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가 사주신 못난이 화분

by 낭시댁 2020. 6. 18.

시부모님께서 시아버지 동생의 장례식을 위해 부르주로 떠나신 다음 날.

이른 아침 출근하던 자서방은 아직 자고 있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는 속삭였다. 

"부모님은 오후 늦게 오실테니까 오늘은 늦잠 자- 고양이들도 내가 벌써 밖으로 내보냈어." 

뭐 평소에도 시부모님때문에 일찍 일어나는건 아니었지만.. 그래.. 그러자~  

기분좋게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샤워도 하고 아침도 먹었다. 

오전 10시쯤 시어머니로 부터 메세지가 왔다. 

"간밤에 잘 잤니? 우리는 지금 출발 했단다. 고양이들은 너희와 같이 잤니?" 

"모웬은 자다가 나가서 거실 캣타워에서 잤고요 이스탄불은 저희랑 같이 잤어요. 혹시 몰라서 밤새 문은 열어놨구요~ 자서방과 저도 잘 잤어요" 

시어머니는 역시 자서방 안부 대신 고양이들이 간밤에 어떻게 잤는지를 제일 궁금해 하셨다.

"오시면 피곤하실테니까 제가 밥이랑 카레 해 놓을게요. 서랍에 있는 고형카레요. 괜찮지요?"

"그럼 좋지. 넌 항상 우리에게 친절하구나."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로 볶음밥을 만들어서 점심을 먹은 후, 카레 만들기를 바로 시작했다.

자서방이 먼저 퇴근해 왔고 곧 시부모님도 돌아오셨다. 

퇴근후 녹초가 되어 늘어져있는 자서방을 대신해서 내가 대문에 나가 가방을 받아들었다.  

"오 집에 오니 너무 좋구나. 역시 이 나이에 장거리는 힘들어. 그래, 내 아들들은 어딨니?" 

우리는 바로 앞에 늘어져있는 자서방을 그대로 지나쳐서 고양이들에게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밖에서 놀다가 마침 들어와 있네요." 

 

시어머니께서는 잠시 앉아 쉬시며 콜라를 한잔 드신 후 이것저것 짐을 푸시며 분주하셨다. 

"이 화병 어때?" 

시어머니께서는 새로 사오신 화병으로 장미꽃들을 옮기시며 모두에게 물으셨다. 

 

 

 

 

....안이쁘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을때 시아버지께서 먼저 예쁘다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다시 물어보셨다. 

"...예뻐요"

"솔직히 대답해다오. 저 화병이 예쁜지 나는 너의 솔직한 의견이 필요하단다." 

"음.. 솔직히 색이 너무 화려한거 같아요. 꽃보다 더 화려하잖아요.. 그리고... 저건 일본인형같아요! 자뽀네!!"

시어머니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말씀하셨다.

"저거 너 주려고 사온건데.."

"아하하하.. 너무 예뻐요. 새집이 아주 환해지겠어요" 

앞에서 조용히 계시던 시아버지까지 소리내 웃으셨다. 난 내가 꽤 괜찮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

"다행히 널 위한 화병이 하나 더 있지~ 맘에 안드는 걸 억지로 사용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만일을 대비해서 두개를 샀단다. 저건 내가 골랐고 미셸이 고른거도 가방에 있어. 잠시만 기다리거라~"

잠시후 시어머니께서 상자를 꺼내오셨는데 다행히(?) 너무 마음에 들었다.

 

 

 

 

 

상자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시어머니께서 당황하시며 가게의 여사장을 살짝 저주하셨다. 아주 살짝..

27유로면 비싼데용...

"저거도 가져갈래? 일본인? 중국산이겠지만.."

"아... 아니요..."

"그래 뭐 내눈엔 예쁘기만 한데.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구나. 나도 마음에 안드는 선물 받아봐서 알거든. 맘에 안들어도 사용안하면 미안해서 억지로 사용해야 하잖니. 이거 정말 마음에 드는거 맞지?"

"네!! 감사합니다!"

"미셸이 보는눈이 더 좋았구나."

시아버지께도 감사인사를 드렸다. 

 

잠시후 내려온 자서방은 저 일본인형 화분이 내껀줄 알고는 나와 시어머니께 아는척하는 말투로 말했다. 

"오~ 예쁘다. 이거 한국 전통의상 맞지?" 

아니거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