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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비온 후 한껏 눈부시던 날

by 낭시댁 2021. 10. 6.

여름이 끝났다. 어차피 덥지도 않았던 여름이라 별 차이는 없지만 비가 부쩍 자주 오는것 같다. 그 비 역시 오래 내리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날씨가 희한하면서도 쾌적하다. 

이날 아침에도 비가 왔다. 

우리 무스카델 맨날 창틀이나 벽만 보고 멍때리더니 왠일로 창밖을 주시하고 있네. 

비가 신기하니? 혹시 가을타니?

 

시어머니께서 토마토를 주시겠다며 가지러 오라고 하셔서 점심을 일찍 먹고 시댁으로 갔다. 

날씨가 무슨 마법에 걸린것 마냥 눈이 부셨다. 방금까지 분명 비가 왔는데... 하늘 뒷편에는 먹구름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로 앞쪽에만 아주 쨍- 

시어머니와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미셸이 아침에 장을 봐왔는데 시장에서 싸지도 않은 토마토를 많이도 사왔지 뭐니. 가격을 안보고 산다니까..." 

그 덕분에 나는 토마토를 얻어먹게 되었다. 

통유리로 시원하게 보이는 파란 하늘을 감상하고 있을때 누군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요용! 왔으면 문 열으라옹!"

시댁의 또다른 즐거움이 바로 이 녀석들이다. 솔직히 고양이들때문에 시댁에 더 자주 오게되는것이 사실이다.

점프 3초 전

모웬이 저러고 각을(?) 재고 있을때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무릎에 올라가려고 살피는거지."

 

아니나다를까 바로 뛰어 올라와서 나더러 궁디팡팡을 하라며 뻔뻔하게 궁딩이를 들이 밀었다.

놀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미련없이 나가버린다ㅋ

시어머니께서 빌베리잼을 더 주신다고 하셔서 (자서방이 빌베리잼이 들어간 스물오레에 요즘 중독돼서 잼이 남아나지를 않는다.) 지하실에 내려갔더니 시아버지께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계셨다. 시아버지께서 은퇴하신 후 하시는 취미생활중 하나이다. 

홈메이드 빌베리 잼 2개, 농장 샐러드 한봉지, 토마토 3개 그리고 난을 만드는 밀가루도 주셨다. 

난만드는 밀가루는 일전에 두개를 사셔서 우리에게 하나를 주셨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막상 만들기가 귀찮다고 하시며 ㅋㅋ 마침 내가 잘 만들어 먹고 있는걸 보시더니 마저 하나 더 내어주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세상이 너무 눈이 부셔서 신기했다.

이런 날씨는 또 처음 보는것 같네...  세상의 채도와 명도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듯한 느낌이었다. 

괜히 설레는 날씨였다. 마흔이 넘어도 설레는 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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