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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핀란드 친구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놀랍다.

by 요용 🌈 2023. 5. 14.

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생애 가장 즐거운 피크닉이었다.

 

오후 4시쯤 다 되었을때 레스토랑에서의 주말 근무를 마친 베네수엘라 커플이 예쁜 케잌을 소중히 들고 도착했다.  

그들은 전문 파티셰라서 진짜 제대로된 케잌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이거 만드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하길래, 일전에 다른 친구생일때는 이틀이나 걸렸으면서 내 생일 케잌은 대충 만들었냐며 장난으로 핀잔을 줬다ㅋ 

 

"아 그건 그녀가 피나콜라다를 좋아해서 재료를 신경쓰느라 오래걸렸어. 맛은 이게 더 좋을지도 몰라. 속에는 다크초콜렛이 흐르고 겉에는 화이트 초콜렛으로 장식했어." 

 

오 진짜 전문가였구나.  

 

이번에도 우리는 생일축하 노래를 각국의 언어로 여러개 불렀다. 

 

영어-프랑스어-중국어-포르투갈-한국어-이란 등등...

 

근데 한국어로 "생일축하 합니다" 라고 부르는건 어떻게 다들 알고 합창을 하는거지?? 또 한번 놀람. 

 

이번에도 가운데를 먼저 동그랗게 자르는 베네수엘라 친구.

대신 이번에는 저 가운데 동그란 조각은 내 차지가 되었다! 왜 최고의 부위라고 하는지는 초콜렛이 촉촉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나서야 깨달았다. 

남미식 케잌커팅.gif

프랑스식 케잌만 먹다가 한국케잌과 비슷한 식감의 케잌을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케잌 한조각이 남길래 그건 내가 자서방을 위해 싸왔다. 자서방이 좋아함.) 

식사도 못하고 퇴근하자마자 케잌을 가지고 달려온 그들이 이번에도 아무것도 못먹게 되나싶어 미안해졌는데, 알고보니 홍콩소녀가 미리 이두사람을 위해 음식을 덜어놓았다고 했다. 진작 알았으면 더 남겨놓을걸 미안하게 ㅠ.ㅠ 

 참치김밥이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세우길래, 다음번에는 많이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음식을 따로 챙겨줘서 고마웠던지 식사를 끝낸 베네수엘라 친구는 홍콩소녀의 머리를 땋아주었다. 그의 남친은 (동성커플) 옆에서 그저 두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내눈에는 그냥 다들 귀여움. 

 

"내 머리도 부탁하고싶지만 내가 오늘 머리를 안감아서... 다음에는 나도 땋아줘라." 

 

맘씨 좋은 소년이 웃으며 끄덕끄덕했다. 사실 나는 최근에 짧게 머리를 잘라서 땋을수가 없음 ㅋ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베네수엘라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한국에서 먹는 음식중에 가장 기괴한게 뭐야? 베네수엘라에서는 개미로 이런 소스도 만들어. 병에 담아서 슈퍼에서도 흔하게 파는데, 톡 쏘는 맛이 일품이지.ㅋㅋ"

 

나는 한국의 번데기와 산낙지를 알려주었다.

 

"산낙지는 통으로는 절대 먹지않아. 잘게 잘라서 먹지. 절대 오해하면 안돼."

 

"잘게 잘라도 움직이지않아?" (일본인 친구의 질문)

 

"그렇지. (다들 웃음) 꿈틀꿈틀거리지만 이미 생명은 다한 상태야. 젓가락으로 집을때도 접시에 달라붙어서 꽤 어려운데 소스에 찍어서 꼭꼭 씹어먹으면 맛있어!"

 

서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했는데, 핀란드와 영국 이중국적을 가진 내 친구가 말을 시작했을때는 모두들 압도되고 말았다.

 

"음... 핀란드에서는 곰을 먹어."  

 

뭐시라? 

 

그녀는 웃으며 계속해서 놀라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어갔고 우리 모두는 입을 벌린채로 그녀가 하는말을 들었다. 

 

"나는 핀란드에서 가까운 곳으로 외출하는 경우에는 거의 내 말을 타고 나가는데..." 

 

"잠깐만, '내 말'이 있다고?" 

 

"응, 우리집에 농장이있어. 핀란드에서는 전혀 특별한게 아니야. 아무튼 나는 내 말과 함께 숲에 나갔다가 곰과 대화도 해봤어."

 

"......곰이 뭐래?" 

 

"대화가 확실해? 말의 의견도 궁금한데..." 

 

감탄과 웃음이 뒤섞였다ㅋ

그녀는 영국인 아버지와 핀란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 핀란드 대자연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어린 나이(21살)와 어울리지 않게 여유롭고 친절하고 성숙하다. 말을 타고 숲을 달렸을 그녀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니 정말 환상적이다. 

"곰과 오래 대화하지는 못했어. 왜냐면 그때 다른 사람들 소리가 나서 곰이 가 버렸어. 위협적인 모습이 아니라서 전혀 무섭지는 않았어." 

 

"그래서 그 곰을 먹었다고?" 

 

"ㅋㅋㅋ그 곰이 아니라ㅋㅋ 다른 곰 ㅋㅋㅋ 이웃에서 누군가가 곰을 한번 사냥하면, 곰이 엄청 크잖아, 절대 혼자 못먹고 다같이 나눠먹거든. 바베큐해서 먹기도 하고 뭐 레시피는 다양해. 마트에 가도 곰고기 팔아." 

 

와... 어나더레벨... 

 

"핀란드에서는 곰말고도 무스도 먹어. 몸집 완전 거대하고 뿔도 이만한 사슴종류 알지?" 

 

"싼타랑 일하는 애?" 

 

"아니, 루돌프말고ㅋㅋ 겨울왕국에 나오는애 있잖아. 안나 남친이랑 다니는 애." 

 

"아니 그걸 먹는다니! 유튜브에서 봤는데 엄청 거대하던데!!"

 

"맞아, 그건 정말 위험해서 한두명의 사냥꾼으로는 절대 못잡아."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는 핀란드이야기ㅋ

 

"나 사촌이랑 둘이서 어릴적에 숲 근처에 갔다가 엄청 큰 무스랑 맞닥뜨린적이 있었어. 다행히 우리를 못보고 우리 앞을 지나가는줄 알았거든? 사촌동생이랑 숨소리도 못내고 가만히 서있었는데, 얘가 지나가면서 눈을 천천히 우리쪽으로 돌리는거야!"

 

"끼약!!"

 

"다행히 그때 차소리가 나서, 도망가더라. 진짜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

 

실컷 먹고 마시고 게임하고 과자먹고 케잌먹고 수다떨고 웃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6시간 넘게 앉아있었다. 

 

이날 공원에서는 콘서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끼리 너무 재미있어서 정작 아무도 구경하러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내 생애 최고의 피크닉이었다고 감히 말할수 있을것 같다. 

 

그렇게 많이 먹고도, 웃느라 소화를 금방금방 시킨 기분이랄까. 

 

평소 반에서 소극적이던 친구들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어울려서 더 특별했던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사진들을 단톡방에 공유했는데, 오늘 너무 즐거웠다는 친구들의 메세지들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역시 다들 나만큼 즐거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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