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파크에 가는 날 아침이 왔다!
우리는 일찍 길을 나서기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조식과 버거씨가 아이스박스에 바리바리 담아온 과일들로 푸짐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런데 아들들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예상보다 늦게 출발했다. 버거씨의 잔소리가 길어질수록 내가 같이 혼나는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우리 아빠가 생각나네 ㅡㅡ;
아침 10시쯤에 도착했으니 그리 늦지는 않았다. 원래 계획보다 한 시간 덜 놀게 되었을 뿐-
우리는 폐장시간까지 빡세게 즐기기로 했다.
세 남자가 말하길 유로파파크에서는 꼭 실버스타를 가장 먼저 타야 된다고 했다. 나는 그게 뭔 줄도 모르면서 그게 니들의 전통이라면 응당 따르겠노라며 호기롭게 따라갔다.
진심 토할뻔했다. 내가 타본 어떤 야외 롤러코스터보다 무서웠고 울렁거렸다.
"나 아직 속이 안좋아. 다음꺼는 좀 약한걸로 타면 안될까? 롤러코스터말고..."
내 말에 둘째가 자신있게 다음 놀이기구를 추천했다. 프렌치캉캉이었던가... 아무튼 실내로 들어가길래 이건 좀 안심이 되었다. 그냥 앉아서 캉캉춤 구경하는 건가 싶었는데 캉캉음악에 맞춰 뱅글뱅글 돌아가는 실내 롤러코스터였다. 우엑... 비명을 좀 지르다가 비명도 쏙 들어갔다. 아마 얼굴이 창백해졌던것 같다. 버거씨는 눈치보면서 계속 사과하고...
"미안해. 나도 이런건 줄은 몰랐어..."
아무래도... 나는 틀린것 같아...
나 좀 그냥 내버려두고 니들끼리 잠시 놀다오면 안되겠니...
나 좀 혼자 쉬게 해달라고 사정사정 한 끝에 혼자 남을 수가 있었다. 세남자는 또다른 미친(?) 롤러코스터를 타러 달려갔다. 휴우... 놀이동산에! 롤로코스터말고도! 탈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늙은건가.
나는 속을 가라앉히며 어슬렁거리다가 안내판에 나온 앱을 다운 받았다.
오호!
앱으로 놀이기구별 대기시간과 위치를 알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몇몇 기구들은 앱으로 예약(virtualLine으)을 해서 시간 맞춰 도착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탑승을 할 수 있단다!
나는 세 남자가 타고 싶어하던 놀이기구를 4인으로 예약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도저히 같이 타지 못하고 내 휴대폰에 있는 큐알코드로 세사람만 입장 시켜줬다.
이건 나도 타볼까 했었는데... 아직 속이 진정이 안되네;; 세 남자가 타는걸 보고 있다가 앞에 서서 인생샷을 찍어준 걸로 만족한다.
이쯤 발견한 바로 모노레일!
저거는 내가 탈 수 있겠다.
사실 저 모노레일은 놀이기구라기보단 넓은 놀이동산 내 이동 수단이었다.
앱에서 가장 가까운 정거장을 찾아서 가 보았다. 이건 줄도 짧구나.
맨 앞자리가 비어서 냉큼 올라탔다.
버거씨는 자꾸만 어디냐고 나한테로 오겠다고 하는데 모노레일이 자꾸 움직이니까 대답하기도 애매하네. 그냥 나 진짜 괜찮으니까 니들끼리 좀 놀으라고 똑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사실 나는 버거씨가 그 나이에 롤러코스터를 그렇게나 좋아할 줄은 몰랐다. 삼부자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버거씨는 내가 셋이서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이해해주는걸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것보다 나의 위장과 머릿속의 평화를 찾고 싶었던게 더 크다.
나는 진심 유로파파크에서 이 모노레일이 제일로 재미있었다! 유로파파크 가시는 분들 이거먼저 타세요!
넓은 놀이공원을 한바퀴 돌때까지 나는 내리지 않고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공원안에 어떤 놀이기구들이 있는지 한눈에 다 볼 수 있었고 그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음악도 나온다. 꿈과 환상의 세상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랄까.
