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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인생아 나를 어디로 데려갈거니

by 요용 🌈 2024. 8. 11.

카나리아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버거씨는 주말마다 어딘가로 부지런히 나를 데리고 다녔다. 
 
이날에는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룩셈부르크에 있는 도시를 세군데나 돌며 샤또와 공원등을 보여주었다.  

룩셈부르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나라였다. 
 
국토의 면적은 제주도 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이고 부자나라답게 인당 GDP가 세계 1위라고 한다.
룩셈부르크 집값이 너무 비싸서 버거씨는 룩셈부르크에 살기보다 프랑스 국경에 살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가는 곳마다 들과 농장 그리고 숲이 많았다. 놀랍게도 국토의 80%가 숲이거나 녹지라고 한다. 집 값이 비싸면 오히려 집이나 아파트를 더 많이 짓게 되는게 일반적이지 않나? 나는 은연중에 싱가폴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되었는데 싱가폴살던 시절에는 이런 규모의 농장들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싱가폴은 가는 곳마다 공공아파트(HDB)였는데... 
 
아무튼 이곳저곳을 다니며 버거씨에게 룩셈부르크와 룩셈부르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하루에 세 도시나 다니며 빡세게 구경을 했지만 버거씨는 운전이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이 웃고 열심히 따라다니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버거씨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담, 앞으로 30년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농담식으로 진지한 소릴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대충 대답했다. 
 
"30년 후? 그때까지 살아있는거!" 
 
버거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30년동안 내가 당신의 운전기사가 되어드려도 될까요? 나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것도 너무 많고 데려가고 싶은곳도 너무 많아.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 너랑 다 하고 싶어." 
 
허걱
 
"프로포즈야?" 
 
버거씨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대충 얼버무렸다. 
 
"와 하늘 색 좀 봐! 진짜 너무 예쁘다! 나 여기 사진 좀 찍어줘라." 
 
휴우... 나 이런 대화 아직 불편하다고 ㅡㅡ; 

 

 
버거씨는 나만 마음의 준비가 되면 아들들을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버거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21살과 15살이다. 둘째아들은 성인이 될때까지 엄마와 아빠집에서 일주일씩 살고 있고 첫째는 성인이 된 후 시내에 있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빠를 보러 자주 오는 터에 이미 나랑도 마주친 적이 있다. 
자식이 있는 '아빠'와 연애하는게 처음이지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다짐했으므로 무엇하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버거씨는 마음이 자꾸 조급해지는가보다. 
 
"혹시 말이야... 아들들이랑 유로파파크에 가려고 생각중인데 너도 같이 와주면 너무 기쁠것 같아." 
 
"유로파파크? 그래!" 
 
어렵게 말을 꺼냈던 버거씨는 내가 일말의 망설임없이 흔쾌히 가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본인이 놀랬다. 
 
"진짜야??!"
 
"응, 나 놀이동산 좋아." 
 
"정말 내 아들들이랑 같이 가도 괜찮은거지?" 
 
"뭐 어때. 대신 당신은 그날 세명의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는거지. 할 수 있겠어?" 
 
"하하 그건 걱정마. 내가 세 명 다 잘 보호할거야. 함께 가줘서 정말 고마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나는 당신의 아들들에게 아빠의 여자친구가 아닌 그냥 비슷한 정신연령의 친구로서 같이 뛰어다닐거야."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바야! 그날 너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뛰어다니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버거씨는 그동안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싶어서 몇번이나 말을 꺼내곤 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내가 아직 진지한 관계가 아직 부담스럽다면 그것도 존중한다며 내 눈치를 보다가 대화를 얼버무리곤 했는데 이번에 아들들을 소개시켜주려고 꽤 많이 고심했던 듯 하다. 
 
유로파파크는 독일에 있는 놀이동산인데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당연히 가야지ㅋ
 
"주말동안 다녀오려면 내가 월요일에 연차를 쓰는게 낫겠다. 차로 3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아침에 일찍 가야 되거든? 차라리 전날 스트라스부르에 가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게 어때? 거기서는 30분 정도면 갈 수 있거든." 
 
버거씨는 정말로 신이 났다. 
내가 좋다는 말을 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유로파파크 티켓을 끊었고 스트라스부르 숙소까지 일사천리로 잡았다. 
 
내가 아들들과의 만남에 부담을 느낄까봐 버거씨는 제발 부담 갖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부담 안갖는다고 대답은 잘 했지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오만년만에 가게 되는 놀이동산만 생각해야지.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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