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카린의 아들, 가브리엘과의 만남
메인 식사를 끝내고나서 우리는 디저트를 주문했다. 카린은 에그타르트, 가브리엘은 초코타르트 그리고 나는 초코케잌으로 골랐다.
초코케잌은 무조건 커피와 함께 먹어야 두배로 맛있다!! 디카페인으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함께 나온 초콜렛은 가브리엘에게 선물이라고 생색내면서 줬더니 좋아했다.
카린은 디저트를 먹으면서도 한국어 노트를 뒤적이며 공부한 흔적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런 엄마를 보며 또 공부하는거냐며 한숨을 푹 내쉬는 가브리엘.
"가브리엘, 엄마랑 나중에 한국에 여행가서 엄마가 한국어 쓰시는거 보면 엄청 자랑스러울것 같지않아?"
이 10살짜리 소년은 부끄럽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너두 한국어 몇마디 배워두는게 좋을건데?"
"안 배울래요. 어려워요.."
그런데 이 부끄럼쟁이가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하는 말.
"아 근데 저 BTS는 완전 좋아요!"
"아, 정말?? 나도 BTS좋아하는데!!"
솔직히 나는 요리하면서 음악만 종종 듣는 정도지만 이 소년과 대화를 트고 싶어서 양념을 좀 쳤다. 어제는 엄마랑 XXX에 가서 bts관련 XX를 샀다고 자랑하는데... 말을 빨리해서 잘 못알아들었다ㅋㅋ
카린은 사진을 한장 보여주며 추가 설명을 해 주었다.
"아, 프항땅 윗층에 있는 가게인데 거기가면 K팝 관련굿즈들이 많거든. 가브리엘이 BTS를 좋아해서 종종 구경가."
"저 그리고 BTS 스웨터도 있어요!"
갑자기 들떠서 자랑하는 가브리엘의 모습을 보며 카린이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근데 실제 bts가 입던거는 아니겠지...? 사진 없냐고 내가 물으니까 이 소년은 카린더러 자기가 그거 입고 찍은 사진 혹시 없냐며 되묻는다.
"사진 없어도 괜찮아. 집에가서 그거 입고 한장 새로 찍어서 보내주면 되지ㅋ"
고개를 끄덕이던 이 소년은 다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나에게 말했다.
"근데 BTS가 군대에 가게 될까요?"
너 왜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는거냐.. 적응안되게..
"가야하지 않을까... 나라에서 특혜를 주기에는 예민한 부분이고... 또 면제를 해 준다고 해도 BTS는 간다고 하는것 같던데?"
이참에 카린은 또 한국의 남북한으로 분단돼 있는 상황을 가브리엘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국방의 의무가 왜 중요한지를 말이다. 그녀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배운거란다 ㅋㅋㅋㅋ
또 이어지는 가브리엘의 질문,
"아, 한국에선 아침식사로 소고기를 먹는다면서요? 제 친구가 한국여행갔다가 아침에 소고기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대요."
"음.. 한국에선 보통 아침도 저녁식사와 다름없이 먹어. 특히 어릴때는 아침식사를 잘 먹어야 학교에서 더 집중도 잘되는거라고 우리 엄마는 항상 강조하셨어."
카린은 메추리알 장조림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브리엘에게 그걸로 한국식 아침식사를 만들어주겠다고 했고 가브리엘은 좋다고 손뼉을 쳤다. 아... 애교가 뚝뚝떨어지는 아들이라니... 이런 아들이면 딸이 안부럽겠다...
카린은 프항땅(쇼핑몰)에 BTS굿즈를 사러갔다가 내 선물로 노트를 사왔다고 했다. 여기서 사는 노트들은 줄이 여러개 그어져 있어서 불편하다고 내가 말 한 적이 있었는데 한줄씩 선이 그려진 노트를 발견하고는 내가 떠올랐나보다. 세심한 마음에 또 감동이...
우리가 한참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주변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우리는 다음주 카린의 집에서 김밥을 싸먹기로 하고 각자 준비할 재료를 정한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가브리엘덕분에 대화도 더 풍성해지고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식사도 물론 너무 맛있었고!
가브리엘,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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