모노레일 아래로 지나가는 놀이기구에서 물보라를 뒤집어쓰기 일보직전의 사람들을 구경하는것도 꽤 인상적이었다ㅋ
모노레일을 한바퀴 돌고나서 지상으로 내려왔더니 때마침!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있었다!! 세 남자는 관심 1도 없어하던 퍼레이드! 나는 이거 꼭 보고싶었다고.
요정처럼 생긴 요정 언니들
공주처럼 생긴 공주언니
재채기하는 척 하면서 물총 발사하는 유쾌한 해적들
아 나도 하이파이브 하고 싶은데 마흔넘어서 애기들이랑 경쟁하기 좀 그래...
모노레일 지나간다. 저거 한번 더 탈까 진심으로 생각했다.
잠시 후 버거씨가 헐레벌떡 나를 찾아 혼자 달려왔다. 내가 삐졌을까봐 노심초사 했던 것이다. 나 진짜 괜찮은데.
내가 퍼레이드랑 모노레일이 엄청 재미있었다고 신나게 떠들어대는걸 보고서야 버거씨는 안심을 했다.
우리는 최적의 쇼를 발견했다. 누워서 보는 극장!!!
에어컨 빵빵하고 푹신한데 누워있으면 돔형태의 천장과 벽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영화가 나온다. 내 스타일...!
영화고 뭐고 너무 좋아서 잠들 뻔 했다.
그후로 나는 속이 완전히 괜찮아져서 세남자들과 점심으로 연어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버거씨가 가져온 간식도 꺼내서 넷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기도 했다. 약간 롯데월드 신밧드의 모험같은 놀이기구도 타고 마지막으로 세 소년들(?)은 또다른 롤러코스터를 타겠다고 달려갔다.
그 사이 나는 트램 한대가 지나가길래 생각없이 쫒아가서 덜컥 올라탔다. 그런데 그 트램은 놀이동산 밖에 있는 호텔로 가는 이동수단이었고... 어느새 놀이동산 정문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하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얼른 내렸다. 나 다시 들어갈 수 있겠지.... ㅠ.ㅠ
다시 놀이동산에 입장하기위해 내가 어떤 멍청한 짓을 했는지 매표소에서 설명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착한 매표소 총각이 길을 잘 알려줘서 곧장 버거씨가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올 수가 있었다.
버거씨, 늦게 도착한 자초지종을 듣고는 웃겨 죽음... 응 나도 웃겨...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같이 전망대타워를 탔다. 올라가서 한눈에 시내를 볼 수 있는 기구였는데 역시 모노레일만은 못했다. 모노레일이 최고였음. 다음에 오면 두 번 탈거다.
유로파파크 가시는 분들,
1. 물 많이 많이 가져가세요. 엄청 비싸요
2. 앱 꼭 다운받으세요.
3. 실버스타말고 모노레일 먼저 타세요ㅋ
모두들 지친 상태로 프랑스로 돌아오는 길, 눈앞에 무지개가 나타났다.
우여곡절은 좀 있었지만 매우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그날 저녁 버거씨가 말했다.
"애들이 너를 참 마음에 들어하더라. 오늘 재미있었대."
나도 동감이야.
버거씨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음에 갈 땐 너랑 손 꼭 잡고 다닐거야. 모노레일도 타고 퍼레이드도 같이 볼거야. 다음에 우리 넷이서 또 가도 돼?"
"당연하지! 그땐 실버스타 절대 안탈거야."
버거씨 표정이 매우 흡족해보였다.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부터 테라스에서 웃음이 넘쳐났다 (17) | 2024.08.23 |
---|---|
남친의 누나와 매형을 처음 만났던 날 (21) | 2024.08.21 |
프랑스에서는 저녁에도 피크닉을 한다. (10) | 2024.08.19 |
프랑스 알프스 마멋 보고가세요. (12) | 2024.08.17 |
스트라스부르의 낭만적인 여름 저녁 (26) | 2024.08.13 |
인생아 나를 어디로 데려갈거니 (53) | 2024.08.11 |
해외에서 길러먹는 깻잎의 맛과 재미 (21) | 2024.08.10 |
내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15) | 2024.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