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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책임감 강한 한국인의 DNA 때문인지

by 요용 🌈 2025. 8. 3.

한창 더위가 며칠째 지속되던 날이었다. 

 

티옹빌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왔더니 아파트 입구와 엘레베이터 곳곳에 공고가 붙어있었다. 

 

[입주민들에게 알립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층 상가에서 배관 공사를 진행 할 예정입니다. 누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단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헐... 

진짜 더운데 이게 말이 되나. 

그래도 나때문에 건물에 누수가 발생하면 안되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지 뭐...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나는 변기물도 안내렸고 싱크대랑 세면대는 배수관으로 물이 안내려가게 막아놓고 물을 조금씩 아껴썼다. 수도를 아예 막지 않은걸로 보니 그냥 배수관으로만 안내려가게 하면 된다는 뜻이니까. 샤워나 빨래는 저녁에 하는걸로…

 

 

수요일날에는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김치를 만들었다. 개수대를 막아놓고 배추를 씻었는데 싱크대에 물이 꽉 찼다. 설거지도 못하고 부엌은 개난리가 났지만 김치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내가 해냈어!! 


마음속으로 나를 칭찬하며 환호하고 있는 그 순간 내 희열을 산산조각내는 소음이 이웃집으로 부터 들려왔다. 

 

웅... 웅...


이 소리는 분명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다.... !! 

역시 프랑스... 

 

 

그날 저녁에 자초지종을 들은 버거씨가 껄껄 웃었다. 

"넌 정말 모든이들의 롤모델이다. 어차피 누수가 돼도 어느집이 범인인지는 못 찾아내니까 다들 크게 신경을 안쓰는걸거야. 그냥 평소보다는 물을 덜 쓰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써도 될 것 같아." 

 

"나도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여전히 물을 못쓰겠는거 있지. 지금도 개수대를 막아놨고 샤워랑 빨래는 저녁에 하고 있어. 그냥 나 하나라도 조심하는게 더 속편한 것 같아." 

 

다음날 만난 에리카한테도 말했더니 에리카가 깔깔 웃었다. 솔직히 본인이었다면 공고를 못본척 하고 평소처럼 살았을거란다. 

 

책임감 강한 한국인의 DNA 때문이라고 해 두자. 

끄응...