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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오랜만에 만끽한 외식의 즐거움

by 낭시댁 2021. 8. 28.

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 프랑스 시골마을의 저녁 풍경

마누가 저녁식사를 위해 미리 예약한 퐁타무송에 있는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우리-

다른 손님들과 동떨어진 아늑한 테이블을 배정받았다.

식사에 앞서서 우리는 맥주를 먼저 한잔씩 마셨다.

나는 시어머니를 따라서 알자스 맥주를 시켰는데 달콤한 과일향이 나서 너무 맛있었다. 내 스퇄!!

그리고 짭짤한 땅콩이 각자 작은 종지에 서빙되어서 좋았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한차례 쏟아진 후에 금방 그쳤고 오히려 비온후의 저녁공기가 너무 상쾌해서 야외에서의 저녁 식사가 한층 더 설레었던것 같다.

"거봐! 외출하니까 좋잖니!"

내 옆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시던 시어머니께서 내 옆구리를 툭 치시며 말씀하셨다.

"그럼요, 외출하니까 너무 좋아요. 오늘은 특히 더요!"

왼쪽 투명 유리병은 노암이 주문한 레몬에이드인데 투명이라 신기했다. 그리고 오른쪽은 마누가 주문한 알자스 와인- 기대했던것 보다 맛있었다. 내가 시아버지와 마누 그리고 내 잔에 와인을 따른후에 모두에게 물었다.

"노암은 법적으로 술을 마셔도 되지 않나요?"

그 말에 노암과 마누는 좀 격렬한 목소리로 "그럼요! 맞아요!" 라며 격하게 끄덕였고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대답이 없는 파티마에게로 향했다. 노암은 조금만 따라 달라며 이미 와인잔을 나에게 내민 상태였는데 나는 선뜩 따르지를 못하고 파티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끄덕이며 말했다.

"마셔도 되는건 맞는데...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니니까... 그래도 노암이 원하는대로 결정하는거니까 뭐..."

그말에 노암의 잔에 와인을 조금 따라준 후, 내가 중학교때 우리 엄마와의 일화를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떠듬떠듬한 프랑스어로ㅋ)

"제가 중학생때요, 더운 여름이었는데 학교갔다왔더니 엄마가 덥다며 냉장고에서 맥주한병을 컵이랑 가져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갖다드렸더니 시원~하게 맥주를 길게 들이키시더니 혼자 다 못마시겠으니 조금만 마시라고 하시대요? 싫다고 했더니, 계속 계속 마시라고 아까워서 그런다고, 괜찮으니까 마시라고 하시길래 마지못해서 잔을 받았더니 엄마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저를 보시더라구요. 테스트였나봐요.ㅋㅋㅋ"

다들 웃고 있을때 파티마만은 진지하게 엄마의 다음 행동을 물어보았다.

"제가 짜증내면서 맥주잔을 돌려드렸더니, 다시 주시면서 그냥 마시라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고 부모마음은 다 똑같은가보다 ㅎㅎ

맥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동안 본식을 천천히 주문했다.

내가 고른 메뉴는 블루베리 소스 오리필레와 통감자!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시 저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나는 같은 메뉴를 고를것이다. 이거 너무 맛있었다. 블로베리 소스라서 갸우뚱했는데 단맛은 은은하고 뭔가 진한 와인소스 같은느낌이 너무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짭짤한 허브양념에 구워진 통감자가 달달하고 고소하고 너무 맛있었다. 감자가 많아서 반이상 남겼는데 마누, 노암이 마무리해주었다.

미디움레어로 구워달라고 했는데 시어머니께서 옆에서 "뿌앙" 이라고 대신 말씀해 주셨다. 뿌앙은 미디움에 더 가깝지만 프랑스에서는 우리보다 기본적으로 덜 익히기 때문에 뿌앙이 좋은것 같다.

시어머니는 샐러드를 시키셨고 노암과 마누는 햄버거를 주문했다. 마누는 오리고기 패티 마누는 소고기 패티-

파티마는 베지테리언 라자냐-

그리고 시아버지는 그라탕인데 안에 정봉(jambon)이 들어있었다.

모두들 맛있게 먹었지만 내가 주문한 블루베리소스 오리필레가 제일 맛있었을것 같다!

바게트를 블루베리소스에 찍어서 함께 먹어도 너무나 맛있었다!!

한참을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다보다 해가 졌다.

디저트는 배불러서 안먹으려고 했는데... 나만 안 먹고있으면 부러울 것 같아서 나도 시켰다. ㅋ

시아버지와 파티마는 피즈타치오 푸딩을 시켰다. 에스프레소와 작은 디저트들이 함께 나왔다. 파티마가 꼭 맛봐야한다며 강조해서 한입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시어머니와 마누, 노암은 초콜렛 스프링롤을 시켰다. 아이스크림이랑 샹티크림이 같이 나오는줄 알았다며 나도 이걸로 시켰을텐데...!

초콜렛을 감싸서 튀겨냈는데 고소한 튀김과 초콜렛의 향이 너무 아찔했다.

내가 시킨 디저트도 맛있었다. 아이스크림 세 스쿱에 초코시럽이 뿌려졌고 샹티크림과 아몬드 그리고 머랭쿠키도 있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식사했다. 

식사가 끝나고 마누와 시어머니는 서로 계산하겠다며 실랑이를 했고 결국 오늘도 우리 시어머니의 고집이 승리...ㅎ

우리가 식사를 끝냈을때 폭우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시어머니와 화장실을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는 커다란 우박도 내렸다고 했다. 마침 식사를 마친 후라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마누는 다시 일을하러 돌아갔고 파티마는 함께 갔다가 차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 사이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쳤네... 하지만 소리없는 번개가 하늘에서 계속해서 번쩍거리고 있었다. 내눈에는 이것도 신기...

낭시로 돌아오는길에는 밤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달마저도 완벽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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