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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집 앞에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얘 혼자만 좋아함

by 요용 🌈 2024. 11. 3.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커다란 나무가 문앞에 쓰러져있었다. 

이정도로 거대한 나무가 쓰러졌으면 소리가 났을텐데 나는 그 어떤 소리도 들은 기억이 없다. 
뿌리쪽을 살펴보니 나무가 부러진게 아니고 그냥 굽어있네. 그냥 하체가 부실해서 그만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밤새 무릎을 꿇었나보다. 

그나저나 큰일날 뻔 했는데 그 어떤 파손도 없이 조용히 안전한 곳으로 쓰러져서 다행이다. 
 
근데 집주인은 이걸 언제 치워주려나. 안치울수도 있다. 이 공간은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요즘 나를 피하고 있어서 (월세 영수증 발행 거부) 내가 이사를 나가기 전까지는 이곳에 안나타날 것 같다. 

바퀴달린 장가방에 장을 잔뜩 보고 들어오는데 나무위로 그걸 들어올리느라 고생을 했다. 이사짐 나갈때까지는 치워주면 좋겠구만... 아무리 기대치가 없는 주인놈이지만 언제나 그 이하를 보여주는 인간이기에 방심할 수가 없네. 하아... 
 
며칠째 아무튼 나는 이 나무를 뛰어넘어 다니고 있었다. 비라도 온 날에는 나무때문에 바지가 젖어서 아침부터 기분이 축축해진다. 
 
에휴... 
 
한숨을 쉬면서 나무를 뛰어넘었는데 누군가가 나무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야 너 거기서 모해?"
 
불러도 대답이 없는 녀석ㅋㅋ
 

 
뒤에서 킥킥웃으며 다가갔더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돌아봐 준다.  

좋냐? 아늑해? ㅋㅋㅋ
 
길을 막고 있는 거대한 나무때문에 다들 불평을 하고 있을텐데 얘는 혼자 신이난것 같다. 아지트가 생겼구나. 자연 숨숨집이 생겼네 ㅋ
 

숨숨집이 생겼어도 여전히 내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놀자고 창문으로 달려온다. 
안 돼 나 블로그 써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