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였다.
배고파. 우리 뭐 먹을거야...?
내 말에 버거씨는 걱정말라고 맛있는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다.

언제 해둔건지 벌써 양념에 재워져있는 튼실한 새우들이 냉장고에서 튀어나왔다.

늦은 점심 메뉴는 바로 파스타였다.
후식으로 우리는 갈레트 데 호아를 드디어 먹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진 갈레트 데 호아가 나오자 아들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파삭한 페스트리안에 달콤한 아몬드소가 들어있서 맛있다.

"갈레트데 호아 먹을때 부르는 노래가 있지 않아?"
버거씨는 그런거 없다고 대답했는데 큰 아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후 버거씨랑 작은 아들도 그 노래를 우렁차게 따라 불렀다.
노래가 있긴 있나보네. 예전에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영상을 본적이 있다.
각자 원하는 조각을 하나씩 골라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갈레트가 너무 커서 반만 잘라 먹었음)그 누구의 조각에도 fève(도자기조각)는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왕이 없는 평화로운 날로~
후식을 먹고 나서 우리는 넷이서 루미를 했다.

둘째 아들이 이겼다.
이제는 낭시로 돌아가기위해 내 짐을 챙길 시간이다.
짐을 다 챙겨서 나왔다가 뒷문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버거씨를 발견했다.
뭘 하는건가 싶어 다가가보니 글쎄 이러고 있네...

낮에 진흙에서 산책을 하고 돌아왔던 내 신발을 조용히 물에 닦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안그래도 된다니까... 내가 대충 물티슈로 닦으면 되는데...

버거씨는 종종 지저분해진 내 신발을 이렇게 물수세미로 닦아주곤 한다.
이걸 보는데 마음이 뭉클하네.
친정 엄마 빼고는 내 신발을 누군가가 저렇게 정성껏 닦아 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무릎은 꼭 그렇게 경건하게 꿇어야 하는겁니까...;;

덕분에 이번 주말도 따뜻하게 잘 보내고 돌아왔다.
사랑받는 느낌을 가득 충천해서 말이다.
*다음날 버거씨는 남은 갈레트를 혼자 먹다말고 왕이 되었다며 종이 왕관을 쓰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버거킹’이라고 불러주며 축하해주었다. 버거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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