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친구들과 헤어질 날이 점점 다가온다.

by 낭시댁 2023. 5. 30.

벌써 수업의 마지막 주가 찾아왔다.

 

3학기 동안 공부했는데, 솔직히 마지막 학기는 이래저래 마음도 안잡히고 (특히, 트램 공사와 잦은 파업으로 장거리를 하염없이 걸어야만 했던 날들이 너무 많아 피곤했다 ㅠ.ㅠ 파업날 2시간밖에 수업이 없다면 그냥 결석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결실은 크지 않은것 같다. (친구들과의 즐거움은 배로 커졌지만ㅋ) 

 

종강일이 다가오니 너무 아쉽다. 더이상 나는 학생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ㅠ.ㅠ 

날씨가 반짝 좋다가도 금방 흐려지고 비가 뿌려대서 옷차림이 항상 애매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잠깐이라도 파란하늘이 나오면 친구들과 최선을 다해서 일광욕 하며 산책을 한다. 

 

공강이 3시간이 있는 날에 친구들과 느긋하게 학생 식당으로 걸어가는 즐거움도 이제는 곧 끝나는구나.  

학생식당에 도착했을때 디저트 종류가 많은날에는 기분이 너무 좋다ㅋ 

학식도 즐길수 있을때 실컷 즐겨야 된다

라자냐는 처음인데 너무 맛있었다. 조만간 집에서도 라자냐를 만들어야겠군... 

비트샐러드와 에끌레어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우리 오늘 수업끝나고 맥주마시러 갈까?" 

 

"그래! 다른 친구들도 혹시 올수 있는지 단톡방에 올릴게!" 

 

하루하루 아쉬움이 커지는건 나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평소 말도 거의 안하고 지내던 친구들까지 꽤 많은 인원들이 방과후 술자리에 모인 것이다. 

갑자기 비가 잠깐 오더니 다시 날씨가 게더라... 정말 희한한 날씨...

평소 자주가던 단골 바 대신, 이날에는 친구 한명의 강력 추천을 받은 새로운 바로 찾아갔다. 스타니슬라스 광장 바로 옆에 있는 곳인데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붐벼서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났다. 

야외 바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가 점점 모여드는 멤버수가 너무 많아져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텅빈 2층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오 여긴 우리들만의 세상인건가! 

이번 학기가 끝나면 무얼 할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만 빼고 모두들 대학교나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아 나도 대학원 가고싶어지네... 나이가 발목을 잡아... 흑흑...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있다. 지금도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내년보다는 올해가 더 젊으니까... 

 

 

내 옆에서 담배피고 술마시는 이란인 무슬림소녀를 보고 흠칫 놀라서 내가 물었다. 

 

"너 무슬림 아니었어?" 

 

"응 맞아ㅋ" 

 

쿨하게 대답하는 그녀.

 

"그저 부모님의 종교라서 그냥 따르는거지. 누가 물어보면 무슬림이라고는 대답하지만 신앙은 그다지..."

 

 

각자 인종 차별을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있을때는 중국인 친구가 흥분하면서 말했다.  

 

"하루는 내 프랑스인 남자친구랑 동네에서 산책을 하는데 너무 예쁜 강아지를 만난거야. 내가 주인한테 정중하게, 강아지를 한번 만져봐도 되냐 물었더니 그 남자가 웃으면서 기꺼이 만져보라고 하더니 [먹으면 안돼요. (il n'est pas pour manger)] 라고 말한거 있지! 그것도 농담이라고 진짜... 나 정말 황당했는데 그냥 웃고 말았는데 잊을수가 없어. 이제는 아무리 예쁜 강아지를 봐도 만져봐도 되냐고 절대 안물어봐." 

 

 

사실 수업시간에 토론하는 것 보다 이렇게 친구들과 편하게 토론하는게 더 재미있다! 

 

 

카피바라를 좋아하는 콜롬비아 친구는 프로필사진을 자주 교체하는데 그래도 항상 카피바라 사진이다. 그는 카피바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카피바라가 정말 좋아.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워서 행복해지거든. 사실 콜롬비아에서는 카피바라를 먹기도 해. 나도 한번 먹어봤는데... 다신 절대 안먹을거야.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데, 먹으면서 너무 마음이 안좋더라고..." 

 

콜롬비아인들이 개고기문화에 대해 공격하면 꼭 카피바라를 두둔하겠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에 저장저장... 

 

 

"아, 콜롬비아하면 나는 잊을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 전에 자닌선생님이 콜롬비아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현지인 커플한테 저녁식사 초대를 받으셨대. 늦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했는데, 그 커플은 테이블위에 토마토스파게티 한접시랑 코카콜라 한병을 차려놓고 선생님 혼자서 드리라고 했대. 본인들은 이미 먹었다면서 ㅎㅎㅎㅎ 그래서 선생님은 그 커플들이 쳐다보는데 혼자 드시느라 엄청 어색했다고 하시더라고. 근데 진짜로 콜롬비아에서는 그런다며?" 

 

"응 우리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아..." 

 

"저녁 초대를 했는데도?" 

 

"응 먼저 먹는일은 생각보다 흔해." 

 

대수롭지않게 말하는 친구의 반응때문에 다들 웃고 뒤집어졌다.ㅋㅋ 여러번 들었는데도 들을때마다 재미있다. 선생님의 이야기보다 콜롬비아 친구의 반응이 더 웃기다ㅋ.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 독일인 친구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난 6개월마다 도시를 옮겨다니면서 대학원 공부를 하거든. 어느나라를 가도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었는데, 스웨덴에서는 유독 어려웠어. 사람들은 친절하긴 해. 길에서 도움을 요청했을때 거절당한적은 한번도 없는데, 문제는 아무리 내가 문제가 있어 보여도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다들 무심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농담을 건네거나 혹은 수업끝나고 같이 놀러가자고 하면 불편해하는것 같아서... 나도 거리를 두게 되더라. 그게 편한가보다 싶었어. 대신 남미는 진짜! 정반대였어! 택시 탈때마다 드라이버가 계속계속 말을 걸어! 진짜 깜짝 놀랬어. 만나는 낯선 사람들마다 원래 알고 지내는 사이처럼 친근하게 대하는데 완전히 내 스타일!!" 

잠시후 우리반 브라질 친구가 와이프와 함께 합류했을때 이 친구는 유독 그 커플을 반가워하며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수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졌지만, 같은 목적(프랑스어 공부)으로 모였고, 외국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졌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도 한다. 

 

 

"우리 종강하고 나서도 종종 만나서 이런 대화 이어가자." 

 

"당연하지! 나는 언제나 콜이야." 

 

 

이 친구들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한, 내가 지불했던 비싼 등록금은 아깝지 않을것 같다.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새 쿠션이 너무 좋아서 흥분한 모웬

서러운 세입자, 드릴없이 커텐달기

우리 시어머니의 매너손

프랑스 시골마을의 저녁 풍경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