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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반짇고리를 물려받았다.

by 낭시댁 2020. 6. 25.

아침마다 쌀쌀하더니 어제부터는 제법 해가 쨍쨍한것이 여름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에 시어머니께서 테라스 테이블로 이것저것 늘어놓으시며 나를 부르셨다. 

"너한테 줄 게 있단다."

"너 반짇고리 가져본 적 없지? 내가 쓰던걸 물려 주려고. 사실 나는 이 검은 상자를 너한테 주고 싶은데 이건 부르노(자서방 동생)가 선물로 준 거라 줄 수가 없고 대신 내가 오래 사용해 오던 걸 너한테 줄거야. 나는 두개나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네가 필요할 만한 것들을 몇가지 담아 줄거란다."

 

어느새 다가와서 옆에 앉은 이스탄불
사진 촛점이;;;

골무도 하나 주셨고,

바늘귀가 안보일까봐 이런것도 주셨다. ㅎㅎ

"저 이건 없어도 될 것 같은데요, 전 눈이 좋거든요." 

"너도 멀지 않았단다. 날 믿으렴... 그게 꼭 필요할거야." 

인자하게 웃으시는데 기분이 찜찜하다.. 

진상이 테이블 위로 난입했다. 

"자, 어떠니? 아직 많이 비었지만 내가 좀더 채워줄 게 있는지 찾아보마. 그리고 너희 어머니께도 자랑하렴. 시어머니가 줬다고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그러다 눈에 띈 문제의 그 바늘꽂이. 

어린 시절 자서방이 학교에서 만들어서 시어머니께 드린 바늘꽂이다. 이걸 보고서 우리는 또 지난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저두 자서방더러 바늘꽂이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요. 다른 색깔로요 ㅋㅋㅋㅋ" 

관련 포스팅: 시어머니의 반짇고리와 소년 자서방

"너두 어릴적에 부모님께 이런 선물 드린 적 있니? 학교에서 숙제로 만든거라던가.." 

"네. 한국에서는 어머니날이나 아버지날 대신에 어버이날이 있어요. 그 날을 위해 학교에서는 항상 부모님께 드릴 종이꽃을 만들죠. 부모님들은 그 꽃을 하루동안 가슴에 달고 지내야 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챙피하다고 한번도 달지 않으셨어요. 제가 만든게 챙피하셨나봐요ㅎㅎ" 

"오, 그럼 안되지. 종이꽃이면 나보다 낫구만. 나는 우리집 아들들이 파스타로 만들어온 목걸이를 하루 종일 걸고 다녀야 했는데!" 

"파스타요? 먹는 파스타요?"

"그래. 그 파스타. 그걸 실에다 엮어서 목에 걸어주는데, 오 완전 멋지다! 예쁘다 이런말도 해줘야만 했지." 

"정말 예뻤어요?"

"오, 전혀. 너라면 면으로 엮은 목걸이가 예쁘겠니. 그것도 남자아이들이 오죽이나 예쁘게 만들어서... 그래도 웃기니까 걸고 다녔지뭐.." 

"그리고 다음날 끓여드셨나요?ㅋㅋㅋ" 

"잘 간직하겠다고 거울위에 고이 걸어놨다가 애들이 학교에 갔을때 쓰레기통에다 버렸지뭐. 종이꽃이었다면 난 기쁘게 달고 다녔을거야.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거라. 나는 국수목걸이 하고 다녔다고..."  

오늘도 어린 시절의 귀여운 자서방을 만났다. 

귀엽지만 손재주는 없었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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