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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코로나... 크리스마스가 불안해진다.

by 낭시댁 2021. 12. 20.

시어머니께서 장보고 오시는 길이라며 우리집에 잠깐 들르셨다.

끼리치즈를 사다주셨는데 요즘처럼 쌀쌀할때 스프에 하나씩 넣어도 맛있고 난을 만들때도 반죽 사이에 넣어 밀어서 구워먹으면 맛있다고 추천해주셨다. (대용량으로 사다주시다니..)

그리고 반죽칼... 집에 있던거는 자서방이 차유리에 얼어붙은 눈을 청소하고 심지어 창틀에 끈끈이 제거하는데도 사용해 버려서 시어머니께 내가 고자질을 했더니 오래전에 쓰시던거라면서 하나 더 갖다주신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드실 콜라를 가져온 자서방에게 시어머니는 훈계와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너, 이거는 부엌에서 쓰는거다! 그러니까 이걸로 다른걸 할 생각은 말거라!"

우리 남편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집에도 저거 있는데 왜 또 가져오셨어요?"

음.. 말을 말자...



자서방과 무스카델까지 우리 모두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나 콜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었는데 시아버지의 친구이신 베르나르 아저씨께서 코로나에 감염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많이 아프신가요?"

"중증은 아니라서 지금 그냥 집에서 격리하고 있어. 근데 정말 무서운건 뭔지아니? 그는 3차까지 백신을 맞았다는거야. 우리처럼…"

아...ㅠ.ㅠ

자서방은 그 연세에 백신이라도 맞으셔서 중증까지 안가신걸거라고 다행이라고 했다.

"… 어디서 감염되신지는 모르구요? 한국에서는 감염경로를 추척하던데요..."

"프랑스는 감염자가 너무 많아서 경로를 추적하는건 이미 늦었어... 하루에 7만명 넘게 감염되고 있다구..."

"그 양반 많이 쏘다녔기도 하고 손주들이 5살, 8살인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구 끌어안고 얼굴에 비쥬를 그렇게나 하더라고. 주변에서 그러지말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애들만 보면 어쩔수없다는거야. 쯧... 이제는 안그러겠지... 한번은 우리집에와서 커피를 마시는데 귀에 끼고있던 보청기를 빼서는 테이블위에 올려놓는거야! 뷁, 데귤라스!!! 그날 또 그 보청기를 그대로 놓고 가더니만 쩌렁쩌렁 웃으면서 가지러 다시 왔더라구!"

우리 시어머니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베르나르 아저씨와 많이 친하시다. 아무리 지적하고 불평해도 베르나르 아저씨께서는 싱글벙글 웃기만 하시고 귀담아듣지는 않으시니 속이 답답하신것이다.

예고없이 찾아오시는 베르나르 아저씨

예고없이 찾아오시는 베르나르 아저씨

시어머니께서 몸살로 여전히 예민 하셔서 집안 분위기가 조금 굳어 있던 늦은 오후였다. 나는 부엌에서 이른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시던 시어머니를 도와 드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초인종

mok0nolg0.tistory.com


"집에서 격리하시는데 가족들은 괜찮아요?

"응, 일단 다행히도 가족들은 모두다 음성이라고하네."

아.. 무증상도 무서운데… 시어머니께서는 아무래도 손주들한테 옮은것 같다고 자꾸 말씀하신다. 요즘 아이들의 감염률이 너무 치솟는 중이라고...

그리고 시어머니께서는 더 섬뜩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금 프랑스에는 가짜 백신패스도 큰문제란다. 인터넷으로 돈만주면 백신을 안맞고도 패스를 발급받아서 레스토랑이나 극장에 출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거야..."

나는 너무 놀래서 할말을 잃었다. 이 무슨 이기적인...

"프랑스에 온 걸 환영한다. 의무는 싫어도 권리는 챙기고싶은 사람들이 넘치는 곳이 바로 프랑스지."



"크리스마스랑 연말이 지나면 아주 폭발적으로 늘겠는데요?"

말없이 끄덕끄덕하시는 시어머니께 자서방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우리도... 크리스마스 파티 이대로 하실거예요…? 취소하는게 좋지 않겠어요? 대학생인 노에미랑 마고도 올테고…"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단호한 표정으로 취소는 없다고 대답하셨다.

"작년에도 우리가 오지말라고 해서 마리네 식구들이 내심 서운해했는데 이제와서 올해도 안되겠다고 취소하는건 나는 못하겠다… 다들 선물도 준비했고 벨기에에서 오는 마고는 이미 기차표도 끊어놨고..."

음...? 그러고보니 대학생 자매인 노에미랑 마고는 우리집에서 묵기로 했는데…

노에미와 마고가 우리집에서 사용할 에어매트리스도 이미 시부모님께서 사다놓으셨다.


좀 걱정되는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자서방의 남자 사촌이 이번에 아깽이를 입양했는데 크리스마스때 데려와서 우리집에 무스카델과 며칠만 함께 둬도 되는지 물어온 것이다. 코로나는 걱정이지만 고양이는 대환영이다! 시댁에는 워낙에 사람이 많은데다 모웬과 이스탄불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었던것 같다.

무식아 너 친구 온대~~~!!!

코로나… 크리스마스... ㅠ.ㅠ… 너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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