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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사랑니처럼... 뽑아버릴 게 더 있다.

by 요용 🌈 2025. 1. 24.

금요일 버거씨는 우리집에서 성공적으로 첫 재택근무를 마쳤다. 
 
"이번주에는 목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함께 있을수 있어서 참 좋다. 앞으로 우리 이런식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
 
 퇴근 후 최근 최애가 된 커피숍 [클럽까페]에서 만난 버거씨는 즐거운 얼굴이었다. 

 

나는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디카페인 라떼를 주문했는데 버거씨는 한때 내가 정말 사랑했던 녹차라떼를 마셨다. 카페인때문에 어쩔수 없이 끊어야만 했던 내 사랑 녹차라떼... ㅠ.ㅠ 내가 울상을 지었더니 자꾸만 한모금만 먹어보라고 보채는 버거씨. 나는 이제 카페인에 너무 민감해서 먹고싶어도 먹을수가 없어...

 
버거씨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더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말했지... 앞으로는 누구도 너를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할거라고 말이야." 
 
무슨 말인가 했더니...
버거씨가 나를 위해 낭시에 있는 변호사와 상담을 예약했다고 한다. 
 
"외국인들 비자문제나 이혼관련 케이스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래. 상담료는 내가 지불할테니까 그냥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만나보자."

 
나는 아직 전남편과 이혼이 마무리 되지 않은 단계이다. 
전남편은 내가 그 집을 나오던 당시 일주일 안에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고 나역시 정신(?)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았던터라 먼저 이혼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상관이 없지만 네 지금 형편에는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나마 있던 주택 보조금도 끊겼잖아. 난 네 남편을 괴롭히자고 하는게 아니야. 너의 권리를 찾으라는 것 뿐이야." 
 
나는 한동안 그냥 말없이 듣고 앉아 있었다. 
 
내 권리라...
참 생소한 단어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걸까.
그냥 생각하는것도 다 귀찮고 상처를 후벼파는 기분도 싫어서 그냥 외면하기만 했던것 같다. 
 
"또한 이혼을 하고 났을때 너의 영주권이 여전히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건지도 너는 불안해했잖아. 상담 받으면서 한 번에 다 물어보자."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버거씨 말이 맞다. 
이혼은 어차피 해야 하고 그러려면 변호사가 필요한 게 맞다. 
충치난 사랑니도 뽑았는데 파탄난 내 결혼도 마무리를 지어야지.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일들 새해에는 하나씩 처리가 될 것 같다. 무서워서 미루고 힘들어서 미루던 일들. 
다름아닌 버거씨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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