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가게에 단골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특정 연령층이 따로 없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가장 놀랍다. 한번은 대가족이 왔었는데 온가족이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애청하고 있다며 음식 주문을 하기도 전에 할머니 엄마 아빠 아들 할 것없이 나에게 본인들이 각자 좋아하는 배우 이름들을 외치면서 나더러 그 배우를 아냐며 앞다투어 물어왔다. 그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배우는 이승기였다.
오늘도 몇몇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었다.
한 열살쯤 된 어린소녀가 엄마와 함께 왔는데 우리가 한국말로 수다를 떠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엄마는 음식을 주문한 후에 소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한국 가고 싶다그랬잖아. 이분들 한국분들이셔."
내가 소녀를 바라보자 소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너 한국에 갈거야??
"네... 가고싶어요."
"한국에 왜 가고싶어?"
그 소녀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대답했다.
"음... 그냥... 한국은... 다 좋아요."
"아! 너 BTS팬이구나?"
그러자 소녀가 처음으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저는 블랙핑크가 더 좋아요!"
"아 나도 블랙핑크 너무 좋아하는데! 특히 나는 로제가 좋아. 노래도 잘하고 춤도 너무 잘 춰!"
"저는 리사가 제일 좋아요. 춤을 제일 잘 추거든요. 아 저는 네 명 다 좋아요!"
"맞아! 나도 리사도 좋고 넷다 좋아!"
소녀의 엄마는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신나게 떠들고있는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단골이 늘었군.
그리고 또다른 두 여성 손님들도 기억난다. 요즘 바캉스철이라 손님이 별로 없을것 같아서 밥을 많이 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밥이 똑 떨어져버렸다. 그때 이 두 여성 손님들이 찾아와서 음식을 주문하겠다고 했다.
"아... 죄송하지만 방금 밥이 다 떨어졌어요. 새로 하는 중인데 최소 20분 정도 걸릴것 같아요..."
그녀들은 싱긋웃으며 대답했다.
"문제없어요. 음료수 먼저 마시면서 기다리면 되니까 신경쓰지마세요."
휴 다행이다.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주문한 맥주를 내줬는데 그녀들이 자리로 안돌아가고 계속 계산대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 하는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며 (심지어 두손을 볼옆에 감싸쥐고) "오 듣기좋아라" 라고 하는게 아닌가ㅋㅋ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까르르 웃었더니 본인들도 웃긴지 같이 까르르 웃었다.
"한국어가 너무 듣기 좋아요. 저희는 신경쓰지말고 두 분 계속 대화하세요 ㅋㅋㅋㅋ"
앜ㅋㅋ 저러고 두 눈에서 하트 레이져를 쏘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쓰나요ㅋㅋ
어제도 유쾌한 손님들이 있었다.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자매로 보이는 두 여성이었는데 두 사람 다 청각장애가 있었다. 보쥬에 사는데 우리 가게에서 밥먹으려고 일부러 낭시까지 온거라고 말했다. 닭강정, 비빔밥, 김치, 밀키스 등등 다 너무 맛있었다고 극찬을 해주셨는데 청각장애로 인해 대화는 거의 일방적이었다. 동생분이 갑자기 우리더러 자기를 쳐다보라며 주목시키더니 본인의 자켓 지퍼를 내렸는데 그 속에 입은 티셔츠에서 한국식 손가락 하트 그림이 뿅하고 나타났다! 그걸 보고 우리가 좋다고 빵터져서 웃었더니 이 언니들도 좋다고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시장이 떠나가라 같이 웃어제꼈다. 대화가 안통해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청각장애에도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니! 이 언니들한테 금새 빠져들었다ㅋㅋ
그 언니들은 그로부터도 한참을 더 떠들다가 갔다. 요즘 즐겨보는 한드 얘기를 신나게 했는데 청각장애로 인해 우리말은 안듣고 본인들 얘기만ㅋㅋㅋ 내가 미스터썬샤인을 꼭 봐야된다고 했더니 그건 벌써 봤단다. SK는 요즘 한창 사랑에 빠진 선재를 보여주면서 같이 신나게 떠들었다. (언니들이 안들려서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보여주고는 같이 발을 동동ㅋㅋ)
일전에는 할아버지 한분이랑 할머니 두분이 함께 오신 그룹이 있었다. 넷플릭스에 한국음식에 대한 프로가 많아서 한국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시며 우리 음식을 극찬을 해 주셨다. 특히 한국음식이 건강식이라서 좋다고들 하셨는데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 분들이 밀키스를 특히 좋아하셨다는 점이다;; 특히 할아버지는 떠나실때 밀키스를 하나 더 주문하시더니 그 자리에서 다 드시고 가셨다는...
프랑스 손님들은 인정도 많고 유쾌해서 일하는게 정말 즐겁다. 특히 한류 덕분에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뒤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상황에도 한국에 출장 다녀온 이야기, 한국어를 배운다며 한국어 필기노트를 펼쳐 보여주던 손님 등등 재미난 상황들이 심심치않게 펼쳐진다. (앞사람들의 수다가 길어져도 뒷 손님들은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들도 본인들의 순서가 되면 그만큼 수다를 떤다ㅋ)
여유와 재미를 아는 프랑스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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