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한 동생 M과 오랜만에 까페에서 만났다.

꽤 이른 시간부터 만나서 까페 2층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옆자리에 커피와 쿠키가 담긴 쟁반을 올려놓으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화장실에 다녀올동안 이것 좀 지켜봐 줄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럼요~~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우리는 과할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께 알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나오신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고맙다고 하시더니 말을 다시 건네셨다.
"한국인이에요?"
맞다고 했더니 글쎄 백발의 할머니께서 반가운 표정으로 한국말을 하기 시작하셨다!!!
"한국어 조금해요.. 왜냐면 한국에서 20년 살았어요."
와!!
우리는 둘 다 깜짝 놀래서 할머니께 간단한 한국말로 질문을 했는데 할머니께서 다 이해하셨고 모두 한국어로 대답해주셨다.
"남편이 한국에서 동양철학 가르쳤어요. 성균관대, 건대랑 XX에서요(마지막은 못알아들음).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와 돌아가셨다는 표현까지 하시다니!
"아들도 한국인이예요. 아이가 없어서 입양했어요."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른 분이셨구나. 한국어가 유창하셨고 한국에 대한 할머니의 그리움도 느껴졌다.
음료와 디저트를 다 드신 할머니께서는 "이거 어디다 놓지요? 무거워요." 라고 웃으며 말씀하셨고 M은 곧장 달려가서 할머니의 쟁반을 받아들고는 "이거 저 주세요. 제가 여기에 두면 될거 같아요." 라고 예의바르게 말씀드렸다.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할머니께서 떠나신 후 우리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ㅋㅋ
그리고는 M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저 분이 낭시(프랑스인 중)에서 한국말 제일 잘하실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 인정.
한국노래 잘부르는 니 남친도 저분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밀겠다야.
우리도 20년 프랑스 살면 저정도로 프랑스어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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