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는 1층이다. 겨울에 너무 춥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사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내 방문 앞에 테라스가 있어서 망설임없이 이곳으로 골랐다.
집주인과 두번째로 만나 계약을 했던 날 내가 물었다.
"혹시 여기서 테라스에 작은 허브를 키울 수 있을까요?"
내 말을 들은 집주인은 쿨하게 내 방문 앞에있던 화분에서 말라 비틀어진 나무를 쑥 뽑아내며 말했다.
"여기다 심으세요. 더 필요하면 말씀하시고요."
와!! 깻잎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재작년 친정에서 보내준 귀한 들깨를 심고 물도 주었다.
푸키야(쟤 이름이 푸키란다) 그거 파헤치면 혼난다.
내가 맨날 저기 화분에 붙어 있었더니 푸키가 신기한지 맨날 와서 화분 속을 같이 구경한다.ㅋㅋ
며칠 후 싹이 올라왔다.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내가 너무 많이 심었구나. 겁나많네;
며칠동안 솎아냈는데 마음이 약해서 한번에 못 뽑겠다.
내가 뿌리를 뽑아서 슉슉 던질때마다 푸키의 고개도 슉슉 돌아갔다. (사진으로 담아둘 걸...)
그 이후로는 엄청 빠르게 자랐다.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따다가 점심때 동료들이랑 같이 먹었다. 맛있다고 신음하면서. 이게 바로 고향의 향기...
아무튼 조금만 자라면 다 따먹어서 이파리가 자랄 새가 없다 ㅋㅋㅋ
친구들이랑 피크닉을 가느라 김밥에 쓰려고 이파리들을 다 땄더니 저렇게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얘들아 그래도 걱정마. 너희들은 잘 자랄거야. 내가 맨날 예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있으니까ㅋㅋ
김밥에 깻잎을 한 두장씩 넣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깻잎향을 못느끼는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한국인친구들이랑만 먹어야지 ㅡㅡ;
깻잎들은 그래도 잘만 자란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창문을 열고 내 깻잎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아유 이 기특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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