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한숨도 못잤다.
코로나 기운이 이제야 좀 잠잠해지나 싶어 한숨 돌리던 참이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끔찍한 치통이 찾아왔던 것이다.
중학교때부터 가지런하게 올라온 사랑니들을 그 긴세월 참 잘 써먹긴 했다. 충치가 조금씩 생길때마다 치료를 해 달라고 하면 치과에서는 항상 거절했다. 쓰는데까지 쓰다가 뽑을라고 했다. 그런데 그 끝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여름, 혼자 치과에 가기 무섭다고 버거씨한테 말했을때 버거씨는 자기네 동네에 친절한 치과가 있다며 거기로 예약을 해 줬었다. 그런데 그게 반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정 일 줄이야. 프랑스에서는 치과 예약 반년 기다리는건 예사란다. ㅡㅡ;
그 진료를 고작 일주일 앞둔 상태기는 하지만 프랑스에서 발치는 일반 치과에서 하지않고 따로 일정을 잡고 또한번 기다려야 한다네? 난감...
코로나때 사다놓은 그 많은 진통제가 하나도 듣지를 않았다.
진통제는 절대 과용하면 안되는걸 알고 있었지만 두개골 전체가 아픈 고통이라... 30분 간격으로 총 파라세타몰 두알, 이부프로펜 세알 반알을 먹었다. 그래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아...
응급실을 가야하나...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고 아침 인사를 보내오는 버거씨에게 자초지정을 말해 주었다.
잠시 후 버거씨는 낭시에 있는 병원 응급 치과센터를 검색해 주었다.
이런곳이 있었구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출근길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후 5에 문을 닫으니 그 전에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여유있게 일찍 오라고 당부했다.
우리 사장님 SK한테 양해를 구하고 조퇴한 후 오후 3시 쯤에 병원에 도착했다.
아... 여기였구나. 한때 인공수정한다고 전남편이랑 부지런히 드나들던 산부인과옆이었네. 그땐 참 희망과 좌절을 오가며 감정 기복이 심하던 시기였다.
아련해지려던 찰라 내가 들어갈 목적지가 보였다.
그런데... 대학교네?
낭시 대학교 치과학부라고 적혀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사랑니 통증을 떠올리면 상대가 누구든간에 일단 뽑고봐야 할 판이었다. 어젯밤 상태라면 나는 야매 의사라고해도 내 이를 맡겼을 것 같다.
입구에서 접수를 했다.
신분증과 Carte vitale(보험카드)을 제출하고 뮤튜엘(사보험)도 제출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사랑니 뽑는데 꽤 비싸다던데 사보험에서 얼마나 커버될지 두근두근.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집으로 청구서가 날아올거고 나중에 다 환급이 될 거라고 한다.)
접수하는 여성은 내가 잘 못알아들을때마다 좀 짜증을 내긴 했지만 다행히 나를 응급 케이스로 접수해 주었다. 휴우... 다행.
당당하게(?) 보라색 응급사인을 따라 진료소를 찾아갔다.
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진료를 받을 수가 있었다.
염려했던대로 경험이 거의 없을것 같은 어린 총각들이 나를 데려가서 좀 불안했지만...
프랑스 치과는 두번째인데 이곳에도 입을 헹구는 곳이 없다!! 다 삼켰다...으엑
이 작은 진료실 안에서 있었던 파란만장한 진료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ㅡㅡ;
아 오늘 밤에는 제발 잠 좀 잘 수 있었음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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