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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야외 자쿠지를 설치한 프랑스 시골집

by 낭시댁 2020. 7. 3.

시어머니께서 파티마네 집에 갔다가 그 근처 농가에 유기농 기름을 사러 갈거라고 하셨다.

자서방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부모님과 함께 파티마네 집으로 먼저 갔다가 그곳에서 자서방과 시아버지는 남고 파티마의 차를 타고 시어머니와 나만 농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파티마는 시어머니와 함께 일했던 동료인데 나이로 보면 시부모님보다는 우리 부부와 더 비슷하다. 파티마의 남편과 그 아들 노암 역시 우리 부부와 시부모님과 모두 살갑게 지내기때문에 온가족이 서로 친구인 셈이다. (비록 나는 작년에 처음 만났지만-) 나는 프랑스의 이런 부분이 참 좋다!  

관련 포스팅 : 프랑스는 시골집도 이렇게나 멋지다...

우리가 그 집앞 골목에 도착했을때 그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바베큐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노암과 그의 아빠 마누도 거기에서 어울리고 있다가 우리차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고나서 곧장 집으로 따라 들어왔다. 시골이라 그런지 동네 사람들끼리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듯 했다.

집앞에 있는 '나름' 시골 분수대의 꽃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 
집앞에서 트랙터를 타고 가던 카리스마 넘치던 농부아저씨

 

난 얼마전에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주신 곰돌이 초콜렛을 안먹고 가져와서 노암에게 주었다. 속은 마시멜로로 채워져 있어서 먹을까 말까 망설이던 중에 마침 노암이 생각나서 들고 온 것이다. 

그런데 16살밖에 안된 노암의 손에 맥주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아빠인 마누는 동네 사람이 준다고 덥석 받아 들고 오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넌 초콜렛먹고 맥주는 아빠 드리렴~"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기고양이들이 나타나서 내 심장을 공격했다.  

으악!!! 

얘는 반달곰같이 가슴이 하얀색 무늬가 있다. 

둘이 자매인데 근처 농장에서 얼마전에 데려왔다고 했다. 생후 3개월쯤되었는데 우리 시어머니가 안아주자 시어머니 목을 핥았다. 

아깽이들과 길고긴 인사를 마친 후 둘러보다가 자쿠지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자쿠지를 보러 올라가자 마누와 그의 아들 노암이 나를 따라 올라오면서 신나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 크레인으로 자쿠지를 내려놓는 장면과 저 계단등을 직접 만드는 과정의 사진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저기에다가 장작으로 불을 지펴서 물을 데운다고 했다. 겨울에는 엄청 낭만이 있을것 같다. 

최대 4인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어서 온가족이 같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진심 부자가 아이같이 좋아하며 들떠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물에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의자도 설치해 두었고 그 옆에는 물을 데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장작도 쌓여있다. 

노암과 마누는 아직도 한창 들떠서 자쿠지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시어머니께서 빨리 내려오라고 부르셔서 어쩔수 없이 프리젠테이션(?)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ㅎㅎ 파티마와 시어머니와 함께 주변 농장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자서방과 시아버지는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농장 두군데를 방문하고 (농장 방문기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우리가 돌아왔을때 자쿠지에서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노암이 자쿠지의 첫 이용을 위해 탈의를 하고 있었다 ㅎㅎ 그의 아빠 마누가 "물의 온도가 알맞다"로 소리를 치자 시어머니께서 "파스타를 넣어라!" 라고 하셨고 자서방은 닭을 넣으라고 했다 ㅎㅎ

끓는 물에는 닭대신 앙상한 노암이 들어갔다. 

 

처음 이 집을 왔을때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 보니 더 아름다웠다. 

저 넓은 뜰에 아기고양이 두마리와 닭 두마리가 자유로이 거닐고 있었다. 

닭에게 이름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사만다안토니오로 지어주고 올 걸-

아무의미 없다. 그냥 삼시세끼 정선편이 생각났을 뿐-

자쿠지의 첫 시연을 위해 정신없는 아빠와 아들

내 집앞뜰이라 외부인들이 볼 일도 없고 거기다 언덕에 있어서 아름다운 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도 있다. 나도 겨울에는 저기서 반신욕하면 너무 좋겠다. 

아깽이들이랑 닭들이랑 서로 무심했다. 서로 투명 취급하는것 처럼- 

시어머니 품에서 잠이 든 반달곰

 

자쿠지를 마친 노암도 합류해서 다같이 그늘진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시아버지께서 사오신 슈크림빵을 먹었다. 

나에게 있어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건 와인도 아니고 바게트도 아니다. 난 이 슈크림빵이 제일 좋다 ㅎㅎ 위에 하얀색에 초록 피스타치오 조각이 달려있는게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는데 속에 슈크림도 초록색 피스타치오맛이다. 으아.. ㅜ.ㅠ 백개도 먹을 수 있음..

사만다와 안토니오- 

쟤들은 내가 지들 따라다닌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랬단다 얘들아.

100년이 넘은 집을 사다가 옆에 네모난 건물을 새로 지어서 확장했다고 한다. 집 두채가 내부는 연결이 돼 있다. 

저 체리나무에서 내가 입을 벌리고 있는걸 봤는지 마누가 체리를 한줌 따다주었다. 

못난이 체리들이라 별 기대없이 먹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놀랬다. 

내가 집이 예쁘단 소리를 너무 많이 했던지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때 시어머니께서 시댁집이랑 파티마네 집 중에 어디가 더 좋냐고 물으셨다. ㅎㅎㅎ 당연히 시댁이죠! 파티마네도 좋지만 시골이라 운전을 못하면 낭패니까.... 

농장 두군데를 방문하면서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프랑스의 시골 구석구석을 이렇게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는 나는 정말 행운아라고-

그리고 내옆에서 항상 웃겨주시고,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맛보여주시려고 애쓰시는 우리 시어머니를 만난것도 나는 어마어마한 행운아임에 틀림이 없다. 가끔 뻥으로 나를 놀리긴하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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