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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슈퍼에서 만난 친절한 할아버지

by 낭시댁 2022. 10. 23.

학교다니느라 바빠서 내가 좋아하는 리들도 이제는 토요일에만 갈수가 있다. 

 

이것저것 필요한걸 사다가 작은 병으로 생수를 하나 사려고 찾아보았다.

자서방이 일전에 알려주길, 프랑스에서는 묶음으로 된 제품들도 낱개로 구입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했다. 과연 사람들이 묶음을 뜯고 낱개로 구입해간 흔적이 보였다. 9개짜리 묶음을 사면 1.20유로이고 이는 1리터에 0.28유로라고 써져있었다. 그럼 0.5리터는 14성팀이겠네? 

 

그래서 딱 한병만 집은건데, 나중에 계산이 끝나고 보니 영수증에 1.29유로라고 찍혀있는게 아닌가??! 이 숫자는 대체 어디서 온것인가...  9개 전체를 샀어도 1.20유로인데??   

 

사실 나는 이렇게 종종 생수를 한병만 사곤 했었는데 살때마다 가격이 달랐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기 귀찮아서 한번도 물어보질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확인했던 터라 바로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물 가격 잘못된것 같아요. 한병에 1.29유로가 맞나요?" 

 

"네. 물 한묶음을 사면 1.20유로고요,  한병만 사면 1유로예요."  

"근데 여긴 1.29라고 찍혀있는데요?" 

 

"네 원래 그래요." 

 

얼굴도 안보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직원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뭐가 원래 그렇다는거지.. 

 

"그럼 환불해 주세요. 무거워서 9개는 못사겠네요." 

 

그때 마침 계산줄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큰소리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한병 사면 손해예요. 그래서 나도 무거워도 어쩔수없이 이렇게 한묶음씩 사는거에요."

 

 직원이 환불을 처리하고 있을때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이 계산대위에 올려놓은 생수 묶음을 가리키시며 계속 말씀을 이어가셨다.

 

"내가 한병 줄게요."  

나는 괜찮다고 손사레 쳤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생수포장 한가운데를 손으로 하고 시원하게 뚫은 후 한병을 꺼내고 계셨다.  

바로 그때 쌀쌀맞게 굴던 직원이 환불을 해 주면서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영수증은 그냥 제가 버려드릴까요?"

 

자기가 실수한걸 이제서야 발견한 모양이다. 

한묶음을 사도 1.25유로인데 한병에 1.29가 나올수는 없지. (나중에 알고보니 한병을 구매했을때 정확한 가격은 0.99유로라고 한다.) 괜히 영수증을 돌려주기가 껄끄러운지 대신 버려준다고 말하는게 웃겼다ㅎ (그간 리들 다니면서 영수증 버려준다고 말하는 직원은 처음 봤음)

 

그래도 친절한 할아버지 덕분에 기분이 완전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좋은하루 되세요!"


생수병을 흔들며 큰소리로 인사를 드렸더니 할아버지께서도 환하게 웃어주셨다. 기분이 쨍쨍해지는 미소였다. 

직원 실수로 잘못 계산되었던 (0.99대신 결제된)1.29유로도 무사히 환불 받았고, 친절한 프랑스 할아버지께 생수도 공짜로 얻어왔다. 

오후에는 시어머니께서 놀러오셨는데, 예쁜 오키드 화분을 선물로 사오셨다. 

리들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드렸더니 칭찬해주셨다. 

 

"이제는 되돌아가서 스스로 따질줄도 아는구나. 자랑스럽다. 이제 프랑스인 다됐어. 호호" 

 

그러고보니 정말 프랑스에 처음왔을때는 혼자 슈퍼가는것도 무서워했는데 참 많이 발전했다. 하하하 

 

 

이전 관련글 보기: 나는 힘이 세고 착하다. (feat. 프랑스에서 혼자 첫 심부름)

 

나는 힘이 세고 착하다. (feat. 프랑스에서 혼자 첫 심부름)

프랑스에 온지 두달이나 됐건만 나는 우습게도 단 한번도 혼자서 외출을 해 본적이 없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봉쇄 기간이었기도 하지만 봉쇄가 해제된 이후에도 나는 코로나와 막연한 인종차

mok0nolg0.tistory.com

 

며칠 후 나는 자서방을 시켜서 생수 한묶음을 사오게 했다. 

프랑스 거주하시는 분들, 생수사실때는 꼭 묶음으로 사세요!

그나저나 무식아, 꽃 예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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