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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에서는 엄마 친구가 내 친구

by 낭시댁 2020. 6. 28.

아침일찍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와 시장에 가신다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저녁에 내 친구 한명을 식사에 초대했단다. 2년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지. 굉장히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란다." 

시부모님께서는 저녁식사를 위해 바게뜨빵, 치즈, 샐러드 등등을 사 오셨고, 오후에는 디저트로 먹을 살구 클라푸티도 미리 만들어 두셨다. 

집에 손님이 오는건 좋은거구나~!!

마치 어릴적 손님맞이를 위해 엄마가 요리를 하실때 옆에서 구경하면서 들뜨던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녁 7시쯤에 친구분이 오셨다. 

코로나때문에 볼인사를 나누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명한명 눈을 맞추며 친밀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나와 자서방에게는 특별히 "아이들"이라며 막대 초콜렛을 따로 사오셨다. 

 

 

시어머니께서 항상 우리를 "아이들" 이라고 부르셔서 본인께서도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하셨다고- 

나는 정말 아이처럼 좋아했고 그 앞에서 자서방도 "넌 어떤걸로 할래? 나는 밀크맛!" 이러면서 맞장구를 쳤다.  

 

 

자서방은 잔을 내 오고 시어머니께서는 초리소와 비스킷, 시아버지께서는 샴페인을 내 오시며 금방 간단한 식전주 테이블이 차려졌다. 내가 샴페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아는 자서방은, 샴페인 대신에 소떼른 와인을 마셨다. (본인도 샴페인 별로 안좋아함).

근황을 묻는 대화에 이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화기애애한 대화가 두시간넘도록 이어졌다. 

자서방이 부모님보다 더 많이 친구분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님 친구가 곧 내 친구구나...

자서방의 친구들도 시부모님과 격식없이 굉장히 친밀하게 지낸다. 

가족중심의 프랑스 문화가, 친구를 사귈때 조차 그 친구의 가족까지 모두 친구로 만드는 것 같다. 

나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느새 쭈삣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설픈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에 참여하고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어머니께서는 어느새 다이닝룸의 테이블보와 접시까지 새걸로 바꾸셨다. 접시는 얼마전 새로 사오셨다.

부지런도 하시다.

 

 

저녁 식사를 위해 테이블로 장소를 옮겼을때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메인은 모노프리에서 사온 훈제연어예요. 내가 훈제 한거 아니고 시판 훈제...호호. 대신 소스는 내가 플레인요거트로 만든거고." 

 

 

구운감자가 너무 맛있었다. 연어야 뭐.. 항상 맛있음-

그나저나 접시가 커져서 더 많이 먹게 되었다.  자리가 남으니 자꾸 더 담게 됨..

 

 

식사후에는 치즈를 바게트에 곁들여 먹었다. 

내가 점점 치즈를 많이 먹는다며 시어머니께서 내가 프랑스에 적응 다 했다고 말씀하셨고, 자서방도 내가 와인이랑 푸아그라를 좋아한다고 거들었다. 자기몫까지 자꾸 뺏아먹는다며 내가 좀 덜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ㅋㅋ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코로나에 대해서 얘기를 할때는 자서방과 시어머니께서 한국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서 열심히 친구분께 설명을 해 주었고, 북한 이야기가 나왔을땐 열심히 내 짧은 어휘로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드렸다. 

 

 

후식은 시어머니표 살구 클라푸티-

채리클라푸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맛있었지만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자서방은, 이정도 배부른 건 약과라고 했다. 예전에는 시어머니께서 손님이 오시는 날에는 정말 엄청나게 준비하셨다고. 먹고나면 뭐가 또나오고 또나오고 ㅋㅋ 무슨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화이트와인도 벌써 4잔을 마셔서 기분도 알딸딸하고.. 딱 들어가서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거실로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이어갔고 친구분께서 사오신 초콜렛이 등장했다. 

아 이건 먹어야지...

친구분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낭시 초콜렛이 특별한걸 알고 있나요? 초콜렛이 모두 맛있긴 하지만, 낭시 초콜렛은 특히 더 맛있어요. 그리고 낭시에서도 이 집이 제일이죠-" 

초콜렛 상자를 보자마자 나도 알아보았다. 저 상자는 배신하는 일이 없다는것을 말이다 ㅎㅎ 우리 시아버지의 단골가게 상자니까-

자정이 다 되어서야 친구분께서 떠나셨다. 

정말 온식구들이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ㅎㅎㅎ 

 

 

다음날 아침에 내 소듕한 막대 초콜렛을 한번 더 보듬었다. 자서방은 저거 먹으면 살찌니까 내가 두개다 먹어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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