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시어머니로 부터 메세지가 왔다. (피클을 만드느라 정신없을때라 메세지 확인도 늦게 했다.)
"쿠쿠! 너희들을 위한 무언가가 도착했단다!"
"그게 뭔가요?"
"너희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잠깐 들를래?"
보슬비를 맞고 시댁으로 바로 달려갔다. (이곳은 2주째 거의 매일 비가 오고있다.)
문을 열어주신 시어머니와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더니 ㅋㅋㅋ
비를 맞고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며 처량하게 문밖에 앉아있던 이스탄불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고 매우 반가워했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내가 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인 듯 하다.
시어머니께서 모웬뒤에 세워진 커다란 종이 상자를 뜯어보라고 하셨다.
"모웬! 우리 같이 뜯어보자~!!"
이스탄불도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내가 상자를 뜯는데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앞에 앉아서 내 반응을 미리부터 살피고 계셨다.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뜯자마자 나는 빵! 터졌고 시어머니께서 덩달아서 같이 깔깔 웃으셨다.
너무 아찔한 무스카델의 초상화ㅋㅋㅋ 봐도봐도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좀 충격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무스카델이 너무 우아해서 웃겼다 ㅋㅋㅋ
내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웃고 또 들여다보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에 드니?"
"네! 이거 때문에 전에 자꾸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신거였군요!"
"그렇지. 나는 무스카델의 파란눈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원했거든. 이것봐라, 얼마나 아름답니!!"
무스카델의 사진을 까다롭게 요청하신 그 며칠 후 시부모님께서 두분이서 인터넷으로 희한한 컨셉의 동물 사진들을 검색하시며 소곤거리시다가 내가 다가갔을때 꽤 수상하게 후다닥 컴퓨터를 닫으신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살짝 눈치를 채긴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 엄근진한 무스카델의 초상화를 받고 보니... 엄청나다.
"이걸 주문하고 한달 넘게 기다렸지뭐니.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너희가 이걸 볼때마다 웃었으면 좋겠구나. 너희 침대위에 벽이 좀 썰렁한것 같던데 이걸 거기다 걸어놓으면 좋을것 같지 않니?"
"네! 무스카델도 좋아할거예요! 아... 좋아할까요...?"
갸우뚱...?
모웬! 인사해. 너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무스카델이란다!
하지만 모웬은 무스카델의 얼굴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아서 그린빈을 다듬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그린빈 하나를 모웬에게 휙 던져주셨다. 그랬더니 그린빈에 환장하는 모웬 ㅋㅋㅋ
흥분해서 허공에다 드리블하고 난리났다 ㅋㅋㅋㅋ
아, 이스탄불! 너두 무스카델이랑 인사해!
머...머야! 저리 치우라옹...!
ㅋㅋㅋ 네 눈에도 이건 좀 충격적인거니 ㅋㅋㅋ 그림을 가까이 보여줬더니 이스탄불이 충격받은 듯 뒷걸음치며 도망갔다.
집에 왔을때 나를 반갑게 맞아준 무스카델에게 서둘러 초상화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반응이 너무 궁금한데!!
어때, 마음에 드니? 할머니 선물이야!
잠깐동안 바라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무스카델.
이거 너 잖아!
이게 뭐다냥... 그냥 머리나 쓰다듬어달라냥...
시어머니께서 추천하신 대로 우리 침대 머리위에 고이 세워 놓았다.
무스카델은 요즘 저렇게 낮에 내 베게위에서 낮잠자는걸 좋아한다. 아, 밤에도 내가 잠깐 한눈팔면 내 베게를 저렇게 차지함...
우리가 잘때는 저곳을 자주 왔다갔다 한다. 한마디로 저곳은 무스카델의 공간-
무스카델이 둘이 되었다. 하나는 매우 우아하고 진지하다 ㅋㅋㅋ
실물이 낫다 얘....ㅋㅋ
이 사진을 시어머니께 보내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셨다. 무스카델이 본인의 초상화를 좋아한다고 오해하셨다. 실제로는 무관심- (다행히 이스탄불처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ㅋㅋㅋㅋ)
그런데!
우리 친정식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
다들 영정사진이라도 본듯이 너무 심각하게 쳐다보았다. 이스탄불처럼 뒷걸음치는 표정들 ㅋㅋㅋ
무스카델은 실물이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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