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낭시에서 가성비 갑인 케이크를 발견했다.

by 낭시댁 2023. 12. 17.

에리카의 생일파티가 있던 지난 토요일이었다. 

 

선물을 무얼하면 좋을지 며칠내내 고민하고 돌아다녀봤는데 딱히 적당한 것을 찾지를 못했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기웃거려보고 몰에 들어가서 소품샵도 다녀보았는데 살 만한게 없네. 

 

에리카랑 마이크 커플이 치즈케잌을 좋아하니까 치즈케잌을 살까. 

냉동식품을 파는 피카에 가보니 16유로짜리 치즈케잌이 있는데 너무 작아서 그냥 패스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된 초콜렛케이크!! 

센트럴시장안에 항상 손님들이 줄서서 사가는 빵집이 있는데 이곳에 가성비 좋은 초콜렛 케이크가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된 것이다!  

다른 디저트들은 크게 저렴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별모양 퐁당 쇼콜라 케이크가 단돈 7.50유로였다!!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7.50유로가 맞다고 한다. 

누군가의 생일만 되면 케이크를 사러 온 시내를 헤매고 다녔는데 등잔밑이 어두웠구나.  

 

심지어 친구 생일이라니까 에리카의 이름까지 넣어서 레터링까지 써주었다. Joyeux anniversaire Erica 

 

나중에 미리 주문하면 혹시 더 크게 만들어 줄 순 없는지도 물어봤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에리카 생일날 초대받은 인원을 모르니 일단 케이크를 두개 샀다. 저렴해서 괜히 하나 사면 미안하기도하고...  (알마 생일날 20유로 정도의 와인을 사갔었는데 에리카 생일날에도 비슷한 가격대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결론적으로는 이게 더 저렴한데도 더 좋아보이네.) 

 

막상 저녁식사를 한 후 케이크를 먹으니 한개만으로도 충분하더라. 그냥 하나만 살걸... 하고 잠시 생각했었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고 너도나도 가게 정보를 물어가는걸 보고는 다시금 두개 사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들 가게로 달려가서 가격을 보게 될테니까 말이다.ㅎ

 

그런데 상자 두개가 왜 크기도 다르고... 들고갈 수 있는 손잡이도 없고... 흐엉... 

한데 담을 가방같은거도 없냐니까 아무것도 없단다 ㅡㅡ; 

 

 

시내에서 바로 버스를 탔으면 에리카네 집에 바로 도착 할 수가 있었는데 엘라가 마침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있다며 만나서 자기 차로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 스타니슬라스 광장까지 걸어가서 반가운 엘라를 만나 편하게 그녀의 차로 가면 되겠구나... 그런데 걷다보니 비가 오네... ㅠ.ㅠ 

불안불안 손잡이가 없는 케잌 상자 두개를 두손으로 들고 부슬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데 거리에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고 수많은 인파들이 내가 걷는 방향으로 함께 걷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채 인파들에 부딪힐까 겁나서 케잌 상자를 양손으로 들고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스타니슬라스 광장 앞에서 경찰들이 한명한명 가방검사까지 하고 있네; 케잌 두 상자때문에 어찌나 번거롭고 불안하던지. 

 

 

알고보니 성니콜라스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눈앞에 한팀이 지나갔는데 나는 깜짝 놀라서 멈춰선채 멍하니 구경했다. 제대로 사진 찍은게 없었는데 낭시 인스타에 가니 사진이 있네. 

저 커다란 눈이 꿈뻑꿈뻑거리는데 너무나 신비로웠다! 

 

반가운 엘라를 만났는데 엘라는 헤맑은 표정으로 자기네 집까지 들렀다가 에리카의 선물 (귀고리)과 차키를 챙겨서 다시 차가 주차된 곳까지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 그냥 버스탈걸 ㅎㅎㅎ 

그래도 엘라네 집에가서 그녀의 피아니스타 남친도 만나고 케이크를 한데 담을 수 있는 쇼핑백도 얻을수가 있었다. 

 

하지만 차는 옆동네에 주차가 되어있단다ㅋㅋㅋ 차고가 유료라서 평소에 그 먼곳에 주차를 하고 있다네...

버스를 기다리는데 성니콜라스 행사에 폭우까지 겹쳐져서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우리는 그냥 폭우를 뚫고 차까지 3정거장을 걸어갔다. 

 

"다들 퍼레이드를 구경하려고 몰려드는데 우리만 반대방향으로 걷고있네." 

 

"이걸 보기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는거 알지. 나도 아직 한번도 제대로 못봤는데 아쉽긴 하네." 

 

"우리 내년에는 꼭 보자.ㅎㅎ"

 

그런데 비가 너무 세차서 과연 가족단위로 몰려드는 이 사람들은 퍼레이드를 제대로 즐길수나 있으려나. 

 

그나저나 비가 너무나 세차다. 케잌은 무겁고 양말이랑 바지는 다 젖고... 

 

"괜찮아?" 

 

엘라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응 괜찮아. 날씨가 좋아서 걷기 참 좋네." 

 

빗소리때문에 목청껏 소리를 질러야만 대화가 가능했다. 내말을 듣고 엘라는 쓰러졌다ㅋㅋ 

 

"너 그래도 자켓 방수 맞지?" 

 

그녀의 헤맑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하지만 내 얼굴은 방수가 아니야..." 

 

순간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는데 둘다 얼굴위로 주르륵 흐르는 빗줄기를 보고 한번 더 빵터졌다. 

 

우리는 우여곡절끝에 에리카네 집에 맨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옷과 양말이 쫄딱 젖은채로 말이다. 

 

 

파티 이야기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자서방의 외할아버지는 파티셰셨다!

남편 생일 선물 고르는건 너무 어렵다.

시어머니와 마들렌 만들기!

색채의 마술사 샤갈- Chagalle, le passeur de lumièr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