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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낭시 철 박물관 관람기 (Le Féru des sciences)

by 낭시댁 2023. 5. 24.

이번주에는 수업중에 Le Féru des sciences 라는 박물관을 찾게 되었다. (우리말로는 철 박물관 정도 되는것 같다.) 

간판글씨가 삐뚤거려서 관리에 소홀한건가 싶었는데 원래 모양이 저런거란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따라 나도 그네를 타며 늦게오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프랑스에서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충분히 늦게 나오는데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나오는 그룹에 속하게 되는 현실) 

잠시 후 박물관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을 따라서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눈이 부시다 싶더니...

 

워메 잘생긴... 😍

가이드아저씨의 설명이 하나도 안들어오고, 벽에 잘생긴 남자의 눈빛에 빠져들고 있음.

우리 자서방도 처음에는 내가 인물보고 반했는데... 그 인물은 이제는 다 어디로 가고...

나는 한번씩 남편에게 묻는다. 당신 누구냐고... 내 남편 그 뱃속에 들었냐고...

 

"이건 로렌지역에서 생산하는 철광석이고요, 이건 아프리카에서..." 

 

몇가지 실제 철광석을 만져볼수 있게 해 주셨고, 광산에서 어떤 모습으로 일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캐낸 광물들에서 어떻게 불순물을 제거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로렌이 철광석으로 이렇게까지 유명한곳인지는 몰랐네... 

 

"여기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전쟁때 사용하던 검이예요. 이 검들이 왜 여기에 있을까요? 바로 로렌에서 제작을 맡았기때문이지요. 로렌의 철광석과 제작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인정받았답니다."  

"무기나 농기구들만 제작했던것은 아니예요."

 

"이건 대문이나 발코니를 섬세하게 제작하기도 했어요."

"이 금색 발코니는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있던거예요. 확장공사를 하면서 제거된 부분이랍니다." 

아르누보 양식으로 섬세하게 제작된 대문은 가까이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제 나도 낭시주민으로서 아르누보양식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하는것인가. 

 

사진 왼쪽은 옛날식 난방기구라고 한다. 바닥에 뜨거운 석탄을 넣어서 실내공기를 따뜻하게 유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은 어떤 용도의 물건인지 맞춰보시겠어요?"

 

손잡이가 사방으로 달린 저 물건은 바로 옛날식 다리미라고 한다. 아마도 가운데부분에 뜨거운 석탄을 넣어서 손잡이가 달린 부분을 하나씩 꺼내서 사용했던가보다. 

"이 다리미는 사실 8킬로나 나가는데, 그 시절 남자들은 집안일을 도와줄 줄을 몰랐기 때문에 여자들이 이 무거운걸 들고 일을 했어요. 어깨근육이 무시무시하게 생길수 밖에 없겠지요?" 

 

 

"이 유화를 잘 봐 주세요. 1800년대 Ignace-François Bonhommé라는 화가가 주물공장에 직접 가서 현장을 사진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예요. 이 화가는 이런 그림을 주로 그렸어요. 일반서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해 둔 덕분에 우리는 사진을 보듯이 아주 자세히 들여다볼 수가 있답니다. 

이 그림속 근무환경을 살펴보세요.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위험천만한 모습들이 보이지요?" 

"안정장치가 전혀 없어요. 심지어 옷을 그냥 벗은 사람도 있고요..." 

"맞아요. 너무 뜨거워서 이 남자는 일하다가 이마를 짚고 있지요. 위험성에 대해 잘 인지를 못하던 시절이예요." 

 

"아이들도 일을 하고 있어요! 세상에나..."

"여자도 있는데요?"

 

"아, 여자들은 주물공장에서 근무하지 않았답니다. 근로자들이 먹을 음식을 가져온 거예요." 

"일 안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일 안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거나, 혹은 감독하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이쪽 구석에 보면 일하는걸 배우러 온 견습생들도 보인답니다."   

 

 

광산회사에서는 초창기 노동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마을을 건설하고 학교와 교회, 편의시설들을 건설했다고 한다. 

"언뜻보면 참 좋은것 같지요? 하지만 집은 공짜가 아니었고, 마을내 모든 사업장들은 광산회사의 소유였기때문에 광산회사는 점점 더 부자가 되었던거에요. 그리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되면 집도 잃게 되기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광산회사의 눈치를 봐야했고, 기업의 횡포는 심해졌어요." 

 

"결국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정하고 기업에 맞서 투쟁했어요. 이 커다란 숫탉은 노동자들이 시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판매용으로 제작했답니다. 왜 하필 숫탉일까요?" 

"숫탉은 프랑스 시민들을 상징하니까요." 

 

"맞아요. 그리고 숫탉은 지저분한곳에 살지요. 하지만 침묵하지 않고 큰소리로 울지요. 하층민들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느낀거예요." 

 

요즘에는 철광석의 수요가 줄어서 광산과 주물공장이 많이 문을 닫았고, 그 시설들은 박물관으로 바뀌어서 예전의 근로자들이 이제는 견학 가이드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 분도...?

 

퐁타무쏭(낭시 근교 작은 마을)에서는 여전히 맨홀두껑을 제작하는데 프랑스 각지역으로 (심지어 해외로도) 판매된다고 한다.

"퐁타무쏭에서 제작된 이 맨홀두껑은 길을 걷다보면 종종 찾아볼수가 있어요. 스타니슬라스 광장근처에도 몇개 있으니 혹시 찾아보세요." 

"이건 베르사유 궁전 분수대였어요. 얼마전에 교체를 해서 이 무거운걸 여기까지 가져왔답니다." 

"에펠탑에 사용된 철들도 다 로렌에서 제작된거랍니다! 로렌의 철광석 자부심을 이제 조금 알것같지요?" 

 

마지막으로 옛날식 기차와 함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 자동차는 1910년 르노에서 생산된 자동차랍니다. 전쟁에도 동원되었어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아주 완벽하게 보존되었어요."  

와... 1910년이라... 

 

 

이날 저녁 우리는 시내에 나갔다가 스타니슬라스 광장옆에서 퐁타무쏭 맨홀두껑을 찾아냈다. ㅎㅎㅎ

이게 뭐라고 이리 반가워ㅋㅋ 

 

철 박물관 관람이라고 해서 지겨울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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