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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부모님과 다녀온 테네리페 여행

시어머니와 수영장에서 티키타카

by 낭시댁 2022. 6. 19.

오늘도 아름다운 산타크루즈의 아침!

 

수영장에 이른아침부터 사람들이 꽤 보이길래 우리도 조식을 먹자마자 수영장에서 오전을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며칠째보는 똑같은 풍경이지만 절대 질릴수가 없다.

먼저 내려온 나는 오늘도 해가 좋은 쪽으로 자리를 세군데 맡아놓고 시부모님을 기다렸다. 

시부모님을 따라온 바캉스에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휴양이라는 것을 제대로 즐겨본 듯 하다.
다리밑으로 썬크림을 안바르고 누워있다가 종아리와 발등을 홀라당 태웠다.

시어머니께서는 수영복 하의를 찾으셨다며 완벽한(?) 수영복 차림으로 나타나셨다.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의 등에 썬크림을 발라주시는데 어쩜 이리도 보기 좋을까. 저때 나는 옆에서 자서방과 화상통화중이었는데 저 모습을 보자마자 잽싸게 촬영을 했고 자서방은 자기눈에도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좋다며 빠르게 촬영한 나를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수영하는 틈틈히 썬크림을 발랐더니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아주 심한 농담을 하셨다! 

 

"중국인들은 햇빛에 그을리는걸 정말 싫어하더라."

 

내가 중국과 일본에 발끈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자꾸만 더 놀리시는 것이다. 

 

"저 한국인이라고요!"

 

"알지. 근데 조금은 비슷하잖아."  

 

"헐!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시다니요!! 아 그럼 어머님은 러시아인이신가요?" 

 

"러시아인이라... 뭐 좀 비슷하기도 하지.🤣 난 기분 안나빠."

 

요즘 중국만큼 욕먹는 국적이 러시아인데 내가 큰소리로 반격해도 우리 시어머니는 반응이 없으시다. (저녁에 나는 진지하게 중국인 일본인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님은 또 웃으셨다. 나는 약올라 죽을뻔했지만 다행히 그 이후로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라고 더이상 안부르신다.) 

 

어머님께서는 물이 차가워서 도저히 못들어가시겠다며 발만 담그신채로 걸터앉으셨다.  그럴만도 한것이 기온이 고작 22도. 해는 쨍하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나도 처음에는 이가 떨리도록 추웠지만 수영으로 한바퀴 돌고오니 몸에 열이나서 전혀 안추웠다.

 

"움직여야 안추워요. 움직이세요!"  

 

내 말에 용기내서 천천히 발을 깊이 담그시는 어머님. 결국 내가 짓궂게 양손으로 물을 뿌렸더니 어머님께서는 비명을 지르시며 아버님을 찾기 시작하셨다. 

 

"미슈!! 미슈 도와줘요, 얘가 날 괴롭혀요!!"

 

나는 아랑곳없이 까르르 웃으며 계속 물을 뿌렸고 결국 어머님께서는 물속에 풍덩하고 온몸을 담그셨다. 

 

저 중국인이라고 하셔서 복수하고 그런거는 절대 아니예요ㅋ 🤣🤣 

 

뒷끝이 없으신 우리 어머님은 사실 이런 장난 은근히 좋아하신다. 😆😆 

 

어머님은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왔으니 충분하시다며 다시는 안들어가셨고 태닝만 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오늘도 그늘에 누워 아이패드로 독서를 하셨다. 

어머님은 문득 나에게 "아이스크림 사줄까?" 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쫄레쫄레 어머님을 따라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시부모님 두분은 정작 안드시고 딸같은 며느리만 사주신것이다. 

뇸뇸 물놀이 후의 아이스크림!

생각해보니 나에게 맛있는걸 가장 많이 사주시는 분은 시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사랑합니다! 

 

그래도 물 뿌린거는 후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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