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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참 번거롭기도하다

by 낭시댁 2023. 12. 13.

이른 아침에 현관물 벨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경비아저씨가 서 계셨다. 

 

"봉쥬, 물 사용량 좀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시라고 대답하고는 가만히 웃고 서 있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도 웃으며 가만히 서 계시네?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후에야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아, 안으로 들어오셔야 된다는 뜻이었군요." 

 

"네 ㅎㅎ 제가 직접 봐야하거든요." 

 

안으로 들어온 아저씨는 곧장 화장실로 가셨다. 

화장실에서 사용한 물의 양은 화장실에서 직접 확인하는건가보다. 

 

숫자를 받아적으신 후 아저씨는 부엌으로 가셨다. 

 

으... 부엌 안치워서 지저분한데요... ㅡㅡ; 

 

그나저나 부엌에서 계기판이 있었던가? 

 

아저씨는 내가 냄비와 반찬통들을 수납해둔 무거운 서랍을 힘겹게 밖으로 빼내셨다. 으잉...?

매번 저 고생을 해야 한다고...??;; (계기판이 그 서랍안쪽 벽에 있는 모양이다.)

 

 

이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자서방이 서둘러 나오길래 내가 자서방에게 물었다. 

 

"물세를 얼마 내야 하는지 확인하려면 매달 이렇게 확인해야 하는거야?" 

 

아저씨와 자서방이 동시에 맞다고 대답해주었다. 흠... 한국에선 이런 걸 본적이 없는디...? 참 생소하다. 

 

서랍을 하나 제거했지만 아저씨는 깊숙이 자리한 계기판을 읽지 못하셨고 비교적 날씬한(ㅍㅎㅎ) 우리 자서방이 그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휴대폰으로 계기판을 찍어서 아저씨께 보여드렸다. 

두 사람은 이제 힘을 합해서 무거운 서랍을 다시 안으로 끼워넣었다. 

 

내 눈에만 번거로워보이는건가... 이럴거면 계기판을 좀 잘 보이는 곳에다 설치하던가... 집집마다 이러고(?) 다니시려면 아저씨께서 꽤 고생스러우실듯 하다. 

 

아, 딴소리지만 보통 프랑스인들은 남에집에 들어갈때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데 아저씨는 양말만 신고 들어오셨네. 하필이면 부엌이 지저분한 날이라 민망하다. 인상이 참 서글한 분이셔서 볼때마다 기분좋게 인사를 건네게된다. 

 

그럼, 므슈 수고하세요. 본조흐네! (좋은하루)

 

무식아, 아저씨 가셨다, 이제 나와도 돼. 

쪼르르르

 

응 아저씨가 매달 오실거라는 걸 들었나보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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