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날씨가 쌀쌀했던 지난 3월, 버거씨네 집에서 맞이했던 일요일 아침이었다.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아랫층에 내려왔더니 부지런한 버거씨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온 집안을 가득채우고 있는 이 커피향... 참 오랜만이구나.
혼자 살게 되면서 커피를 끊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아늑한 공간에서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니 갑자기 옛 기억에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전남편과 살던 아파트에서는 주말마다 이렇게 커피향이 가득했었다.
안그래도 요리조차 힘든 좁고 추운 아파트에 혼자 지내다가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한 집에 오니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커피향때문에 아침부터 눈물이 터져버렸네.
내 표정을 보던 버거씨가 놀래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달려왔다.
"울어? 응? 왜 우는거야....!"
"...커피향을 맡으니까…..."
목이 메어서 말도 잘 안나왔다.
"...집 생각이 나서......"
이런... 이걸 쓰는데 왜 또 눈물이 나지. 아직도 정확한 내 눈물의 원인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 이런이런..."
버거씨는 나를 따라 슬픈 표정을 지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한국 가족들이 많이 보고싶구나..."
으음... 그렇다고치자… 굳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버거씨는 내 등을 쓸어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넌 지금 집에 와 있어. 여기가 이제 네 집이야."
엉엉... 이번에는 버거씨가 나를 울리네...
"네가 우리가족들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이유들로 눈물이 계속 흘러서 아무말도 하지를 못했다.
"다시는 크리스마스때 너 혼자 있게하지않을거야… 절대로…"
아...
나는 결국 소리내 펑펑 울었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악몽이었다. 그때 나는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지 않을것이라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다시는 그런 뼛속 깊이 시렸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는데 버거씨가 내 눈물 버튼을 제대로 눌러버렸다. 살벌하게 차갑던 얼음이 봄 기운에 녹아내리듯 버거씨 가슴에 안긴 채 눈물응 자꾸만 자꾸만 쏟아냈다.
주말마다 내가 버거씨네 현관에 들어설때면 버거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집이라는 말은 정말로 좋은거구나...
한때 영원할 줄 알았던 내 집과 가족을 잃어버리게 되었을때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혹시라도 나와같은 고통에 괴로워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끝난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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