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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매일 하늘을 보는 삶

by 낭시댁 2021. 8. 10.

프랑스에 와서 새로 생긴 일상의 습관 중 하나는 바로 하늘을 자주 본다는 것이다.

코로나때문에 외출도 맘편히 할 수가 없으니 더더욱 창밖 풍경에 집착하게 되는것도 있지만 이곳 하늘은 진심으로 아름답다.
우선 높은 빌딩이 없으니 하늘이 훤하게 보이고, 또 미세먼지가 없으니 더욱 청명하게 보이는것이다.

요즘은 비가 자주 오는데, 그렇다고해서 온종일 하늘에 먹구름이 껴있지는 않다. 비가 오다가도 먹구름 사이로 파란하늘과 햇살이 금새 비추기도 하고, 또 다시금 거대한 먹구름 덩어리가 저만치서 몰려오는것이 미리 목격되곤 한다.

비가오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때문에 다들 우산을 꼭꼭 챙겨쓰는데 이곳사람들은 왠만한 폭우가 아니면 우산도 잘 안챙긴다. (동남아 살때도 게이 친구가, 우산은 게이들이나 쓰는거라고 말한적이 있긴 하지만 ㅋㅋ 매연 심한 동남아와 이곳 상황은 확실히 차이가 있음)

비를 뿌린후 먹구름 사이로 새파란 우물이 생기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우물사이로 곧 태양이 빼꼼히 나타났다.

창문을 활짝열고 환기를 시키며 내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무스카델이 옆에와서 합류를 한다.

별것도 아닌데 옆에 껌딱지처럼 앉아서 나와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무스카델의 존재를 느낄때면 나는 기분이 흐뭇해진다. (사실 얘는 주로 하늘보다는 커튼을 보고 있음)

창문 아래에 작은 숲이 있어서 창문을 활짝열면 숲냄새도 들어온다. 가끔 길잃은 작은 벌레가 들어오긴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방생해 준다.

구름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도 좋지만

나는 뭉게구름이 더 예쁘다.

아침 6시쯤이었나...? 잠이 안와서 일찍 일어났다가 나무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렌지빛으로 물든 석양도 좋고...

깃털처럼 흩어진 구름 조각들 아래로 칼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는 모습도 좋다.

가끔은 서프라이즈로 무지개를 보기도 하고-

처음 한국 이주를 결심하고 취업을 했다가 불과 5개월만에 프랑스로 결심을 바꾼 이유 중 한가지는 미세먼지였다. (잦은 야근과 -빨리 마치려고 저녁도 굶기 일쑤였다 ㅠ.ㅠ- 비싼 집값과... 매일 화가나 있는 사람들 등등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이런 하늘을 매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만으로도 내 인생은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그 아무리 성공한 커리어와도 이건 못바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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