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버거씨는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했다.
"전에 갔던 언덕위에 있는 호텔 기억나? 재즈 연주보면서 칵테일 마셨잖아..."
뭔가 근사한 곳을 가고싶은가본데 애석하게도 나는 구두를 가져오지 않았네. 버거씨는 상관없단다. 그래도 5성급호텔 바에 가는데 운동화는 좀 그런뎅...
그래도 뭐 좋은데 가자니까 나도 좋다. 가져온 옷 대충 걸쳐입고 따라나섰다.
Le Domaine de la Klauss라는 호텔이다. 스파도 꽤 유명한가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문을 닫았다 ㅡㅡ;
나 배고파! 밥때가 지났단 말이다! 이 비상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 (배고파지면 예민해짐)
헛수고한 채 차로 돌아가는데 야경이 너무 예쁘다.
여긴 밤에만 와봐서 낮 풍경은 본 적이 없다.
다음에는 낮에 오자...
버거씨는 고심끝에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차를 돌렸다.
이 레스토랑에도 와 본 적이 있다면서 맛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맛집은 뭔가 이렇게 가정집 느낌이 나야되는가보다.
문을 밀고 들어섰더니 벽난로의 온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다신 나가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우리 여기서 먹자... 무슨일이 있어도...
예약은 안했지만 다행히 빈 테이블로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다. 휴우..
벽 곳곳에 요리도구나 오래된 골동품들이 걸려있었다.
오... 예쁘게 세팅된 식기들을 보니... 갑자기 좋아하지도 않는 레드와인이 땡긴다.
식사를 주문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빵이랑 돼지고기 빠떼를 한덩이 갖다 주었다.
이걸 먹으니 입맛이 제대로 돈다.
하지만 레드와인 부터 두잔 주세요~
오랜만에 기분좋게 와인잔을 부딪혔다.
오늘은 꼭 외식을 하고 싶다던 버거씨덕분에 나까지 기분 전환이 되는구나.
집순이인 나는 그냥 집에서 먹는게 더 좋다고 말하곤하는데 막상 외출해보면 또 신난다.
버거씨가 이집에서 주로 먹는 메뉴는 바로 돼지발튀김(?)요리였는데 애석하게도 이날엔 없다고 했다 ㅠ.ㅠ
주인아저씨는 돼지발튀김(이름을 까먹음ㅋ) 요리를 하려면 48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수급도 그렇고 이렇게 안되는 날이 있다네...
메뉴에 [오늘의 생선]이라는 게 있길래 물었더니 무섭게 생긴 여직원이 설명을 빠르게 들려줬다. 가격을 물으니 35유로라던가...? 비싸...
또다른 돼지튀김 요리가 있길래 그걸로 주문할까 갈등을 했는데 버거씨가 오늘의 생선이랑 돼지요리랑 두개를 시켜서 나눠먹자고 했다.
프랑스인답지 않게 (한국인처럼) 나눠먹는거 좋아하는 버거씨라 참 좋다. (골고루 맛볼수 있는데 프랑스 인들은 왜 나눠먹질 않는지?!)
그렇게 생선이랑 돼지를 하나씩 주문했다.
나눠먹기 좋게 생선이 두 조각이 나오네~
이게 5만원짜리 요리입니당...
돼지스테이크는 28유로니까 4만2천원이넹. (나는 촌스러워서 원화로 맨날 따져본다)
생선밑에 뜨끈한 국물안에 파가 수북하게 숨어 있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동글동글 파스타에 짭짤한 국물이 베어서 떠먹기 좋았다.
어느정도 먹었을때 우리는 서로 접시를 바꿔서 먹었다ㅋ
샐러드랑 감자구이도 함께 나왔는데 특히 이 감자구이가 어마어마하게 맛났다. 누룽지처럼 눌러서 기름에 익힌맛인데 엄청 바삭하고 고소했다!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끝도없이 떨었다.
오늘따라 내가 말이 더 많아서 버거씨는 나더러 취했는지 몇번이나 묻기도 했다. 수다가 폭발해서 미안... ㅡㅡ;
디저트는 집에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버거씨-
맞다... 치즈케이크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사다놓고 안먹은게 있었지...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땐 너무 늦은시각이어서 아이스크림은 다음날 먹었다.
버거씨 잘 먹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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