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는 아들 둘과 함께 알프스(바르셀로넷)로 열흘간 휴가를 떠났다.
차로 9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인데 전기차라서 중간에 두번이나 급속충전을 하는것까지 합치면 한나절을 차안에서 보내고 나서야 도착했다고 한다.
나더러 같이 가자고 몇 달전부터 말해왔는데 살짝 마음이 동했다가 최종적으로는 거절했다. 유로파파크에서 세남자가 온종일 지치지도 않고 강철체력으로 롤러코스터만 주구장창 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동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으.. 생각만 해도 지친다.
아닌게 아니라 실제 세 남자는 매일매일 체력을 요구하는 레포츠를 정신없이 즐겼다. 익스트림 래프팅을 이틀이나 했고, 계곡에서 카누를 타거나 보트없이 맨몸으로 급류를 타는 하이드로 스피드까지 했다고 한다. 그 외의 날들에는 알프스를 등산했는데 고도가 높아서 아마 내가 같이 있었다면 힘들어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도 익스트림 래프팅은 두번 해봤는뎅... 스므살쯤 한탄강에서 탄거랑 서른쯤에 발리에서 탔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이 세남자들도 모든 엑티비티를 다 통틀어서 익스트림 래프팅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번이나 (다른 장소에서) 했던거라고- 그런데 하이드로 스피드는 바위에 맨몸을 세게 부딪힐때가 있어서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역시나 나는 안따라가길 잘한것 같다.
그런데 버거씨가 심장을 어택하는 사진과 비디오를 보내줬다.
이게 뭐래...!!?
마멋이라고??! 세상에...
알프스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띈다고 하는데! 마멋을 볼 수 있는 줄 알았으면 따라갔을지도 모르겠다. 뛰는 궁뎅이 너무 귀엽다 ㅠ.ㅠ
버거씨는 매일매일 멋진 사진과 영상들을 나에게 보내주었고 저녁때마다 그날 무얼 했는지 열심히 이야기 해주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알프스 대자연의 스케일이 느껴진다. 버거씨는 실제로 보면 숨이 멎는 풍경이라고 표현했다.
세 남자가 알프스에 빠져있는 동안 버거씨네 집에는 버거씨의 누나가 그녀의 남편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파리 근교에 살고있는 이 부부는 이번에 집에 공사를 하게 되어서 잠시 머물곳이 필요했던차에 휴가삼아 버거씨네 빈집을 봐주기로 했다고 한다.
"남은 휴가동안 아들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
"고마워. 그런데 나는 아들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솔직히 주말에 널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더 설레고 있어."
버거씨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우리는 일요일날 체크아웃을 할거거든? 너만 괜찮다면 낭시에 들러서 널 픽업하고 싶어. 우리집에서 우리 누나랑 매형을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괜찮을까? 나는 화요일까지 휴가라서 너만 허락한다면 월요일날 너랑 같이 낭시로 가서 그 다음날까지 너랑 같이있고 싶어. 너 일하는 동안 나는 서점이나 영화관에 가지 뭐."
롱디커플이라 버거씨는 어떻게하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나한테 누나랑 매형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야. 어릴적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누나랑 나는 서로 의지하면서 부모님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 누나를 여왕처럼 떠받들고 주변 사람들을 항상 웃게 해주는 매형은 나의 롤모델이야. 그 둘한테 널 꼭 보여주고싶어. 너도 분명 그 두 사람을 좋아하게 될거야."
아들들을 소개시켜주었으니 이번에는 누나를 보여주고 싶은가보다.
"근데 온종일 운전하고나서 피곤하지 않겠어? 난 여행 갔다오면 만사 귀찮던데."
"난 전혀 피곤하지 않아. 그리고 누나랑 매형은 우리집에 올때마다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해 주는걸 좋아하거든. 아마 집이 엄청 깨끗해져있을거야.하하"
음. 나는 이렇게 버거씨네 누나커플까지 만나게 되었다.
그나저나 어릴적에 누나가 엄청 괴롭혔다고 자주 말했는데... 나 긴장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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