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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 보물창고 (feat.볼로네제 득템)

by 낭시댁 2020. 6. 22.

지난 주에 시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볼로네제소스를 만들어 주셨다. 나중에 이사갈 때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동안 시어머니의 볼로네제소스를 먹을때 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대단한 비법이 있을거라고 믿었으나, 막상 옆에서 지켜본 결과, 특별한 재료나 비법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토마토소스, 마늘, 양파, 샐러리 당근, 올리브오일조금... 모두 평범한 재료였다. 

다만 소고기는 품질이 좋은걸로 사오셨다. 가게에서 주문 했을 때 고기가 갈려서 햄버거 스테이크처럼 모양이 잡혀 나오는 기계가 신기했다. 

간 소고기를 후라이팬에 볶고 토마토소스와 함께 미리 갈아둔 야채에 섞으셨다. 거기에 소금이랑 타임도 조금씩 넣고 100분동안 약한 불에 끓이셨다. 맛의 비결은 그저 재료와 정성이었던 듯 하다.  

양이 많아서 써머믹스에도 만들고, 남은 분량은 냄비에다 동시에 만들었다. 



"자, 거의 다 된것 같으니 지하실에 내려가서 빈병을 직접 골라보자~"  

우리는 지하실로 따라 내려갔다. 



"갑자기 자연재해나 봉쇄가 발생한다고 해도 우리집에는 지하실에 이렇게 먹을게 많아서 끄떡 없단다. 호호~"

시어머니는 정말 틈이 나실때 마다 부지런히 각종 잼, 과일 넥타, 볼로네제소스, 토마토 소스, 고기패티 (빵에 발라먹는다) 등을 만들어서 지하실에 보관하신다. 그리고 야채들도 익혀서 밀봉해 두셨다가 드시기도 하신다. 넓은 지하실 곳곳의 서랍과 선반에 먹을 것들이 저장돼 있다. 

맨 아래 유리병두껑에 적힌 숫자는 만들어진 년도를 적기도 하시지만, 어떤 숫자들은 요리책 페이지번호라고 하셨다ㅎㅎ
한국에서 어느 종갓집 장독대를 구경하는 기분이 이럴까.. "이건 3년전에 만든 패티란다."


구석에 자서방이 어린시절 사용하던 낡은 옷장도 보여주셨다. 

자서방이 아주 어릴때 쓰던건데 너무 애착이 가서 못버리셨다고.. 볼품없이 낡았지만 여전히 지하실에서 제 용도를 다하고있는 중이다. 자서방도 이걸 보면서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도 이거는 못버리겠다고 ㅎㅎ 


내가 가져갈 볼로네제소스를 담기 위해 병을 고르라고 하셔서 큰걸로 두개를 골랐더니, 작은것도 두개 더 얹어 주셨다. 많이 만들어 주시려나보다! 야호~

 

스팀오븐으로 병을 소독하셨고, 병두껑을 일일이 확인하시더니 아주 살짝 찌그러진게 있어서 새걸로 교체해 오셨다. 약간이라도 변형된게 있으면 밀봉이 안된다고 하셨다. 

완성된 소스를 가득 담아서 다시 스팀 오븐에 20분을 더 돌리셨다. 한번 더 소독하시려나보다. 이렇게 하면 몇년씩도 보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다 완성한 후에 시어머니와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요리할때 내가 옆에서 구경하는걸 즐기시는데 이날 특히 기분이 좋아보이셨다. 초코아이스크림도 최고~ 

저녁에는 밀봉하고 남은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맛이야 두말 할 것도 없이 따봉이었다. 온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집밥 메뉴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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