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로 종종 돈을 바꾸러 오는 총각이 있다.
10~20유로 동전을 가져와서는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는데 어차피 가게에 잔돈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매번 흔쾌히 바꿔준다.
"근데 저 남자는 어디서 저렇게 동전이 생기는 걸까요?"
M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구걸하는거 아닐까."
"정말요? 노숙자처럼 생기지는 않았는데..."
사실 이 총각이 키도 크고 인물이 꽤 멀쩡하긴 하다. 하지만 냄새가 좀 나는데... 워낙 이곳에는 여름에 냄새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좀 애매하긴 하네.
"동전을 지폐로 바꿔서 뭐하려는 걸까요?"
"글쎄...? 여자친구한테 밥사주려나..."
그러다 지난 주말 우리 버거씨랑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커피를 마시러 갔을때 그 총각을 보았다.
어 그 동전 총각이네- 하고 나는 바로 알아보았는데 이 총각은 나를 바로 알아보지 못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꽤 익숙한 말투로
"마담... 작은 동전 있으시면..."
이라고 말하다가 뒤늦게서야 나를 알아보았나보다. 총각은 결국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황급히 사라졌다.
부끄러웠나...?
버거씨한테 저 총각 우리 가게에 동전가져와서 지폐로 바꿔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저 사람 나한테도 조금전에 구걸하러 왔었어." 라고 했다.
"동전이 어디서 난건지 나랑 M이랑 궁금했었는데 역시 구걸해 오는게 맞았네."
"당연하지. 여기 스타니슬라스 광장만 해도 저렇게 구걸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아참, 우리가게에는 동전을 가져와서 지폐로 바꿔달라는 사람이 저 사람말고 또 있어. 그 또다른 남자는 생긴것부터가 신뢰가 가질 않더라고. 10유로 지폐로 바꿔달라길래 내가 동전 먼저 보여달라고 그랬다? 꺼내놓는데 역시나 9유로밖에 안되는거있지."
내 말에 버거씨가 껄껄 웃었다.
"내가 이거 9유론데? 이랬더니 씨익 웃으면서 1유로 더 내려놓더라고ㅋㅋㅋ"
시장에서는 이렇듯 별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날씨가 무지하게 좋았던 이날 스타니슬라스는 눈이 부셨다.
자전거를 타는 꼬맹이도 귀엽고 옆테이블에 얌전하게 앉아있는 강아지도 귀여웠다.
아... 알았어, 그만 쳐다볼게.
할아버지 자전거 바구니에 서서 나처럼 인파를 구경하는 강아지도 귀엽다.
옆 분수대에서 사진을 찍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바라보는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참, 프랑스에도 아아가 있다!
나는 뜨거운 라떼를 시켰는데 버거씨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같이 생긴걸 시켰다. 아아를 주문할때는 맨날 '까페 알롱제'에 얼음을 넣어달라고 했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까페 글라쏭'으로 주문하면 된다고 버거씨가 알려줬다.
이제 나는 프랑스에서 아아를 주문할 줄 아는 여성이 되었다.
하나를 또 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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