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낭시 온천스파에서 천국을 맛보다.
낭시 떼말(온천스파)에서 천국을 맛 본 직후 작은 소동이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그 소동을 일으켰다;;
온천안에서는 다 완벽했는데...
샤워를 하고와서 내 라커를 열었는데 안이 텅 비어있네??!!
너무 놀래서 낮은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더니 옆에 있던 버거씨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아무것도 없어. 텅 비었어..."
"직원 불러올게! 일단 여기서 기다려."
버거씨는 다급하게 달려나갔다.
어떻게 이런일이...
거기에 지갑, 휴대폰 다 들어있는데... 당장에 입을 옷도 없다.
다 완벽했는데... 어제부터 오래된 문제들이 하나씩 풀리고 있었는데... 아니야. 아직 페닉하지말자. 뭔가 오해가 있었거나 잘 해결될거야.
그래도 불안감이 슬금슬금 몰아쳐왔다.
울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락커앞에 서서 버거씨를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 7살쯤 된 남자아이가 다가와서 물었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길을 잃었나요?"
"응..."
어린 아이가 어쩌면 저런 표정을 지을수가 있는거지..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하는 꼬맹이를 보며 나는 하마터면 하소연을 쏟아낼 뻔 했다. 하지만 나는 곧 상대가 꼬맹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마워. 참 친절하구나." 라고 대답을 바꾸었다. 그 꼬맹이는 곧 아빠손에 끌려갔다.
잠시 후 버거씨가 직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는 남자직원과 카운터에서 요금을 받고 있던 (불친절했던)여직원이었다.
"310번 락커가 확실한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다 비어있어요. 혹시 입구에 감시 카메라는 없나요? 제 가방이나 외투를 들고 나가는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 남자직원은 말없이 내 락커 주변에 있는 4개의 락커들을 모두 열었다. 소용없다니까요... 엥? 내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내가 락커번호를 착각했던 것이다!! 내 물건들이 바로 옆 락커에 다 들어있넹!!??
"Merci...아... merci beaucoup... ㅠ.ㅠ"
하마터면 열쇠를 쥐고 있던 그 남자를 안아줄뻔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번호를 착각해서 이 난리를 쳤으니 무안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안도의 기분이 훨씬 컸다. 어쩔줄 모르는 나를 보며 직원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거든요. 도난이라고 하는 경우 주변 락커들 몇 개를 열어보면 대부분 나오더라구요.하하"
버거씨는 내가 침착하게 있어서 대견하다고 말했다. 나 사실 속으로는 패닉 일보직전이었는데...
"미안해. 내가 착각해서 고생만 시켰네."
"하하 괜찮아. 나는 왠지 네가 착각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 그래선지 별로 걱정되지는 않더라고."
오래 기억될 에피소드가 하나 늘었다. (담엔 진짜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집에 돌아왔을때 나는 간단한 저녁을 준비했다.
버거씨가 좋아하는 궁중떡볶이-
뇨끼를 섞은 궁중떡볶이인데 사실 이틀전에 만들었다가 버거씨 주려고 남겨둔거였다. 간단히 데워서 그 위에다 계란지단에 조미김을 얹었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두부도 간장기름에 볶아서 얹었다. 떡볶이가 많이 퍼졌는데 고명으로 가려졌다ㅋ
후다닥 차려줬더니 버거씨가 엄청 맛있게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후식은 버거씨가 준비했다.
요거트 하나도 그냥 먹지않고 정성스럽게 데코를 하는 섬세한 버거씨ㅋ
초코과자랑 무화과를 추가하는 섬세함.
어이없는 소동을 일으키긴 했지만;; 나랑 있으면 매일이 크리스마스같다고 말해주는 버거씨.
다음에는 나 정신 똑바로 차릴게. 오늘 소동은 잊어줘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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