기에 빠져들었다. 호기심 대왕 버거씨의 질문에 친절하고 성의있게 대답해 주신것만 해도 택시비 값어치는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양쪽으로 바나나농장이 끝없이 펼쳐진 길을 따라 천연해수욕장을 향해 달려갔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