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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캠퍼스 [고고학 박물관] 관람기

by 낭시댁 2023. 5. 16.

우리 캠퍼스에는 박물관이 있는데 3학기동안 나는 이곳이 열려있는 걸 본적이 없었다. 
 
마침내 며칠전 수업시간에 이곳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고고학을 전공하는 남, 녀 두학생이(석사과정이었던 것 같다) 우리를 안내 해 주었는데 자주 두 사람간의 의견이 맞지 않아 투닥거리는 모습이 오히려 정겹고 재미있었다.  

우리 캠퍼스에 고고학과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
 
"이 박물관은 1904년에 공식적으로 처음 오픈되었는데요, 1918년 낭시가 독일군의 폭격을 받았을때 파괴되면서 많은 작품들을 잃었답니다..." 

잠시후 선생님께서 안내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비너스의 팔은 어디에 있나요?"
 
나는 판넬 사진속의 폭격 잔해를 손으로 가리켰고 고고학 학생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ㅋ 

"분실되고 파괴된 작품들도 있었지만,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었었답니다. 예를 들면 여기 구석에 있는 이 도자기는요, 5세기때 선박에서 음식등을 저장하던 용도로 사용되던 것인데, 박물관이 복원되고나서도 몇년동안 관심 받지 못한 채 우산꽂이로 사용되고 있었답니다." 

바로 그 불운의 주인공이 이렇게 생겼다. 

국민학교때 운동장 구석에 석불상이 하나 있었던게 기억난다. 나를 포함해서 아마 전교 어린이들 모두 한번쯤은 그 부처님의 어깨며 머리에 기어올라가 본 경험이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몇년 후 한 이름난 절에서 귀하게 모셔가서 안내문까지 세워놓는걸 보고 깜짝 놀랬드랬지... 죄송했습니다 부처님... ㅡㅡ; 

두 학생들은 본인들이 직접 참여했던 발굴작업의 현장 사진들도 보여주었는데 그 설명을 듣고 작품들을 둘러보니 생동감이 두배로 느껴졌다. 
 
"사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소장품들은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소유랍니다. 진짜가 아닌 카피본들도 많구요." 

"여기 이것들은 향수병들이예요. 이중에서 가장 비싼건 이 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작품인데요, 무늬가 참 정교하지요?" 

우와... 무려 1세기 작품이다. 저 시절에 이미 저렇게 정교한 작품들이 탄생했다니... 
 
"이건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제작된 거예요. 하나같이 권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문양들이 다 들어가있어요."
 
아부용 선물?ㅋ

이 도자기들은 몇세기라고 했더라... 

왼쪽 아래 가장 작은 주전자처럼 생긴 도자기는 아기에게 우유를 먹일때 사용하는 우유병이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모유 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정말 어떻게 아기를 먹였을지 한번도 궁금해 본 적이 없었네... 

신기한건 가장 넓은 접시들은 식수를 담는 용기였다고 한다. 일인당 개인 접시는 아니었을것 같은데 들고 마시기엔 불편하고... 그냥 동물처럼 입을 대고 핥아먹은건 아니겠지... 혼자 별별 상상을 다 해봄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아무도 말이 없길래 내가 싱거운 질문을 했다. 
 
"여기서... 제일 비싼게 어떤거예요?" 
 
그 말에 다들 빵 터졌고 선생님께서는 "별로 훌륭한 질문은 아닌것 같네요." 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유독 나를 편하게 대하신다ㅋ)
 
학생들은 콕 집어서 한가지를 알려주진 않았고, 문단속을 잘 할거라는 말을 덧붙였다ㅋㅋㅋ 저 안 훔쳐가요 ㅋㅋㅋ

"저 금으로 된 가면은 뭐예요?"
 
"아, 저건 시신 얼굴에 씌우던 거예요. 진짜는 아니고 카피예요. 아, 이것들은 진짜예요! 이리로 와보세요." 

"맨 앞에 있는 가면들은 실제로 시신의얼굴 위를 덮고 있던 마스크들이예요." 
 
"근데 좀 작네요?" 
 
"음... 옛날사람들은 현대의 우리들보다는 아무래도 체격이 작았을테니까요." 
 
 
우리 선생님께서 더 자세히 보시려고 움직이시다가 소장품들이 잔뜩 들어있는 선반에 쿵 하고 부딪히셨다. 안내하는 학생들이 웃으면서 타박을 해서 다들 또한번 빵터졌다. 
 
"이 선반들도 평범한 선반이 아니랍니다. 귀퉁이마다 서명이 세겨져있어요. 한번 찾아보시겠어요?" 
 
"에밀...갈레?"
 
"네,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사람이지요. 그가 만든 작품이랍니다."  

모든 안내가 끝났지만 나는 뒤늦게 질문이 폭발했다. 
 
"영화에서보면 미국인들이 해외로 나가서 발굴작업을 하는 장면들이 꽤 있잖아요? 그게 실제로 가능한거예요?"
 
"안되지요. 인디아나존스에서는 마구 발굴하고 다니죠ㅋ. 예전이라면 몰라도 현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내 땅에서 유물이 나오면... 나라의 소유가 되나요? 내가 몰래 팔면요?" 
 
다들 내 질문에 또 웃었지만, 사실 귀를 쫑끗 세우고 답변을 기다리는 표정들이었다ㅋㅋㅋ
 
"안타깝지만 나라의 소유가 돼요. 요즘에는 몰래 팔기도 쉽지 않을거예요.ㅎㅎㅎ" 
 
 
아주 잠깐이었지만 뭔가 발굴현장에 답사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태어나면 고고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흥미로웠다. 또한 박물관 투어를 함에 있어 가이드의 설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주 큰 것 같다. 
 

날씨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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