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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나 살림하는 여자야~

by 낭시댁 2020. 7. 18.

온기없는 새집으로 자서방과 둘이 거처를 옮기기는 했지만 아직 정리도 덜 됐고 테이블도 없다. 

소파는 팔걸이와 바닥부분이 안와서 조립이 덜됐고, 임시방편으로 시아버지께서 팔걸이가 오기전까지 안심하게 쓸수 있도록 바닥을 튼튼하게 고정해 주셨다. 뭔가 신기한 장비를 많이 갖고 계시는 시아버지시다. 사이즈를 재 가시더니 통나무를 잘라와서 바닥에 데어 주셨다.  

아직은 어수선한 풍경ㅎㅎ 이것도 추억이니 ~ 

 

 

와이파이도 직원이 오지않고 자서방이 직접 설치하는게 참 신기했다. (시댁보다 너무 느려져서 아쉽지만 휴대폰 패키지가 한달 14유로에 80기가라서 핫스팟을 이용하면 된다. 같은 가격으로 자서방은 무제한 데이터 ㄷㄷㄷ)

그리고 불편한건 분리수거... 시댁은 대문이 바로 앞이니 수요일 저녁마다 플라스틱과 박스류를 밖에다 내 놓기 편한데, 여긴 지하실에 열쇠를 가지고 내려가서 쓰레기도 버리고 분리수거도 한다. 너무너무 번거롭고 아직 헷갈린다. 그 많던 이케아 박스들을 내가 자르고 접어서 차곡차곡 지하실 쓰레기통에다 몇번을 날랐는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식탁은 아직 없지만 식사는 해야 하므로 첫 메뉴는 뭘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라따뚜이와 밥이다. 

왜냐- 

모든 재료가 다 있었으니까... 주말 마트 방문은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써머믹스와 토마토 소스 덕분에 (아니지, 야채도 시어머니가 주셨다 ㅎㅎㅎ) 간단하게 요리를 완성했다. 

아참, 쌀이 없길래 시댁에 다시가서 쌀도 한 봉지 얻어왔다ㅋㅋㅋㅋ 

평소 시어머니의 써머믹스 소음을 굉장히 싫어하던 자서방은 괜히 시끄러운 소리가 날때마다 달려와서는 흐뭇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생각나나보다 ㅡㅡ;; 

 

저 싱크대 바닥이 뭔가 녹슬고 낡아보이지만 그저 무늬입니다;;

 

솔직히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너무 맛있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본인의 요리를 드실 때 본인의 이름을 외치곤하신다. "브라보 마리엘! 아주 훌륭해!" 

나도 연신 그 말투를 따라하면서 먹었다 ㅎㅎㅎ  엄마 생각 더 나지??

자서방은 어느새 내 라따뚜이 사진을 시어머니께 보내드렸다. 

하긴 부담될까봐 직접 물어보진 않으시지만 굉장히 궁금해 하고 계실텐데... 다음에는 내가 먼저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은 남은 라따뚜이와 시어머니께서 주셨던 수비드 닭가슴살을 섞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전날과 매우 흡사함ㅎ 

재탕삼탕 끝까지 우려먹기

 

 

 

첫 빨래도 했다. 

몸살이 올락말락해서 빨래를 널고 기운이 빠져 잠깐 널부러졌다가(?) 세제 향기 가득한 방안에서 창밖의 파란하늘 솜털 구름을 보니 기분이 너무 상쾌해졌다.

직접 살림을 시작하니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은 훨씬 가벼운 기분이다. 

 

한여름이지만 많이 덥지도 않고 모기도 아직 못봤다. 이웃들도 조용하고... 

자서방은 새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농담삼아 투정을 했는데 그만큼 다른 소음이 없다. 간간히 들려오는 성당 종소리도 나에게는 백색소음이다.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사진을 하나 보내주셨다. 

우리 짐이 빠진 텅빈 다이닝룸- 

우리 짐이 있던 자리를 차지한 램프를 보여주시는 사진이었지만 내 눈에는 덩그러이 놓여진 두개의 식판만 눈에 들어왔다.

오후만 되면 내가 저기에서 공부한다고 내 도서관이라고 부르곤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요리하시다가 한번씩 결과물을 들고 오셔서 보여주곤 하셨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한창 마스크 만드는 재미에 빠져 계셨을때는 아뜰리에가 되었던 곳- 그 바쁘던 장소가 이제는 허전해 보였다. 

 

 

"저희 짐도 빠지고, 제 도서관이 이제 두분만의 다이닝룸이 되었네요! 램프 너무 예뻐요." 

"그래 우리 둘만 있으니 이제 맘편히 속옷차림으로 다닐수 있어서 좋구나 호호~ 하지만 너희 자리는 이곳에 항상 있으니 아무때나 오렴. 우리와 고양이들은 항상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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