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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겨울 강변의 운치

by 요용 🌈 202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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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을 거하게 먹은 후 산책을 나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강변으로 걸어가는 길. 
코는 좀 시려도 겨울 숲과 강변의 운치가 나쁘지 않았다. 

0도의 기온이었는데 간간히 뜨거운 햇살이 내리꽂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 보고 있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건 참 좋은거다. 
어느정도 걷다보니 몸에 열이 나서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서 버거씨 손을 잡았다. 

꽁꽁 얼어붙은 강을 보니 확실히 낭시보다 이곳이 좀 더 추운것 같다. 낭시에서는 얼음을 본 적이 없으니까. 
 
얼음으로 덮힌 강을 보니 어릴적 내가 자라온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어린시절에도 나는 겨울이 되면 알 수 없는 울적함을 느꼈던것 같다.
 

 


어느순간 꽥꽥거리는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범인은 바로 이 녀석들! 
철새들로 보이는데 어찌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안녕~!!" 
 
나는 손을 흔들면서 큰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이 새떼들의 소음이 뚝 멈추었다. 

우리가 한참 멀어질 때까지 새떼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했다. 
 
"나만 느끼는거 아니지? 쟤네 지금 우리가 사라질때까지 입 다물고 있는거 맞지?" 
 
내 말에 버거씨가 큰소리로 빵 터져 웃었다. 맞단다ㅋㅋㅋ
 
저 이상한 여자가 지나갈때까지는 조용히 있자고 자기네끼리 숙덕거리고 있는 중인듯 하다. 

나는 새들에 빙의된 듯 말했다. 
 
"제군들 조용! 저 여자 중국인 같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못 먹는게 없다는 걸 다 보았지?" 
 
버거씨는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다 말고 겁먹고 얼음이 된 표정을 흉내냈다ㅋㅋ
 
우리가 놀려먹든가 말든가 새떼들은 우리가 완전히 지나갈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버거씨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단다. 
 
내 농담에 숨넘어가게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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