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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에서 응급 진료로 사랑니 발취한 후기

by 요용 🌈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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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 선생님 둘이서 나를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나는 어젯밤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잠도 못잤고... 진통제를 이거랑 저거랑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총각들은 눈을 반짝이며 경청한 후 나를 눕히고 내 입앞에 머리를 바짝 들이대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눈이라도 좀 가려주지... 여긴 그런거 없음. 바로 눈앞에서 두 총각이 내 입안을 가까이서 살피는 그 순간 나는 백설공주가 되어 누워있는 기분이었다ㅋㅋㅋ 다섯 난장이는 어디에... (총각들이 작진 않은데 내 침대가 높아서 ㅋㅋ)
 
갸우뚱거리는 표정들에 살짝 의심(?)이 들려던 찰나 중년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럼 그렇지. 덴티스트 선생님이 따로 계셨군요. 
그런데 총각들이 자기네끼리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선생님은 다시 나가셨다. 왜 내 의견은 아무도 안 물어보나요...

 
"아랫쪽 사랑니는 통증이 원래 가끔씩 있었고요, 그래서 예약을 잡은게 다음주거든요. 근데 어제저녁에 통증이 너무 심해졌고 심지어 윗쪽 사랑니까지 아팠어요." 
 
그냥 둘 다 빼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시간 관계상 오늘은 하나밖에 못 뽑을것 같단다. 고민할 시간에 두개 다 빼줬음 됐을텐데 엑스레이를 찍어서 확인하느라 한시간 가까이 낭비했다.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도 별 도움이 안 되었나보다. 자꾸만 진짜로 아랫니가 더 아픈게 맞냐고 묻는다. ㅡㅡ; 
결국 지들 마음대로 윗니를 먼저 뽑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 아픈건 아랫닌데요?" 
 
"진통제를 처방해드릴게요. 다음주에 만나는 덴티스트를 위해 소견서도 써드리고요."
 
엑스레이도 주겠다고 하더니 A4용지에 인쇄해 왔는데 희미해서(지들도 웃긴지 웃더라 허허)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휴대폰으로 화면을 찍어가란다...
네...
 

 
아무튼 윗니 발치를 시작했다. 
 
두 젊은 선생님 모두 경험이 부족해 보였지만 큰 장점은 매우 신중하고 배려가 깊었다는 점이다.
내가 비명을 지를때마다 마취주사를 몇 방이나 더 놔주었다. 결국 원래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이 놨다고 했다.
마취 주사를 놓고나서 보통 10분 정도 기다리지 않나? 이들은 주사를 놓자마자 바로 발치를 시작해서 초반에 더 아팠던것 같다. 
두 사람은 생각처럼 잘 되진 않던지 석션과 발취 역할을 몇 번이나 서로 바꾸었는데 둘 다 조심스럽게 해 주어서 무섭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 격려하고 조언해 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몰입해버렸다ㅋㅋ 멋진 청년들이었군!?  
 
결국 이가 쑤욱 하고 뽑혀나왔는데 이들은 나 만큼이나 좋아하는 듯 했다. 
 
"이 뽑은거 보실래요?" 
 
무슨 출산했냐고ㅋㅋㅋ 얼마나 잘생긴 이가 나왔는지 좀 보자..

"잠깐만 줘보실래요?" 
 
아직 다 안끝났는데 내가 너무 감격스럽게 이를 쥐고 있으니 나더러 집에 가져가라며 작은 봉투에 소듕히 이를 담아주었다. 몰랐는데 사랑니 옆쪽에 두군데나 충치가 있었네. 이러니 시렸지... 
 
잠시 후 발취한 잇몸을 꿰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구석이라 잘 닿지가 않는다며 애를 먹었다. 마침내 "가위" 라고 요청하는 말에 옆에 보조하던 총각이 "이제 이것만 자르면 마담은 자유예요." 라며 가위를 내 입안에 들이댔다. 
 
싹둑 
 
근데 안잘렸다. 
 
싹둑싹둑 싹둑싹둑 여러번 시도를 하는데 가위가 안들었다. 
 
나는 순간 푸웁-하고 웃었고 꿰매던 총각도 웃었다. 그는 진료실 안 서랍을 다 뒤지더니 두번째 가위를 찾아서 들고왔다. 근데 그것도 안들었다. 
 
싹둑싹둑 싹뚝 슥삭슥삭
 
"그거 칼인가요?" 
 
내 말에 둘 다 웃음이 터졌다. 
 
결국 그는 옆진료실로 가위를 빌리러 나갔다. 아직 내 잇몸에 연결된 실을 쥐고 있던 총각이 이 진료실에 있는 가위는 다 갖다버려야겠다며 웃었다. 
 
아무튼 결국 어렵게 구한 세번째 가위로 실을 잘랐다. 
잠깐 혀로 꿰맨 부분을 체크하다가 나는 웃음이 또 터졌다. 바느질이 이게 뭐냐고 ㅋㅋㅋ 실밥이 길게 주욱 늘어서 있잖아 ㅋㅋㅋ 
내 반응에 가위 총각이 다시 입안 실밥을 좀 정리해 주겠다고 나섰다. 성격은 세상 세심한 듯 하다. 가위날과 바느질 실력이 안따라줄 뿐.
 
"실밥이 녹는데는 2주정도 걸릴거예요. 그 전에 실이 탈락해도 자연스러운거니까 당황하지마세요."
 
근데 입안에 실밥들이 굴러다니고 있네...
진료실 안에 입 헹구는 곳도 없어서 침도 못삼키고 일단 참았다. 이따 화장실에 들러야지...  
 
결제는 따로 안해도 된단다. 집으로 청구서가 올거라면서 다 환급 될 거라고 했다.
처방전을 주는데 진통제가 그냥 파라세타몰... ㅠ.ㅠ 나 어제 이거 두 알이나 먹었는데 안 들었다고 말했자나요... 하아... 오늘 저녁에 나 잘 수 있으려나... 
 
조금전에 들어왔던 중년의 덴티스트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셔서 별문제 없었는지 확인하셨다. 두 총각들은 다 끝냈자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쓸대없이 나도 "완벽했어요!" 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왜 때문에 나도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진료실을 나오는데 작별인사를 하며 내가 양 손을 몇 번이나 흔들었는지 모른다. 그새 이 젊은 선생님들한테 정이 들어버렸네. 
 
나중에 닭강정 먹으러 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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