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 등교일이 찾아왔다.
영상 3도인데 체감온도는 영하 3도같은 느낌;;
최고급반이라 그런지 강의실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괜히 무겁고 긴장이 됐다.
우리반은 반평성이후에 5명의 새로운 학생들이 더 추가되어 총 17명이 되었다. (고급 1반에 있던 친구들도 몇몇 올라왔다.)
이전 학기때 선택수업을 함께 들어서 이미 낯익은 친구들이 꽤 많았다.
국적은 브라질, 콜롬비아 2명,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란, 카자흐스탄...
그리고 이번반에는 특히 아프리카인들이 많다.
세네갈 4명, 알제리 2명, 콩고 1명... 그들은 이미 프랑스어를 네이티브처럼 말하는 레벨인데...!
더 놀라웠던 점은 수업이 끝났을때 선생님께서 그들에게만 오늘 수업이 혹시 어렵지는 않았냐고 따로 물으셨다는 점이다. 저보다 훨씬 잘하던데요 선생님...... 저는 왜 안물어보시나요... ㅡㅡ;
수업중에 프랑스어를 배우는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선생님께서 프랑스어를 배우면 저절로 배우기 쉬워지는 외국어들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가 살짝 목이 메어서ㅋ 말했다.
"저한테 있어서 프랑스어 공부는 여러분들보다 훠얼씬 어렵답니다. 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요..."
내 말에 선생님께서 수긍하시며 말씀하셨다.
"그렇지요. 반대로 우리가 한국어나 중국어를 배울때는 또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지요."
세네갈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중국어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기네도 조금씩 배우긴 했는데 너무 어려웠다며....
"부알라! 그게 바로 내가 프랑스어를 대하는 느낌이라는거지 ㅠ.ㅠ "
사실 아시아인들중에서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같은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면 프랑스어를 비교적 쉽게 배우는것 같다. 식민지역사가 있으니 이미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등에 익숙한데다 그들은 일단 문자도 영어 알파벳을 사용하니까 이미 필기도 엄청 빠르다 ㅠ. ㅜ
아무튼 나는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부족하니까 도와줬으면 (혹은 느리더라도 이해해 줬으면)좋겠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던것 같다ㅋ
선생님께서 오늘은 첫날이라 간단한 연습문제를 준비해 오셨는데, 어렵지는 않아도 읽을게 너무 많아서 나는 최대한 문단별 키워드만 빠르게 훑었는데 내 양옆에 앉은 브라질, 콜롬비아친구들은 이미 문제풀이까지 다 끝냈다고 말했다. 아... 나 이대로 이 반에 있어도 되는건가...ㅍㅎㅎ
심지어 선생님은 시끄러운데서 읽는 연습도 필요하니 이미 끝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토론을 하라고 하셨다. 저는 집중이 필요하다고요…
초중급때는 늘어가는 프랑스어 실력에 그저 신나기만 했는데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가는 과정은 훨씬 멀고 험난한 느낌이다. 불과 지난달에 B2를 합격했는데 오늘 선생님께서 우리반은 C1, C2 반이라고 하시네... ㅡㅡ;
집에 오는 길, 세네갈 여학생과 트램을 같이 타게 되었다. 그녀는 말을 빨리하다가도 내가 몇번 다시 물으니 친절하게도 나를 위해 말을 천천히 해 주었다. 알고보니 우리동네랑 한정거장 차이밖에 안난다. (21살의 그녀는 프랑스 대학에 들어갈거라고 한다.) 이제는 매일 그녀와 같이 하교하면서 프랑스어 연습을 해야겠다.
조금씩 조금씩 끈기있게 하다보면 이번 학기가 끝났을때도 실력이 향상 돼 있겠지... 그치 무식아?
꺽이지 않는 마음... ? 아, 나도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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