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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에서 나름 풍성하게 보낸 나의 추석

by 낭시댁 2022. 9. 16.

지금껏 해외에 살면서 딱히 스스로 명절을 챙겨본적이 없는것 같다.

나는 추석을 맞아(?) 시나몬롤을 만들었다. 추석과는 상관없는 메뉴ㅋ

반죽은 대충 밀고, 설탕대신에 씨앗을 뺀 대추야자를 써머믹스에 갈아서 시나몬가루와 함께 듬뿍 발랐다. 살짝 손가락으로 맛을보니 단팥 앙꼬 비슷한 맛이 나네? 이때부터 성공을 예감...

호두가루도 먹음직스럽게 뿌려주고..

굽고나서는 맨 위에 레몬아이싱도 대충 만들어 뿌렸다.

기대를 안고 커피를 내려서 맛을 봤는데... 맛있긴 한데 대추야자를 좀더 넣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

근데 이걸 혼자 어떻게 다먹지...

자서방은 아침부터 사격연습을 간다고 사라졌고, 시어머니는 단걸 줄여야 한다며 거절하셨다. 맛있는뎅...

문득 혼자서 첫 명절을 보내고 있을 한국인 유학생 열매씨가 떠올라서 점심 먹으러 잠깐 오라고 불렀다.

딱히 음식장만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냉동실이 있다.

얼마전에 만들었던 넴(스프링롤)과 만두.

오븐에 넴을 간단히 데우고 만두국을 후딱 끓였다. 고마운 MSG...

빈손으로 와도 된다고 말했는데 열매씨가 부지런하게도 고구마전을 맛있게 부쳐왔다. 이걸보니 명절 기분이 나네?!

마침 김치도 맛이 잘 들어서 만두국이랑 먹기 딱 좋았다.

워메 상이 너무 휑하다... 먹을때는 참 푸짐한 기분이었는데!

그리고 후식으로 시나몬 롤을 선보였는데 다행히 열매씨가 맛있어해줘서 갈때 왕창 싸보냈다ㅎㅎㅎ 메흑씨 보쿠..

 

그리고 일요일인 다음날에는 한국인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갈때 가져간다고 냉동실에 남아있던 스프링롤을 죄다 꺼냈더니 자서방이 입이 나왔다. 자기꺼라고 만들어놓고 정작 자기는 얼마 먹지도 못했다면서ㅎㅎㅎㅎ

각자 음식 한가지씩을 준비해 오기로 했던 것인데, 다른 분들은 두가지씩도 장만해 오셨다.

잡채, 겉저리김치, 소갈비찜, 생선조림, 제육볶음, 취나물+고사리나물, 모듬전

매콤한 순두부찌개까지!

엄청난 진수성찬이었다. 한국에서도 명절날 이렇게 푸짐하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특히 나는 잡채에다 매운 제육소스를 비벼먹었더니 으메 맛있는거...!
그리고 소갈비찜에 귀한 꽈리고추가 들어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번 추석은 한국분들과 함께 매우 풍성하고 마음 따뜻하게 보냈다.

자서방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자기넴을 다 가져갔다면서...

조만간 또 만들어준다니까 그거는 아무도 주지말란다. 😐 농담하는줄 알았는데 자서방 표정이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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