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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골마을의 저녁 풍경

by 낭시댁 2021. 8. 27.

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아르침볼도를 마주하다. Face à Arcimboldo]

아르침볼도 전시를 열심히 감상하고 있을때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알고보니 모두들 벌써 전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출구로 향할때 전시장 운영이 곧 종료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화장실까지 들렀다가 뒤늦게 미술관을 나왔더니 그 사이 일행들은 기념품점에도 들렀다고 했다.

노암이 사온 그림을 보니 나도 하나 갖고싶었다. 힝... 화장실 가지말걸ㅋ

대신 나는 시어머니께서 퐁피두센터 엽서를 두장 사다주셨다. 야간에는 훨씬 더 아름답구나- 감사합니다!

기차역도 근처에 있는 이 근방이 아무래도 매스의 가장 번화가가 아닐까 싶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나에게 낭시가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메스는 현대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주변을 둘러보시며 간단히 요기라고 하면서 쉬었다 가자고 제안하셨고 파티마는 그녀의 남편인 마누와 전화통화를 하더니, 마누가 지금 일하고 있는 퐁타무송이라는 동네로 가서 다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모두들 찬성했고 나는 자서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퐁타무송가서 저녁먹을거야. 냉장고에 어제 먹다남은 파스타 있고 냉동실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초콜렛콘도 사다놨으니까 그거 혼자머거~"

"오키! 본아뻬티~"

아름다운 퐁피두센터를 뒤로하고 우리는 퐁타무송을 향해 파티마의 차로 출발했다.

메스 시내를 지날때 파티마는 30년전에 일했던 첫직장이라며 길가의 건물을 가리켰다. 나보다 언니인건 알았지만 나이차가 10년 이상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깜짝 놀랬다.

와우... 진짜 동안이시구나. 파티마는 우리 시어머니와 직장동료로 만났고 시어머니께서 은퇴하신뒤에도 두 가족은 여전히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인데 나이를 막론하고 이렇게 친구가 되는 문화는 참으로 부럽다. 어린 노암이 자연스럽게 시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친근하게 (어리지만 매너가 최고임) 대하는 모습도 볼때마다 신선하다.

차안에서 우리는 전시회의 감상평을 서로 나누었다. 이 고급진 대화도 참 신선하다. 시어머니 파티마 노암 모두 열심히 감상소감을 나누었고 평소 말씀이 잘 없으시던 시아버지께서도 한마디씩 열성적으로 거드셨다. 나에게는 그저 프랑스어 듣기연습일 뿐이지만...

퐁타무송 Pont-à-Mousson

낭시와 메스 사이에 위치한 작은도시- 도시라기보단 시골-인데 이곳에서 파티마의 남편이자 뮤지션인 마누가 일주일째 공연때문에 집에도 못오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점점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골 전경이 펼쳐졌다.

Abbaye Des Prémontrés 라는 수도원앞에서 차가 멈춰졌는데 그곳에서는 La mousson d'été 라는 제목의 공연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마누가 일주일째 집에 못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공연이었던 것이다. (파티마말에 의하면 마누는 이 합숙을 아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마누를 만나기위해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유리공예등의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우리 시어머니께서 승려모양의 장식물을 보시더니 "오, 부다구나~" 라고 하셨다.

"부다 아닌데요?"

"중국인 부다는 저렇게 배가 나왔지."

"배나온 부다나 중국인 부다는 없답니다~ 승려겠지요~"

예전에 자서방도 달마 그림을 보고는 중국인 부다라고 한적이 있더니...

마누의 안내를 받으며 골목골목을 걸어서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저녁 7시반쯤이었던 것 같다. 집집마다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가 나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온 마을에 풍기고 있었다. 모든것들이 나에게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일주일만에 만난 노암과 마누부자는 살가운 볼키스와 포옹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껌딱지같이 둘이 딱 붙어있었다. 매너좋은 외동아들이 애교많은 딸노릇까지 다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부러운 남의집 아들 ㅎㅎ (내가 노암을 칭찬할때마다 자서방은 이렇게 놀린다 "미안하지만 너한테는 너무 어려서 안돼...")

작은 마을의 골목을 걸어가면서 특히 좋았던 것은 창살이 없는 낮은 창문들이었다.

창가에 앉아서 이웃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음식냄새, 달그락거리는 식기소리 혹은 가족들의 대화소리 모두 나에게는 동화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해질녘이라 더 마법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시골마을을 걷는게 나는 너무 좋았다.

대성당도 보이고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퐁타무송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우리는 모두 보건(백신)증명서를 준비했다. 종이를 보여주거나 휴대폰앱에 저장된 것을 제시하면 된다.

지배인인듯한 분이 한명한명 QR코드를 찍어서 확인했다.

레스토랑 실내에도 제법 손님들이 있었는데 (레스토랑이 꽤 컸다.) 우리는 마누가 야외로 예약을 했다고 해서 지배인을 따라 나갔다. 우리 테이블은 다른 손님들과 멀찍이 떨어져있는 아늑한 분위기라 너무 좋았다.

엄마 아빠 사이를 황급하게 갈라놓는(?) 눈치없는 노암 ㅎ

이곳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과 저녁식사 이야기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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