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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말많은 남자친구가 버거워지는 순간

by 요용 🌈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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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가는 날이 찾아왔다. 
 
여름에 예약했는데... 이 날이 오긴 오는구나. 
 
혼자 치과가는게 무섭다고 했더니 버거씨가 자기네 동네에 있는 치과로 예약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머나먼 티옹빌까지 원정을 가게 되었네... 

사진은 내가 찍은건 아니고 구글에서 캡쳐했다. 
 

치과가 깔끔하고 접수할때 직원들도 친절해서 일단 안심했다.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같이 들어갈까?" 
 
걱정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버거씨에게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응 그럼 나야 좋지." 

이곳에는 입 헹구는 곳이 있다! 컵이 없어서 그렇지... 그냥 뱉기만 할 수 있음.

 
치과의사샘은 바로 이 분이셨다. 마스크 너머로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었다. 

"낭시에 사신다고요? 그럼 낭시로 가셔야지요. 이 지역은 치과가 별로 없어서 지역 주민들이 4-5개월씩 기다리거든요. 낭시에는 치과가 얼마나 많다고요. 얼마전에는 메츠에서 예약한 환자를 거절하기도 했어요. 오늘 급한거는 제가 해드리겠지만 후속치료가 필요하면 낭시에 있는 치과로 가 주세요." 
 
버거씨 괜히 따라 들어왔다가 혼부터 났다.ㅋ
의사샘은 성격이 좀 급해보였다. 말투도 급하고 뭔가 쫒기듯 빨리빨리 서두르는 인상이 환자 입장에서는 살짝 불편했다. 말이 느린 버거씨의 변명따윈 들어줄 시간이 없다는 듯 대답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위에 사랑니를 지난주에 뽑았는데 아래쪽 사랑니도 뽑고 싶어요..." 

내 말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음.. 근데 아래쪽은 윗니보다 발치가 더 복잡하거든요. 제가 오늘 직접 하진 않을거고 스페셜리스트한테 가셔야해요.
 
뚜둥...
나 오늘 왜 온거니...
 
"일단 오늘 위쪽 사랑니 옆에 있었던 치아 옆쪽 충치를 치료할게요. 숨어있던 충치라 발견되기 어려웠는데 사랑니를 뽑고나서 드러났네요." 
 
버거씨는 위쪽 사랑니를 뽑은게 차라리 다행인거냐 물었고 샘은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엑스레이를 두 번 찍었다. 윗쪽이랑 아랫쪽- 

 내 예상과 다르게 아래쪽 사랑니에는 충치가 없단다. 대신 위쪽 충치가 급해보인다고 했다.
 
마취주사를 맞고 잠시 기다렸다. 
 
그 사이 나는 엑스레이가 궁금해서 고개를 살짝 세웠다. 그랬더니 맞은편 의자에 앉아있던 버거씨가 자기를 쳐다보는 줄 알고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네. 
 
“셰리 나 아직 여기에 있어. 다른데 안 가고 있을거니까 걱정마.”

거기 있는거 당연히 알지. 계속 떠들고 있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냐.
근데 여의사가 버거씨말을 듣더니 빵터져서 웃었다. 

“지금 그녀가 당신이 딴데 안가고 남아있는지 체크한거예요? 하하 두분 참 귀엽네요.“
 
버거씨가 세상 흐뭇하게 웃으며 끄덕했다. 마취땜에 입 열기도 성가시고... 그냥 나는 변명하지않고 입다물고 있었다. 
 
 
위잉~~~~ 드륵 드륵...  마취주사를 맞았는데도 나는 긴장이 돼서 몸이 경직됐다.
으... 무셔... 제발 빨리 끝나라...

근데 그 긴장되는 순간에도 우리 버거씨가 자꾸만 의사샘한테 말을건다. 으구 내가 괜히 들어오라고 했나... 

"지난주에 응급으로 낭시 대학병원에서 윗니를 뽑은거거든요. 분명 치통은 아랫니라고 했는데..." 

"그곳에서 옳바른 판단을 한 걸로 보여요. 보통 그곳은 치프 덴티스트가 결정하는데..." 
 
"어린 덴티스트 두 명이서 다 결정하고 발치까지 했다는군요?" 
 
"아, 그렇군요. 아마 통증도 윗니에서 시작된게 맞을거예요. 일전에도 그런 환자가 있었거든요. 아래턱까지 통증이 전해져서 아랫니라고 착각하게 된 경우지요." 

버거씨랑 대화를 하면서 의사샘은 이따금씩 고개를 들고 버거씨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 선생님이 온전히 내 충치치료에만 전념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버거씨가 말을 할 때마다 손바닥을 세워보이며 버거씨한테 사인을 보냈다. 근데 눈치없이 계속 떠들고있네...  
 
급기야 나는 손바닥을 들고 버거씨를 향해 살짝 흔들었다. 그 입 좀 다물라…! 

그때 여의사가 드릴(?)을 멈추고 놀라 물었다. 

"마담, 어디 불편하세요?" 

나는 말을 못하고 살짝 고개 도리도리했다. 

”아, 저더러 말 좀 그만하라네요. 하하 제가 말이 많아서...“
 
이제서야 알아들은 버거씨가 대신 대답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여의사가 또 크게 웃었다. 결국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같이 웃느라 진료가 살짝 지체됐다.
진료실에 델고 들어온 거 후회할 뻔했는데 이제라도 입을 다물어줘서 다행이다.
버거씨는 내 진료가 끝날때까지 합죽이가 되어주었다.
쉽지 않았을텐데.

"와, 그나저나 여기 위에 금으로 떼운거 정말 잘해놨네요." 

역시! 10년도 전에 한국에서 떼운거라고 자랑하고싶은데 입이 봉쇄돼서 말을 못하네.

"일단 충치는 다 제거했고 임시로 뻥스멍을 채워놨어요. 최종적으로는 위에 금으로 떼운것도 제거하고 세라믹으로 다시 씌워야 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낭시에 있는 치과에서 후속 치료를 이어가시는걸 추천합니다."

당일 치료비는 총 38유료를 결제했다. 버거씨말로는 의료보험으로 환급이 될거란다. 그리고나서 카운터 직원은 견적서를 줬다. 

이 하나 씌우는데 600유로다. 우리돈 90만원...
거기서 의료보험에서 60유로가 환급돼서 540이 내 몫이란다. 그러니 견적서를 뮤튜엘(사보험)에 보내서 얼마나 커버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버거씨는 기왕이면 이 치과로 다시 오자고 했다. 의사샘은 좀 투박하긴 해도 거절하진 않을거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곳도 예약하면 다시 몇 달을 기다려야할거란다. 허허… 차라리 한국가서 치료하고말지. 

그나저나 저녁때 버거씨는 내가 손바닥을 들었을때 눈치를 못채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보긴 봤는데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몰랐단다. 다음부터는 바로바로 알아듣겠다고 약속했다. 진료실에 데리고 들어온 걸 잠깐 후회했다고 했더니 버거씨는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웃었다. 
 
뭐 이러면서 서로 적응해가는거지 뭐. 
 
그래도 버거씨 덕분에 하나 하나씩 급한 불들을 끄고 있는 중이다. 
 
고맙다고 수십번 수백번 말해도 모자란 사람. 
 
하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손바닥을 세우면 바로 알아들을거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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