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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미라벨과 함께 보쥬 휴가를 마무리했다.

by 낭시댁 2022. 9. 19.

호수 물놀이를 끝낸 우리는 낭시로 출발하기 전에 산장 청소에 돌입했다.

우리가 사용한 공간들만 청소한다해도 3층 전체를 아우르는데 역시 아줌마 세명이 모이니 청소도 금방금방 해결되었다. 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쓰레기도 치우고, 침대나 소파도 우리가 사용하기 전의 상태로 모두 되돌려놓았다.

야외에서 사용한 테이블과 의자들은 산장옆에 있는 창고로 넣어두고-

이제 떠나는구나. 자서방이 기다리는 집으로-

3박4일간의 보쥬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름다운 보쥬야 안녕-

마갈리와 작별을 하고 우리는 카린의 차로 산을 내려왔다.

도로 여기저기에 미라벨을 판매한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그렇다. 미라벨을 수확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잠깐 들를곳이 있어. 미라벨을 가지러가기로 했거든."

"아, 그럼 나도 미라벨좀 사야겠다."

"그럴필요 없어. 내꺼 많으니까 나눠줄게."

카린이 미리 미라벨을 주문해뒀나보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우리는 크고 작은 마을을 몇군데나 지나쳤다. 다양한 모습으로 활기찬 일요일의 시골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나에게는 재미였다. 마을 이름을 매번 알려주었지만 그걸 다 기억해 낼 만큼 내 기억력이 좋지를 못하다.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지난 후 우리는 어느 가정집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마당 한구석에 미라벨 두상자만 놓여있었다.

말없이 미라벨 두상자를 차에 싣는 카린.

"돈은 벌써 지불한거야? 아무도 없네?"

"아... 사실은 이거 내꺼야."

내 눈이 휘둥그레지자 웃으며 설명을 계속하는 카린.

"여기 원래 우리 증조할아버지 댁이었거든. 내가 물려받은거지."

앞에 공사중인 이 커다란 집은 원래 증조할아버지의 집이었는데 지금은 두 가족이 빌려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한 집이 정원 (사실 작은 숲수준으로 크다.)에 있는 과실수들을 관리해 주고 수확량의 절반을 카린에게 주는거라고 한다.

하긴 우리 부모님도 시골에 논이 있으신데, 친척이 대신 농사를 지어주고 추수한 쌀의 절반을 우리에게 매년 보내주신다. 물론 우리는 저렇게 멋지고 큰 집은 없다...

카린은 우리집에 나를 먼저 내려준 후 미라벨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집에서 큰그릇을 가지고 다시 내려오라고 했다.

"어차피 이거 나 혼자 다 못먹어. 엄청 많으니까 맘껏 가져가. 시댁에도 나눠드리고."

이런 천사 친구를 보았나...

지옥산행 직후 오후 내내 호수 물놀이 그리고나서 힘들게 운전까지 한 카린은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다음에 만나면 밥이라도 사줘야겠다. 고맙다는 말로도 부족한 멋진 경험을 나에게 선물해 준 고마운 친구.

미라벨 반은 시댁에 갖다드렸다. 씻어서 그냥도 먹고 바나나와 요거트를 넣고 스무디도 실컷 만들어먹었다.


카린의 남자친구는 집에서 스시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 자서방은... 자랑스런 표정으로 혼자 저녁을 뚝딱 해 치웠단다.

사실 아무 기대를 안했으므로 기분도 안나쁘다.

그래도 반갑다고 끌어안고 뽀뽀를 날리는 자서방과 그런 우리 모습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무스카델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다.

나의 홈 스윗 홈

그리고 나는 라면을 끓여먹으며 열심히 자서방과 무스카델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보쥬 여행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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