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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치과, 과잉진료 걱정은 없겠다.

by 낭시댁 2022. 10. 28.

프랑스에 온지 2년반이 되었지만 나는 그 사이 치과를 한번도 가지를 않았다. ㅡㅡ;

그러다 얼마전 작은 문제가 생겼다. 칫솔질을 너무 격렬하게 한 탓에 송곳니 잇몸이 좀 마모가 돼서 오래전 한국치과에서 그곳에 레진을 붙여준게 있었는데 그게 떨어진 것이다. 사실 그게 없어도 전혀 시리지 않아서 상관은 없는데 안보이던 레진뒤에 가려져있던 치석이... ㅡㅡ;

자서방을 시켜서 최대한 빨른 날짜로 예약을 했는데 그게 20일 후였다. 역시 헝데부의 나라... 아무때나 병원이나 치과에 갈수 있는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

그런데 예약일이 다가오자 슬슬 겁이나기 시작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정말정말 친절하고 실력있는 덴티스트라며 걱정말라고 하셨다. 시부모님께서 믿고 추천해주신 분이신데 하도 칭찬을 많이 하셔서 좀 궁금하기도 했다.

"너도 만나보면 꼭 마음에 들거야. 실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거든."

그렇게 찾아간 치과는 한 아파트 가정집같은 곳이었다.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두근두근...
한국 치과에 가면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치아 상태가 더 안좋다는걸 깨닫곤 했는데 오늘은 어떨라나...

드디어 나도 꺅뜨비딸이 생겼다. 처음으로 사용해 봄!


중년의 인상좋은 덴티스트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셨는데, 이미 우리를 잘 알고 계셔서 놀랬다.

"반가워요! 태국에서 오신 큰 아드님이시죠? 동생은 여전히 스웨덴에 살고 있나요? 여긴 아내시군요. 한국인? 프랑스어가 어려울땐 편한대로 영어로 말해도 돼요."

이분 우리 시어머니의 절친이신가 보다.

누가 먼저 진료받겠냐는 질문에 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와이프는 지금 엄청 겁을 먹었어요.ㅎㅎ"

자서방의 말에 그분은 웃으시며 친절하게 진료대로 안내해 주셨다.

그 사이 자서방은 구석에 앉아서 내 진료카드를 대신 기입하고 있었는데 나는 최대한 어디가 문제인지를 스스로 설명했다.

"그럼 우선 스켈링을 하고나서 그 부분이 시릴수 있으니까 다시 비슷한걸로 씌워줄게요. 그런데 프랑스어 잘하네요!"

아, 칭찬받으니까 기분이 좀 편안해졌다.

내가 무서워하니 우선 마취주사를 먼저 놔주셨는데, 신기하게도 주사를 맞는지도 못느꼈을 정도로 느낌이 없었다! 송곳니 주변으로 4번에 걸쳐서 놔주셨는데 아--주 천천히 주사하셔서 하나도 안아팠다. 치과에서 마취주사 맞으면서 안아팠던 적이 없었는데!! 오 신세계!

"근데 치과오는게 왜 무서웠어요?"

"3년만이라... 그리고 한국에서 항상 똑같은 치과에만 갔거든요. 워낙에 공사한게 많아요..."

그러니까 나는 한국에 휴가갈때만 치과에 갔다 ㅡㅡ;

마취가 퍼지는 동안 스켈링을 받았는데, 보조도 없이 혼자서 석션까지 하면서 능수능란하게 (혹은 투박하게) 휘리릭 하셨다. 근데 얼굴을 안 덮어줘서 얼굴에 다 튐...

잠시후 보조하시는 분도 들어오셨는데 여전히 얼굴에 다 튀었음. 얼굴 좀 덮어주시면 안되나요...

"시어머니께서 요리를 참 잘하시니 좋으시겠어요. 치아에는 안좋겠지만요.😆"


"우리 와이프도 엄마만큼 요리를 좋아하고 잘해요!"

옆에 한마디 거들던 자서방을 향해 덴티스트님이 말씀하셨다.

"엄마도 와이프도 요리를 잘하니 당신이 가장 행운아군요!😆"


나도 격하게 맞장구 치고 싶은데 입을 헹굴수가 없어서... (코로나이후로 진료중 입을 헹굴수가 없게 되었단다; 그래서 진료가 다 끝난 후 싱크대로 가서 헹궈야만 했다.)

덴티스트님은 계속해서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셨는데 나는 하나도 대답할수가 없는 상황이라 웃겼다ㅎㅎ

아무튼 아무 통증 없이 내 진료를 잘 끝났고, 누운 상태로 엑스레이까지 꼼꼼히 찍어주셨다.

"혹시 이가 시린 증상이 있다면 치약은 Elmex 한번 써보세요. 그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네요. 좋은 치아를 가지셨어요."

난 태어나서 좋은 치아를 가졌다,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치과에서 처음 들어봤다. 어리둥절...


그 다음은 자서방 차례. 이제 내가 구경해야지! 자서방은 따라오는 김에 자기도 함께 예약을 했던 것이다.

금방 끝나서 구경하는 재미는 없었지만...

마지막에 결제하는데 나만 130유로나 나와서 깜놀했다!! 내가 눈을 휘둥그레떴더니 결제하시던 직원께서 "100% 환급 받을수 있는거랍니다" 라고 대답해 주셨다.

아... 그럼 다행이고... ㅡㅡ; (프랑스 건강보험은 일단 먼저 결제하고 나서 나중에 통장으로 환급해 준다.)

나는 마취가 꽤 오래갔는데 자서방이 물을 건네주면서 "자, 마셔" 라고 하더니 입이 삐딱한상태로 물마시는 내 모습을 보면서 놀렸다. 나도 거울보고 같이 웃음 ㅎㅎ 웃을때도 입이 삐딱한게 웃겨서 물 흘리면서 계속 웃었다. 🤣🤣🤣

믿을만한 치과를 만나는건 내 평생 어려운 과제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된것 같다. 과잉진료는 걱정안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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