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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섬머타임이 끝났다.

by 요용 🌈 2024. 11. 8.

전날 룩셈부르크에서 랑페라트리스 콘서트를 관람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버거씨네 집으로 귀가했다. 
공연내내 열심히 소리치고 점프를 했더니 둘 다 꽤 피곤했나보다. 평소라면 아침 8시정도에 눈을 뜨곤 했는데 오늘은 글쎄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벌써 10시야!" 
 
내 목소리에 놀란 버거씨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겠다고 부엌으로 먼저 내려갔다. 왠지 배가 고프더라니... 
 
잠시 후 따라 내려갔더니 아침을 준비하던 버거씨가 눈을 동그렇게 뜨고 말했다. 
 
"그거 알아? 지난밤에 섬머타임이 해제되었거든. 한 시간이 더 빨라졌어. 그러니까 어제로 치면 우리는 11시까지 잔거라구."
 
와... 우리 진짜 피곤했나보다.  
 
습관처럼 정원을 내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정원에 푸르름은 다 사라지고 가을이 내려앉았네...

버거씨가 지난 3주 연속으로 낭시로 오는 바람에 이 정원에 가을이 온 걸 이제야 봤다. 
3주만에 이리도 색깔이 바뀔수가 있나... 

지난달.gif

 
푸르른 정원을 보려면 또다시 일년을 기다려야하는구나. ㅠ.ㅠ 난 가을 시룬뎅... 겨울은 더 싫고... ㅠ.ㅠ  
 

 
어제 공연보러가기전에 모노프리에 들러서 장을 봤었는데 그때 샀던 홍시랑 무화과를 꺼내서 씻었다.
배가 고프다... 열한시까지 자다니... 

버거씨는 홍시를 별로 안좋아한다면서 안사려고 했는데 내가 홍시를 보고 너무 반가워하는걸 보더니 한 팩을 담았다. 
 
이 홍시만 보면 어릴적 우리 고향집이 생각나서... 
그때만해도 나에게 가을은 즐거운 계절이었는데 언제부터 가을이 싫어진걸까. 
 

 
홍시를 낯설어하는 버거씨에게 능숙하게 홍시 한 스푼을 떠서 입에 넣어줬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맛을 이제서야 알았니. 후훗
 
"어릴적 우리집에 굉장히 큰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거든. 가을만 되면 학교 마치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어. 오자마자 길다란 장대를 들고 이 홍시를 따먹었어. 키보다 훨씬 더 큰 장대를 들고 힘들게 홍시를 따는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웃었지. 어렵게 딴 홍시를 할머니랑 나눠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어린 시절 우리 고향집엔 감나무뿐만 아니라 알이 굵기로 소문난 밤나무도 있었다. 밤사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아침에 눈뜨자마자 부지런하게 밤나무로 달려갔다. 누구보다 빠르게 땅에 흩어진 밤을 줍기위해서다 ㅋㅋ (바람부는날 아침이면 우리 밤나무 밑에 이웃들이 나와서 밤을 주워가는데 나는 그들보다 먼저 나갔다ㅋㅋ)
 
버거씨는 내가 하는대로 홍시를 까서 스푼으로 퍼먹기 시작했는데 곧 손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처럼 깨끗하고 알뜰하게 먹으려면 연습을 좀 더 해야겠네. 
 

뜨거운 오트밀 우유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빵을 먹었다. 버터 한조각에 라즈베리 잼을 얹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이번에는 버터랑 잠봉을 싸서 먹고 버터대신 치즈랑 잠봉을 싸서 먹기도 했다. 뭘 먹어도 다 맛있는 아침이다. 
 
아침을 느긋하고 배불리 먹고나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우리 이제 점심먹자!" 
 
내 말에 버거씨가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으로 맛있는걸 해 줄거란다. 
 
그나저나 버거씨네 아들들은 아직도 한밤중이었다. 
 
"이따 애들 일어나면 다같이 산책나갈까?" 
 
그래 가을이니까 단풍구경가야지. 
 
"점심 먹고 나가는거 맞지?" 
 
버거씨가 곧장 점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아침 먹자마자 점심을 먹을건가보다. 딱 내 스탈이다ㅋ
가을은 내가 살찌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