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새출발120 손을 내밀었더니 필요한 도움이 딱딱 나타났다. 남편은 위자료는 커녕 재산분할도 없을거라고 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매달 조금씩 돈을 부쳐주겠지만 얼마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아파트를 구입할때 남편은 나더러 돈 걱정은 말라며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시부모님께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일부는 유산을 미리 받은 것인데 그때 공증인과 서류를 작성한 게 있었다. 당시 나에게도 separation de bien이라는 서류를 서명하도록 했다. 남편은 시부모님께서 요구하신 거라고 했고, 어차피 이혼할 거라는 예상은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서명을 했드랬다. 그 서류는 이혼시 재산 분할에 대한 문서였는데 그때문에 나는 어떠한 재산분할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어차피 위자료는 소송해봤자 얼마 못받는다고 하길래 그냥 나는 다.. 2024. 7. 11. 어렵게 꺼내는 이야기 2023년 여름 어느 저녁 나는 강변 노천 펍에서 에리카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강바람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 링크인을 통해 낯선이가 이메일을 보내온 것을 발견했다. [당신 남편은 믿을만한 사람이 못돼요.] 이렇게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자신이 내 남편과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인사이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나는 별 미친 사람도 다 있네 하며 에리카에게 보여주며 같이 웃었다. 우리는 2020년에 프랑스에 들어왔고 남편은 우울증으로 소파에 누워서 지내는데 그건 몰랐나봐 하면서- 심지어 방콕에서 살던 시절에도 남편은 외박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퇴근하면 집으로 칼같이 귀가하곤 했었다. 나는 남편에게도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고 별 코멘트는 붙이지 않았다. 그냥 보고 웃으라고 보내준건데- .. 2024. 7. 10. 프랑스 젠더... 애매한 순간들 가게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배꼽이 빠져라 웃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 가게에서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데 포장인지 먹고가는지를 구분해서 음식을 준비해 준다. 세사람으로 구성된 그룹의 주문을 SK가 받고 있었고 나는 바로 옆에 서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만한 일에 당황하지 않는 SK가 말을 어버버하고 있었다. 한 명의 주문을 매끄럽게 끝낸 후 다음사람에게 SK가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당신은 무얼 주문하시겠어요 무슈... 마담...?"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살짝 들어 앞 사람을 보았다가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간신히 붙들어 잡느라 혀를 깨물어야 했다. 앞에는 머리긴 여장 남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어로 정중하게 말 할때는 문장 끝에 마담 혹은 .. 2024. 7. 9. 내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2023년 12월. 새롭게 오픈한 작은 한식당에서 바쁘고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던 무렵. 노엘과 연말등으로 시장 사람들은 모두다 들뜬 표정이었다. 남들은 빨리 퇴근하고 싶어 난리인데 나는 퇴근시간이 두려워지곤 했다. 오늘은 집에가서 남편에게 이 얘길 들려줘야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오늘은 남편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현관에서 나를 꼬옥 안아주는 것이 아닐까 기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지만 나를 맞아주는 것은 차가운 어둠속에서 마지못해 걸어나오던 무스카델뿐이었다. 남편은 언제나 소파에 누워서 밤과 낮을 보냈다. 한때 나는 그런 남편에게 엉덩이에서 뿌리가 자라고 있을거라며 놀리곤 했는데 그 일이 있은 후 부터는 내 대화를 전혀 받아주지를 않고 있었다. 남편의 우울증은 10년전 처.. 2024. 7. 8. 맑음 흐림 그리고 다시 맑음 여름 세일기간이라 출근길 시내가 시끌벅적했다. 나도 덩달아 들뜬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출퇴근이 참 편리하다. 내가 일하는 작은 한식당은 시장안에 있다. 오늘은 시장에도 주말이라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오늘 손님이 많겠는걸? 오뎅볶음을 넣은 꼬마김밥을 10줄 정도 쌌는데 한줄만 남기고 금새 다 팔려서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에는 단골 손님들이 많이 오는 날이라 우리는 반가운 인사를 반복하곤 한다. "봉쥬~!" 비빔밥을 항상 두개씩 사가는 비빔밥 아저씨는 바캉스를 가게 되어서 당분간 못오게 되었다고 미리 알려주셨다.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어찌나 다정하신지. 이런 츤데레 단골 아저씨들이 몇분 계시다. 샐러드만 종류별로 포장해 가시던 샐러드 할아버지네는 지난주부터.. 2024. 7. 7. 인사가 늦었습니다. 어느덧 반년이 흘렀네요.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블로그는 저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야하는데 이곳에는 제가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가득한데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포스팅을 더이상은 쓸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댓글조차 읽어볼 자신이 없었답니다. 실수로라도 휴대폰에서 티스토리 앱을 누르게되면 소스라치게 놀래서 얼른 닫아버리곤 했습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해 주실거라 믿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서 꽤 오랜기간 고심했습니다. 수개월 전, 마지막 포스팅을 작성하던 무렵 제 세상의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 쌓아올린 삶이라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어느분께서 댓글로 말씀하셨듯 어떤.. 2024. 7. 6. 이전 1 ··· 17 18 19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