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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오늘은 수제 피자 데이

by 요용 🌈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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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옹빌 기차역에서 나를 픽업한 버거씨는 집으로 가기 전 냉동식품을 파는 마트에 먼저 들렀다. 

"띠리엣..." 

 

조용히 간판을 읽었더니 버거씨가 프랑스어 발음을 정정해 주었다. 

 

"티히에." 

 

프랑스어 발음은 참 재미있다. H랑 T는 완전히 무시당했네. 

 

이곳에서 버거씨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고르라고 했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아이스크림(오예!)이랑 피칸맛 아이스크림 두통을 골랐다. 그리고 '갈렛데호아'도 한 개 골랐다. 그러고보니 요즘 갈렛 데 호아를 먹는 시즌인가보다.

 

집으로 와서 미리 와 있던 아들들과 인사를 했고 "아빠 배고파요."를 시전하는 아들들에 나도 동참했다. 

 

"얼른 피자를 준비할 테니까 먼저 칩이랑 음료수를 마시고 있어봐." 

 

버거씨가 뜯어준 칩 포장지가 예사롭지가 않다. 

 

"우와 오늘 아빠 무슨 일이예요? 피자에 칩까지... 콜라도 사셨어요?" 

 

"그뿐이 아니란다. 아이스크림도 사왔어." 

 

평소 건강식만 고집하던 아빠가 웬일이냐며 아들들이 환호했고 도우 미는데 집중하던 버거씨는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셰리가... 그런거 없으면 여기까지 안올까봐..." 

 

생각지 못한 버거씨의 농담에 나 혼자 제일 크게 빵 터졌다ㅋㅋㅋㅋ 

 

"응 그래서 내가 왔지. 아이스크림이랑 콜라 사 준다그래서 ㅋㅋㅋ"

 

그렇다. 나는 먹을것에 잘 넘어가는 여자다. 

 

피자는 총 4판을 구웠다. 1인 1 피자지만 뜨겁게 먹기 위해서 한판씩 꺼내서 한 조각씩 네번을 나눠 먹었다. 

 

토마토소스때문에 피자도우가 눅눅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소스를 바르기 전에 도우만 살짝 구워준 후에 소스를 발랐다. 과연 그렇게 하니까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에 모짜렐라 치즈가 많이 남아서 한 판은 테두리마다 치즈를 넣어서 치즈크러스트로 구워주는 버거씨. 오예~ 

샐러드를 만들겠다는 버거씨를 내가 말렸다. 이런날은 그냥 샐러드 생략하자~ 

도우가 담백 고소하고 소스는 촉촉- 

파프리카, 쥬키니, 아티쵸크가 들어갔는데 생야채 대신 이미 요리돼서 병에 들어있는 야채들을 사용해서 부드러웠다. 

햄을 미리 넣었더니 오븐에서 익으면서 건조해지길래 햄 종류는 다 익힌 후 마지막 먹기전에 얹어주었다. 

피자에는 역시 콜라지-

 

버거씨는 이탈리아 음악을 재생했다. 

 

"지금 우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와 있는 기분이 들지않아?"

 

자기가 생각해도 피자가 너무 맛있나보다. 사실 그랬다. 도우는 고소 파삭하고 토핑은 촉촉했다. 

수제피자 참 오랜만이다. 

나도 수제피자에 꽤 자신 있고 나름의 레시피가 있지만 이날 버거씨 앞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맛있게 감사히 받아 먹었다. 괜히 또 전생의 기억을 소환해서 무엇하나. 

 

버거씨는 혼자서 요리를 다 하면서도 너무나 행복하단다. 

 

든든한 두 아들과 세상 최고의 여자친구가 함께 하는 주말이라 세상 부러울 게 없단다. 

 

가족의 온기를 나눌 수 있어 나도 고맙고 뜻깊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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