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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서러운 세입자, 드릴없이 커텐달기

by 낭시댁 2020. 7. 16.

이삿짐이 얼마 안될 줄 알았는데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

시댁 지하실과 다락방에 뭐가 그렇게나 많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지... ㅡㅡ; 

이른 아침부터 자서방 친구 헤미가 매형과 함께 트럭을 가지고 찾아 왔다. 우리가 쓰던 2층방에 있는 티비와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를 옮겨주기 위해서- 

티비는 원래 새 집으로 배달하기로 했다가 자서방이 작은 티비는 답답하다며 굳이 시댁으로 배송을 받아서 설치를 하고 사용을 해 왔던 것이다;; 아무튼 그걸 새 집으로 옮기는게 한 걱정이었는데 헤미 덕분에 해결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시어머니께서는 직물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집주인이 벽에 드릴이나 못을 못박게 하기때문에, 나는 굳이 커텐을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 심할때는 셔터가 있으니... 

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집에 채광이 워낙 좋으니 얇은걸로라도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게 달아 주겠다고 하신것이다. 

"창문 치수 먼저 재고 왔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이미 다 쟀지."

어느새 시어머니는 우리집 창문 사이즈까지 재서는 머릿속에 기억하고 계셨다. 

저 중에서 한가지를 내가 고르게 하셨고 접착식으로 커튼봉을 부착할 수 있는것도 추가로 구매하셨다. 

"일단 한세트만 사서 설치해 보는게 나을 것 같구나. 괜찮으면 오후에 다시 와서 추가로 더 구매하는걸로 하자꾸나." 

오왕... 우리 시어머니는 계획이 다 있으시구나..

저기에 구멍이 있으니 그대로 커튼봉을 저기다가 꿸수가 있었다. 

나만 믿으렴 하시더니 정말로 이것저것 필요한 걸 알아서 구매하셨고 집에와서 설치까지 마치셨다. 

자서방은 티비를 설치하느라 혼자 씨름중이었고 거실이 아직 난장판이었다.

대체 드릴없이 어떻게 설치하나 했더니 창문에다 직접 붙이시는거였다. 

"아주 예쁘진 않지만 어차피 이집에서 오래 살 계획은 아니니 그런대로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을것 같구나, 그렇지?" 

"와, 이렇게 하는 방법이 다 있었네요. 역시 어머니는 모르는게 없으세요!" 

"나, 그랜드마스터잖니." 

블로그 댓글에서 시어머니께 고수 혹은 최고라는 댓글들을 주셨다고 시어머니께 내가 그랜드마스터라고 불러 드린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자꾸자꾸 써먹으신다 ㅎㅎ

시어머니와 함께 가게로 돌아가서 나머지 창문들을 위한 분량도 추가로 사왔다. 

접착식이라 반나절 정도 붙여놨다가 커튼을 달라고 한 사장님의 조언에 따랐더니 튼튼하게 잘 설치가 되었다. 

이전에 살던 세입자도 아무 커튼 없이 지냈고 이웃들도 제대로 된 커튼은 안보이걸로 보아 다들 우리처럼 세입자들인가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튼은 다 달게 해 주던데... ㅡㅡ; 

치사해서 그냥 커텐따윈 없이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시어머니께서 도와주셔서 너무 다행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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