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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냄비밥에 감탄하신 프랑스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0. 6. 19.

자서방 삼촌의 장례식으로 1박 2일간 집을 비우신 시부모님. 
시어머니는 우리가 굶을까봐 걱정이 되시는지 나와 자서방에게 끊임없이 메세지를 보내셨다. 그렇게 많은 음식과 식재료들을 채워놓고 가셨으면서도 말이다. 

오랫만에 단 둘이 단촐하게 저녁식사를 하게 된 우리는 각자 원하는 음식들을 대접에 따로 담아 전자렌지에 데운 후, 소파에 앉아 미국시트콤을 보면서 식사를 했다. 맥주병도 하나씩 들고서- 

"이런거 절대로 어머니께 말씀 드리지마. 걱정도 많으실텐데 우리가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

"우리엄마는 와이프가 집 태울까봐 걱정되시나봐. 자꾸 와이프 안부를 묻네. 와이프한테는 내 안부 물으셔?"

"아니, 고양이들 안부만 물으셔-"

 
 

 
 
다음날 오후에는 시부모님이 돌아 오셨을때 같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카레와 밥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문제는 밥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당황을 했다는 점-
내가 고장낸 걸까-

씻은 쌀이 담긴 밥솥을 이리저리 들고 다니면서 전기코드를 찾아 죄다 꽂아 보았지만 여전히 작동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냄비에다가 밥을 했다. 

자서방은 절대 안될거라고 했던 냄비밥- 

참나.. 안되긴 왜 안되니.. 학교 다닐때 야영가면 다 이렇게 했다고.... 우리조 애들은 항상 나에게 물량을 물었었지.. 왜 그랬니.. 나도 쥐뿔도 몰랐는데..

아무리 말해도 안듣던 자서방은 나중에 밥이 완성 되었을때도 여전히 못미더워했다. 

시부모님이 돌아오시고 저녁을 차리면서 시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카레가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맛이 있어야만 할 것이야!" 

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단호하신 목소리에 나는 긴장을 했다.
혹시 밥솥도 내가 고장낸건 아니겠지... 그건 아직 말씀드리면 안되겠다..
 
 

 
 
식사를 시작하는데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소리 치셨다.

"쎄봉! 쎄 트헤트헤트헤 봉!!" 

이건 최고의 찬사다. 정말 맛있을때만 외치시는 그 문장!! 

"밥도 맛있고 카레도 맛있다. 대체 밥은 냄비로 어떻게 한거니??"

"그게.. 밥솥에 전원이 안들어오더라구요... 어쩔수 없이 냄비로 했어요.." 

"아 그거? 맞아 고장났어. 깜빡하고 말을 안했네. 미셸! 내일 그거좀 고쳐봐요!"

자서방은 식사 도중에도 연신 내 어깨를 감싸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정말 냄비로 밥이 되는지 몰랐어. 심지어 더 맛있는거 같애. 와이프가 정말 자랑스러워. 카레도 정말 맛있다!"
 
 

 
 
 

 
 
시어머니께서는 거듭 물으셨다. 냄비로 밥을 어떻게 했는지를 말이다. 

"그냥 똑같이 했어요. 대신 물을 조금 더 붓고요. 두껑 덮고 중불유지하다가 끓으면 아주 약하게 낮추면 돼요." 

"두껑은 계속 덮어놔야 되니?"

우리 시어머니는 밥솥에다 밥을 할 때도 자주 열어 보신다 ㅡㅡ;; 아무리 말려도... 궁금해서 못참겠다며... 

"궁금해도 절대 열어보시면 안돼요. 증기가 유지되는게 중요해요." 

"미셸이 밥솥을 못고치면 냄비로 밥하는것 좀 배워놔야 겠구나." 
 
식사 후에도 자서방은 오늘 너무 자랑스럽다며 오랫동안 꼬옥 안아주었다. 

"이래서 우리 부모님이 널 사랑하는거야..."

냄비밥을 했을뿐인데 마법사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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