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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해외에서 혼자 살지만 따뜻한 추석을 느껴본다.

by 요용 🌈 2024. 9. 17.

한국은 오늘부터 추석 연휴라지... 
 
월요일은 나에게 휴일인데 딱히 할일이 없어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친정엄마에게 화상전화를 드렸는데 통화 도중에 오빠네 가족이 마침 도착하는게 보였다. 언니네는 형부네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다들 분주한 모습이다. 
 
통화를 끝낸 후 나는 뭐 할까 잠깐 고민을 했다. 추운데 그냥 다시 침대에 누울까. 우리집은 왜이리 추운걸까 ㅡㅡ; 
 
대충 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왔다. 장이나 보러가야지. 딱히 살건 없는데... 생수를 사면 되겠구나. 쥬키니를 사다가 혼자 호박전이라도 부쳐먹을까...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별 생각없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때 에어팟을 뚫고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SK와 함께 있는 그녀의 친정어머니께서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몇주간 SK를 방문하러 오신 그녀의 어머니. 우리 엄마도 아닌데 가족을 만난 것 처럼 어찌나 반갑던지. 특히 이 타국에서 우연히 만나니 서로가 더 반가웠던것 같다. SK는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고 나오는 길이라며 커다란 장바구니를 가리켰다. 
 
"아.. 내일이 추석이라 장을 많이 봤구나."
 
"응. 우리 엄마가 맛있는거 많이 해주신댔어. 내일 기대해. 많이 싸올거야." 
 
"와!! 신난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잠시 후 리들에서 장을 보고 있을때 SK로 부터 전화가 왔다. 가게에서 점심을 해먹을 예정인데 나더러 와서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장을 본 후에 기쁘게 달려갔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닫혀있는 컴컴한 시장에 우리가게에만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그리고 지글지글 전을 부치는 맛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고구마, 호박 그리고 양파전을 부쳐주셨다. 양파도 전을 부쳐먹는지 몰랐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있다! 
 
"오늘은 일 거들지말고 그냥 앉아있어요. 내가 다 할테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옆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어머니가 구워주시는 전을 틈틈히 집어먹었다. 어찌나 맛있고 기쁜지! 

이번에 어머니께서 한국에서 사들고 오신 쿠쿠밥솥에서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다. 우리가 밥먹는 동안에는 옥수수가 보글보글 익어갔다. 추석이로구나! 
 

테이블에다 먹거리들을 한데 늘어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어머니께서 가져오신 깻잎김치와 부추김치까지! 

마침 냉장고에 있던 막걸리까지 한잔씩 돌리니 진짜 명절기분이 든다. 
 
꽉 닫혀서 컴컴한 시장안에 우리 가게의 네온조명만 켜져있으니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안된다. 술이 더 잘 들어갔다는 의미이다.ㅋ

상추위에 깻잎김치를 하나 얹고 매운 돼지를 싸먹었다. 그래그래 이 맛이지. 
 
잠시 후 시장안에 있는 일본식당 사장님 노리코가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길래, 어서 오라고 옆에다 앉혔다.ㅋ 잔이랑 젓가락을 후다닥 가져와서 넷이서 힘차게 건빠이를 외쳤다. 

노리코가 막걸리를 이미 알고 있다며 맛있게 마셨다. 예전 내 동료 가요코도 막걸리를 참 좋아했는데...

노리코에게 고구마전 호박전을 권했더니 지지미가 정말 맛있다고 잘 먹었다.
 
비록 친구네 어머니지만, 역시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일종의 위안감은 특별한 것 같다. 나에게까지 그 따뜻함이 전해지다니. 덕분에 올해는 나도 추석을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곧 더덕구이랑 청국장도 만들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